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열렬하네. " 말없이 듣던 중 하루가 몸을 감싸자, 나는 그 어깨 위에 손을 올려서 부드럽게 감싸려 했다. 이미 많은 걸 싣고 있는 가련한 어깨엔 힘줘서 누르지 않아도 이 두 손만으로 무겁겠단 생각이 들어, 거부하지 않았더라도 금방 내려놓으려 했겠지만.
"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더니, 너도 이제 변할 때가 되었던 거구나. " 어쩌면 내가 너를 만나기 전부터, 너는 내 생각과는 훨씬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문득 너는 어째서 그 원망을 스스로에게 돌릴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에 스스로 낸 답조차 정답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를 재단하는 걸 일단 멈춰두기로 했다.
" 나도 너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건 기뻐. " " 가능한, 너에게 지켜질 상황 같은 건 만들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지만... 그 만약을 대비하지 않아서 네가 불안해진다면. 내가 그걸 막을 권리는 없겠지. " 조그마한 파이 조각을 하루 앞으로 밀어주면서, 바닐라 라떼를 아까울 만큼 빠르게 목으로 넘겼다.
비아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따스한 비아의 손에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 하루가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러린다. 자신도 몰랐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이렇게 필사적이 될 것이라고는 절대로 몰랐으니까.
" ..변하지 않는 것은 없더라구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말이에요. "
그저 비아의 말에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루는 잔잔한 대답을 돌려준다. 바뀌지 않을 줄 알았다. 자신의 삶은 그저 신께서 내려준 한번의 기회라 생각했기에, 누군가를 이렇게 아끼고 매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줄은 몰랐다. 하지만 학원도에 오고 나서 자신은 변해버렸다. 수많은 일들을 겪고 지금도 변해가고 있었다.
"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언니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인데.. 그런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말아줘요. "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 하루가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듯 말하곤 목을 커피로 축인다. 비아가 건내어주는 파이 조각도 오물거리면서 맛을 본 하루가 포크를 내려놓으며 다시 비아를 응시한다.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강찬혁이 굳게 다짐하며 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 강찬혁의 상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처참했다. 강찬혁은 오랜만에 맡는 콘크리트의 큼큼한 냄새에 씨익 웃고, 그동안 문명은커녕 원시부족 하나 없던 게이트 속 열대우림에서 헤매던 자신을 좀 더... '문명인' 스럽게 되돌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어깨 위에 올라간 새는 게이트 안으로 도로 '반품'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얼굴과 손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고...
"시원한 걸 마셔야겠어."
열대우림에 얼음이 어디 있겠는가. 강찬혁은 얼음 생각이 나서 아무 카페나 갔다. 그런데 장기 파견 임무가 너무나도 힘든 나머지, 상대방은 보지도 않고 해진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밀어놓고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그리고 시럽도 한 통 추가해주세요. 한 방울 말고, 한 통이요."
찬혁이의 고생이 저 레스만으로도 보이는 것 같아 다림주는 눈물을 훔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몽블랑에 있는 사람들은 찬혁을 보고는 뭐지. 게이트에서 막 빠져나와서 저런가보다. 하는 묘한 측은의 시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다시 공부에 집중했지만요. 그리고 오늘의 카운터는 다림이었습니다
"어.. 혹시 찬혁 씨 아니세요?" 눈을 깜박이면서 한동안 안 보이시길래 혹시.. 했지만 어디 좀 먼 데에 다녀오신 모양일까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 한 통..." 그렇게 드리면 될까요? 라고 일단 주문은 처리해보려 합니다. 불쌍한 손님이라는 춘덕이의 시선을 보고.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그래. 바로 이런 것(짤)에 얼음까지 잔뜩 담아서 주려 하는 것입니다..
강찬혁은 카운터에 푹 처박은 고개를 올리고, 익숙한 목소리에 익숙한 얼굴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기다림.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얼마나 내가 이곳에 없었던 거지? 강찬혁은 그새 알바를 하는 것을 보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돌이켜보려다가,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휘휘 저었다. 해야 할 게 남아있었다.
"초콜릿 케이크. 치즈 케이크 추가해주세요. 조각내지 말고, 조각 안 난 원형 통째로요. 그리고 허니브레드. 단 걸 좀 먹어야겠어요."
강찬혁은 주문을 마치고, 휘적휘적 카운터 근처 테이블에 앉았다. 사람들은 그 끔찍한 꼴을 보고 피했지만 강찬혁은 상관하지 않고 물었다.
익숙한 목소리이긴 할 겁니다. 사실 익숙한 목소리보다는 머리카락 색이 매우 특이하니 그게 더 좋을지도? 사실 시간상으로는 생각보다 덜 지났을 수도 있지만 체감시간이 있다보니 엄청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그것입니다.
"초콜릿 케이크랑 치즈 케이크 홀 사이즈로요.." 그리고 허니브레드에.. 꿀이랑 크림 추가해드릴까요? 라고 물어보면서 정말 이걸 다 드실 수 있겠는가하고 걱정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저정도로 먹고 싶어하는데다가 포장 서비스도 있으므로 안심하고 긁어요? 라면서 찬혁이 건넨 카드로 결제한다는 말을 합니다.
"아. 저는 아르바이트에요. 에릭 씨... 아시나요? 에릭 씨께서 점장 대리로 있는 카페인데요. 여러 사람들이랑 일을 해서 꾸려나가고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찬혁 씨는 좀.. 험한 곳에 다녀오셨나 봐요.. 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럼 준비되는 대로 차려드릴게요. 라고 답합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강찬혁은 주변을 둘러본다. 확실히, 게시판에 나와있는 조직도에 나와있는 저 얼굴하며 저 이름은 분명 강찬혁이 알고, 강찬혁이 한때 이야기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에릭이 맞다. 강찬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없는 사이에 이런 짓을 벌이다니 행동력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다림이 쟁반을 두는 사이, 찬혁은 팔을 뻗어 무료로 제공되는 설탕 스틱을 6개나 빼서는 찢어서 바로 입에 털어넣었다.
"아, 젠장. 그래, 이 맛이었어!"
끔찍한 열대우림, 그것도 현실의 그것보다 더 끔찍한 열대우림에서 보낸 강찬혁은, 입 안에 바로 퍼지는 무상의 단맛에 표정이 풀렸다. 강찬혁은 이 맛을 보면서 말했다.
"네. 에릭 씨가 점장 대리로 있고요, 저는.. 매니저에요" 장부정리 및 여러가지 그런 걸 하죠. 라고 말하면서 하루 양이나 다른 아르바이트 분들도 꽤 열심히 일해서 청월의 카페인 보급 책임자 느낌이 된 것 같지만요. 라고 말하며 긁고 나서 카드를 돌려줍니다. 주방에서 이정도 주문이면 서비스는 분명 가능하다구리! 같은 소리가 들린 것 같네요.
"아스팔트 냄새에 락스 맛이라니. 굉장히 끔찍했겠네요.." 락스 맛을 안다는 것에 태클을 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다림은 홀케이크를 내려놓고, 꿀과 크림을 추가한 허니브레드도 내려놓고..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위의 짤 참조)에 얼음을 한가득 넣고 시럽도 한 통을 아예 가져다주려 합니다. 원하는 대로 팍팍 뿌려드세요. 라는 걸까.
"그렇게 고생하셨으니 이렇게 드시고 싶을 만도 하죠" 저라도 게이트 갔다오면 맛있는 거 먹고 싶어하니까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내려놓는 서비스는 시원달달한 아이스크림 한 통입니다.
"매니저라... 대단한 일을 하네요. 전 가디언 일 하나 하는 것만 해도 힘든데,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장부정리에 물자정리, 그리고 보급 책임이라. 강찬혁은 그 느낌이 뭔가 마음에 들었다. 강찬혁도 중간 책임자가 된 적이 있긴 있었다. 딱히 누구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직종에서 일한 기록이 아니라서 문제엿지만. 강찬혁은 카드를 지갑에 넣으려다가, 펼친 지갑이 접히는 부분을 따라 주우욱 찢어지는 것을 보고는 욕을 할 뻔했다. 그래도 신성한 직장에서 욕하면 안된다는 신조로 욕을 참고, 케이크를 만끽했다.
"아! 이 느낌! 이 느낌이었어!"
강찬혁은 마치 이산가족을 찾은 것마냥 기뻐하며 포크를 쉼없이 놀렸다. 마치 먹는 데에도 망념을 쓰는 것처럼 귀신같이 먹어치우는 모습이 무서웠다. 강찬혁은 초콜릿 케이크와 치즈 케이크 훌 사이즈를 싹다 먹은 다음 허니브레드를 귀신같이 다 해치웠다. 그렇게 귀신처럼 퍼먹던 와중 강찬혁이 물었다.
"가디언 일을 하는 것도 힘들고 어렵지만요." 어쩌면 욕심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었고요? 라는 말을 하지만 실상은 부탁받은 것을 거절하지 않은 수동의 극치였을지도 모릅니다. 안타깝게도. 카드를 넣으려는 지갑이 주우욱거리는 것과 욕이 나올 것 같은 꿈틀거림을 알아차리고는 욕은 자제해달라는 눈빛으로 슬쩍 쳐다보았네요.
"아... 제노시아에 아는 분은 있지만, 제가 아는 분은 메이크업 쪽(시로 같은 npc)이나, 장비 제작 쪽(백춘심)이라서 가죽 쪽은 잘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라고 말하면서 특별손님을 잘 관리해라구리! 로(?) 앞자리에 앉아서 슬쩍 말을 더 걸어봅니다.
"대신 지갑을 얻을 수 있게 행운을 빌어드리는 건 할 수 있어요?" "아니면 상점가의 가죽지갑 공방을 소개해 드린다거나요." 부드럽게 말하면서 초콜릿과 치즈 케이크가 작살나는 광경을 봅니다. 하긴 몽블랑제 케이크는 완전 맛있지.. 같은 생각을 합니다. 허니브레드도 좋고. 여기 아이스크림도 있어요. 라며 내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