>>129 >>136 으음 그럼 해인이도 사하한테 친동생같은 애가 하나 있다고 말했거나 사하가 먼저 사라를 만나보던가 했으려나 🤔 해인이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 사라의 관점상 사라와는 되게 빠르게 친해졌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해. 해인주가 사하한테 사라이야기를 해줬는지 아닌지 말해주면 나머지는 임시스레에서 말해볼까?
>>169 해인이와 사라는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고, 시아와도 1년 넘게 같은 학교를 같이 다녔잖아? 사라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삼자대면을 한 순간이 몇 번은 있었을 거야!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사라가 서로를 소개시켜 줬을 테고. "친동생 친구" 라는 느낌이라면 어떠려나~
아무리 봄이라 한들 온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포근함을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하루를 살고 있었다. 하물며 불 앞에 서있는 일이 평범한 학생들보다도 많은 그녀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라 해도 이맘때쯤이나 여름만 되면 부쩍 움직임이 줄어드는 고양이도 그러했다. 물론 고양이는 고양이 나름대로의 해결법이 있을 것이고, 그녀는 그녀만의 해결법이 있을테니...
"네, 걱정마세요. 늘 하던 일이니까요."
항상 뒷정리를 하던 버릇 역시 쉽게 떨치질 못했다. 물론 동아리 활동이 끝난 뒤 만들었던 음식들을 따로 담아 집에서 저녁 대신으로 먹던 버릇이 있다보니 그 양도 양이지만, 무엇보다 아무리 같은 부원들이 깔끔하게 정리한다 해도 조금의 부스러기조차 용납할수 없던 그녀의 사소한 깐깐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조금 과한것 같네요."
역시 살짝 사색에 잠겼던 탓일까, 평소보다 양이 좀 많아졌다는걸 뒤늦게 깨달은 그녀였다. 물론 보관해두고 나중에 또 먹으면 될 일이다만, 차곡차곡 용기들을 담아들고선 자리를 뜨려 하니 평소보다 분침이 두세칸쯤은 넘어간것이 보였다. 그래도 통금시간 같은게 없을 뿐더러 그렇게까지 늦은 것도 아니니,
그래도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얼굴이 평소에 보던 인물이라는건 솔직히 의외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어라, 아직도 계셨나요? 동아리시간 끝나고도 좀 지난 것 같은데요?"
익숙한 금빛 머리칼, 마치 커다란 강아지 같은 인상인 그가 눈에 띄자 조금 놀란듯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물론 기숙사는 아직 열려있다지만, 너무 돌아다니시면 큰일난답니다?"
장난스럽게 키득이는 그녀였지만 그정도로까지 진심은 아니었다. 아무렴, 이 시간에 훤칠한 남자에게 달려들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현이 tmi! 어느 일인지에 따라 눈치가 모 아니면 도가 된다. 그래서 누군가 자길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하는 걸 그냥 친구적인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가 누군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슬퍼할 때만 귀신같이 알아내서 다독여준 적도 있다. 다행히 그 애는 지금은 털어내고 학교에서 도도한 군림 생활을 보내고 있다. 동생이랑 같이. 둘의 사이는 매우 안 좋다.
사하에게 해인이 하는 말은 잔뜩 꼬인 실타래 같았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꼬여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웬만큼 엉켰다면 멍청하게 달려들어 풀어보겠다 들쑤셨을지도 모르는데, 그럴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같이 보낸 시간이 무용하게 느껴졌다. 그래, 해인 옆에 있으면 그 말도 안 되는 말이 진짜처럼 들리기도 했다. 제가 진짜 가짜 같았다. 진짜라고 간절하게 믿고 있는, 멍청한 가짜.
"너한테 평가 받고 싶은 마음 없어. 기분 나빠."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민망해 할 정도로 딱 잘라 말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은 사하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게 하지 않았다. 서늘하게 굳은 얼굴로 해인을 쳐다보던 사하가 열쇠를 꾹 쥐었다. <도둑.> 짧게 읊조려보다 웃음이 터졌다. 어처구니가 없다.
사하는 해인에게로 두 걸음 다가선다. 손을 뻗어 해인의 손을 끌어왔다. 손바닥을 쳐다보며 나지막히 물었다.
"…다른 애들은 네가 어떤 앤지 알아?"
사하가 쥐고 있던 열쇠가 해인의 손 위로 옮겨간다. 열쇠를 쥐여준 사하가 다시 두 걸음 물러난다. 완벽히 손 떼어냈다는 듯 양손을 작게 들어올린 채다.
"지금이야 네가 날 도둑으로 몰아도 믿겠지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난 다음에도 그럴 거라 자신해?"
혼자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의 주원. 오늘의 활동은 학교 내에 비밀기지로 쓸만한 곳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학교이다보니, 쓰이지 않는 곳은 거의 없었고 쓰이지 않는다고 해도 선생님들에 의해 출입금지되었을 터. 허나 유일하게 비밀기지라고 할 만한 곳을 발견한 것이었다. 넓은 곳은 아니었지만, 몇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기엔 딱인 곳. 주원은 비밀기지를 찾았다는 즐거움에 콧노래를 부르며 기숙사로 향했다.
돌아가던 도중 우연찮게 알던 얼굴과 마주하게 되었다. 현슬혜. 어딘가 외로워보이면서도 쌀쌀맞아보이는 인상의 소녀였다. 처음 주원은 그의 재능으로 '맞지 않는 사람'임을 깨닫고 굳이 신경쓰지 않으려 했으나 그 외모와 분위기에서 풍기는, 원인 모를 외로움에 가까운 냄새에(정확히는 감각. 스스로 그것을 냄새로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내버려둘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그런 것을 부탁한 적이 없고, 단순한 오지랖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이다.
"오오 슬혜. 아하하, 오늘은 학교를 좀 탐방했거든. 올해로 3년째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랄까, 찾아보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곳도 있고."
주원은 털털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슬혜에게 다가갔다. 사람마다 타인과의 '거리감'은 다르고, 주원은 어렴풋이 타인이 생각하는 타인의 '거리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슬혜의 거리감에 따르게 된다면 꽤나 거리를 두어야 할 테지만 주원은 그녀의 거리감보다 구태여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렇다고 최후의 경계선을 넘진 않았지만.
"괜찮아, 괜찮아. 나 학교 근처에 자취방도 있으니까 시간 애매하다 싶으면 밖에서 자도 되거든. 슬혜는 지금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