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1학년 학생을 찾았다. 정확히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상태의 학생을 찾은 것이다. 굴러오는 1학년에게 다가가던 네가 멈춘다. 아무리 천진난만한 네가 생각해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너는 입술을 꼬옥 깨문다. "싫어." 하면서도 두명의 인영이 가까이로 다가오자 다시 활짝 미소를 짓는 것이다.
"너- 안녕이에요? 그런데 1학년 놓아줘요? 이노리 데려가야 해요?"
종종걸음으로 다가가려 한다. 너는 손님에게도 제법 친절했기 때문이다. 뒷짐을 지고 고개를 기울이자 여우가면의 방울이 딸랑였다.
레오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두 개의 탈을 보자마자 버니가 썼던 편지의 내용이 떠올랐고 뒤이어 호되게 당했던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갔던 순간들. 레오는 몸을 덜덜 떨었다. 겁을 먹었냐고 묻는다면, 아마 아닐것이다. 레오는 흐리게 미소를 짓고 부들부들 떨면서 뭔가 흥분하듯이 그리고 조금은 히스테릭하게 이히힠... 하고 웃었다.
" 야, 교수님 부르지마. 그 뭐야, 그 마법 쓰지마 그거. "
레오는 뒤를 돌아 학생들에게 말하곤 주먹을 쥐었다. 꼭 쥔 주먹을 서로 쿵, 하고 맞부딪히곤 한 번더 쿵 하고 부딪혔다. 느린 리듬감으로 쿵, 쿵, 쿵, 하고 몇 번을 더 부딪히곤 꼭 쥔 주먹으로 가슴팍을 또 다시 쿵, 쿵, 하고 세게 쳤다. 주변에서 지금 뭐 하는 것이냐고 묻자 레오는 탈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이히히..히힠... 하고 히스테릭하게 웃었다.
" 뭐..하긴.. 이히히.. 다 쳐죽여버리기전에 주먹 달구고있지.. 몸도 달구고 말이야.. 이히히.. 야, 내가 교수님 부르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 "
주먹이 새빨개지고 레오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어이~' 하고 큰 소리로 말하며 손을 들어보였다. 저 두놈에게 크루시오를 먹이고 주먹으로 얼굴을 반으로 갈라줘. 라는게 내용이렷다. 레오는 지팡이를 꺼내들곤 천천히 다가가다가 속도를 높여 달렸다.
" 저 두 새끼, 전부 내꺼야 아무도 건드리지마. 내가 다 쳐죽인다!!!! 봄바르다! 봄바르다!! 봄바르다!!! "
아무렴 나름의 생각은 있었다. 여기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크루시오를 썼다간 누구보다 먼저 아즈카반으로 끌려간다. 우선 상황이 어지럽게 흘러가야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 학생들이 잠깐 기절해준다거나 정신을 못차릴 정도가 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
천천히 걷다보니 여러 학생이 보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소리도 들린다. 그 중에 가장 선명히 들린 건 어느 비명소리, 보다 윤의 외침이었다. 어째 안 보인다 싶더니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나보다. 그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가자 기다렸다는 듯 탈 두명이 나타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먼저 윤을 찾아 그 옆으로 갔을 것이다.
"찾았잖아요, 선배."
그런 다음에야 탈들을 보고, 바닥에 나동그라진 학생을 발견하고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중얼거렸겠지.
"그런 건 노래가 아니라 소음이라고 하는 거에요. 그리고, 당신도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줄래요?"
촐랑촐랑 떠들어대는 초랭이탈이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바닥에 쓰러진 학생을 밟는 건 눈길도 주지 않고 그 입이나 다물라는 듯 지팡이를 들어 초랭이탈의 얼굴을 겨누었다. 빗나가도 상관없었지만.
"글레시우스."
주문을 쏘고나선 초랭이탈과 대조적으로 조용히 가만히 있을 뿐인 중탈을 힐끔 보고, 잠시 지팡이를 내린다.
툭- 단태는 지팡이 끝으로 자신의 뺨을 한번 두드렸다. 머글 학생, 초랭이탈, 중탈. 그리고-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들의 학생들. 공격마법을 날리거나 물리적인 제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책에서 본 내용을 곱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초랭이탈이 눈에 익은 사람이었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더라- "태민..." 강태민이었지.
"즉흥곡을 좋아한다는게 고문으로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건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태민 오라버니."
책에서는, 중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책을 받으러온 리 선생님이 남긴 말도 중탈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태의 지팡이가 중탈을 향했다가 곧 초랭이탈로 방향을 틀었다.
크루시오라, 레오는 조만간 자신이 쓰게 될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얼굴에 주먹을 꽂아줄 모습까지. 솔직한 감상으로는, 꽤나 짜릿했다. 레오는 잠깐 아성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탈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아니다. 상황이 더 어지럽게 돌아가고 더 정신없게 돌아가야한다. 누구도 자신을 보지 못할만큼 어지럽고 그 누구도 타인을 신경쓰지 못할만큼 정신없어야한다.
" 아하, 회복? 맞고 버티겠다 이거야? 그래그래. 이것도 버텨봐 그럼! "
레오는 지팡이를 빼들었다. 둘을 전부 공격하기보단 한 명을 먼저 쓰러트리는 쪽이 좀 더 수월하겠지. 한 차례 더 머리를 쓸어넘기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공격하려면 하라지, 레오는 별로 두렵지 않아졌다. 상대가 강하게 나온다면 오히려 이 쪽도 더욱 강하게 나갈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싸움이란건 원래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만큼 자신도 아프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흥분되는 것이었으니까.
초랭이탈이 쓰러진 1학년을 향해, 금지된 저주 크루시오를 날렸다. 학생은 용서받지 못할 저주로 인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성은 크게 분노하며 플리펜도에 맞아 뒤로 나뒹굴고 있는 초랭이 탈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속이 분노로 가득한 지금, 어떤 마법을 써도 제대로 나가지 않을 것이며 도리어 그들에게 잡혀있는 학생들만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주문은 주문(물리)였다. 무엇보다 놈들은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아성에게 정신이 팔릴 것이고 동료들은 그들을 손쉽게 제압하거나 교수님들을 불러 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성은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크루시오에 맞아 고통으로 땅을 뒹굴고 있었다.
"크아악!!"
전신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불에 타는 고통이 느껴졌다. 제대로 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용서받지 못할 주문이 왜 용서받지 못하는 건지 온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에서 크루시오를 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너는 비명을 지르는 학생을 내려다본다. 다른것도 아니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고문의 현장에서는 누군가 웃는 소리도, 지팡이가 휘둘러지는 소리나 대화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 지금 뭐 했어요?"
알면서도 굳이 물어보는 것이다. 저건 크루시오다. 너는 저 주문을 잘 안다. 얼마나 아픈지도 안다. 네가 아성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저거 아픈데, 저거 아파, 당연히 아파. 아플 리가 없나? 이젠 아프지 않지만 아플 거야.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몸이 밧줄에 묶이고 뒤로 쿵 넘어졌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오늘은 고모님께서 재갈을 안 물려주신다는 생각이었다. 오늘은 혀를 안 깨물거라고 생각하셨나보다. 응, 안 깨물거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지 않은가. 넘어진 그대로 허공을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이 나라에서 쓰일 언어도 아니었다. 神様. 하고 운을 떼며 소리없이 입만 뻐끔거린 것이다.
저의 죄입니다. 무지와 방종으로 인한 일입니다. 용서해주세요. 신님 용서해주세요. 저 때문이에요. 제가 죽였어요. 저 때문이에요. 고모님은 내 탓이 아니라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아. 이노리, 나의 누이야. 제발 나를 도와줘.. "너는 왜 크루시오 안 써요? 너 착한 사람이야?"
무언의 기도를 끝내고 몸을 꾸물거리며 자리에 앉은 너는 귀에 걸릴듯 입술을 끌어당겨 웃더니, 중을 바라보면서 질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