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졌다. 진짜 조졌다. 어떻게 이렇게 조질 수 있는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끝내주게 조졌다. 얼마나 조졌냐면 내 인생을 끝장낼 수 있을 정도로 조져버렸다.
극을 진행함에 있어 우연한 상황을 지나치게 남발했다간 억지스럽단 비평이 따라붙기가 불가피한 일이라지만, 모두들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인생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억지라 부르기도 우스울 정도의 우연이 연속적으로 흘러가고 겹쳐 만들어지는 엉터리 촌극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갑자기 왜 이런 서술을 넣느냐면 현재 그가 삶을 조지게 생긴 것도 모두 우연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다.
수학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구하고 싶다. 학교 앞 숲 인근을 지나다가 니플러한테 주머니를 털리고, 그걸 붙잡으려 쫓아가다 우연히 개량 트롤이랑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지 대신 구해줄 사람?
대답은 말 대신 거센 땅울림으로 돌아왔다. 쿵, 묵직한 진동에 그가 입을 쩍 벌리며 거꾸로 들고 있던 니플러를 툭 떨어뜨린다. 한 발짝 딛는 걸음마다 황천길도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는 듯한 소리가 우악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개인의 힘으로 떨쳐낼 수 없는 당혹감에 그는 한순간 넋이 나가버렸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육체의 속박을 벗어나 거대한 윤회의 흐름 속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그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트롤의 몽둥이질이 그의 머리 위를 덮치려는 순간 그는 잽싸게 옆으로 뛰어 공격을 피해내었다. 생각보다는 몸이 더욱 앞선 행동이었다. 최근에 역사서를 읽다 무시무시한 일을 당한 뒤라 전보다 담이 커진 덕분이다.
"…으와아아아악!!!!!"
그대로 매끄럽게 굴러 자세를 바로잡더니 조금 늦게서야 비명을 질렀다. 살짝 놀란 것을 빼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던 얼굴이 마찬가지로 때늦은 경악에 찼다. 맞았으면 죽었다. 저, 저거는 트롤이 아이라 거인인데. 재앙신에 비해 덜 무섭단 거지 아예 안 무서운 건 아니란 거다. 하기야 자신에게 적대적인 7m짜리 괴수를 바로 앞에서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겁에 질릴 게 뻔하긴 했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택영은 재빨리 품 안을 뒤져 무언갈 꺼냈다. 마법사라면 응당 주력 무기로 삼아 마땅할 지팡이, 가 아니라 칼이다. 칠 먹여 검게 물들인 칼자루, 수수한 장식을 했으나 날이 곧게 선 장도(粧刀)가 굳게 쥐였다. ……장도가 거기서 왜 나오지? 그는 곧장 칼집 벗긴 칼을 역수로 쥐어 트롤의 몸 한 곳을 아무렇게나 찍었다. 칼이라고 해도 고작 손바닥만한 날로는 트롤을 상대로 기술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우연찮게도 노린 자리가 트롤의 오금 언저리라 따끔한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칼을 회수할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는 서둘려 자신이 낼 수 있는 전력의 속도로 달렸다. 아예 도망칠 기세로 달렸는데도 뒤를 따라오는 발소리가 가깝다. 뜀박질을 하면서 그가 다시 품 안을 뒤졌다. 까닥하면 죽게 생긴 상황이라 다른 생각은 하나 들지 않는다. 아까는 아무것이나 잡히는 대로 나온 걸 써서 그렇지, 본래 마법사라면 이 방식이 더 합당하긴 했다. 차마 멈추어 돌아선 상태로 마법을 쓸 용기가 나지 않는데다, 표적이 크니 아무렇게나 쏴도 맞을 것 같았기에 그는 달리는 그대로 지팡이를 뒤로 하고 외쳤다.
"페트리피쿠스―"
… …….
아, 근데 그 뒤가 뭐였지. 급하니까 긴 주문은 생각이 나지도 않는다. 조금 멀어진 삼도천이 다시 눈앞에서 아른거리기 직전, 딱 한 마디가 머리에 떠올랐다.
"아! 그래 스투페파이! 스투페파이 그거!"
그러자 쉬지 않고 연신 쿵쿵대던 발소리가 잠시 멎은 것 같았다. 흘끗 뒤를 돌아보니 트롤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져 있었다. 2차 공격을 하려면 지금이 딱 제격일 텐데, 애석하게도 주문에 관해선 아직까지도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지 못한다. 어, 그러니까. 안 움직이게 하려면 뭘 써야 하지? 지금 딱 비틀비틀 거리는 게 넘어지기 좋아 보이는데. …아, 넘어진다면 좋겠을 때는.
"플리펜도…!"
그는 주먹을 질끈 쥐었다. 그러느라 지팡이를 엉뚱한 곳으로 향하다가 황급히 트롤에게 돌린 것은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실수였다.
>>866 ???🤔 쭈주 취향 확인..쭈주 취향은 S다..((메모)) 아니 세상에 뭐지. 마치 그것은 길들이는 손길이 아닌가! 상상만 했는데 땃태가 어떤 행동을 할지 바로 떠올라버렸지뭐람:Q 주말..주말이라면 지금도 주말이기는 한데(((뇌절 컷)) 아니 혹시 초커 채워줄 생각인가?:P 좋아 주말.....이번주말? 다음주말? (쭈주:땃쥐 나가)
소유욕을 일으키는 특정 대상에게만 무한한 스킨쉽을 요구한다. 가능한 붙어있으려고 하고 신체 어디가 되었든 닿아있으려 한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할 때는 약간의 고통을 동반하는 흔적을 남기려 들 것. 이는 집착보다 불안에서 기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면 흔적까지는 안 간다. 그래도 가끔은 하겠지만.
첼이 진단! 소유욕..매구가 떨어지면 안 되겠네요!😳 어머머..흔적..어머머..고통을 동반이면..이이..아프지 말아요, 첼!😫 매운 걸 잘 못 먹고 뜨겁기..까지..?((불닭볶음면을 떠올려요!)) 첼이에겐..불닭을 주지 말 것...((메모해요!!)) 이번 진단도 아주 좋아요! 냠..냠..😋
>>872 앟 그걸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멈춰..! (메모지 뺏기 시도)(?) 헉 뭐지뭐지! 쭈주도 쭈같은 사람이라.. 이야기를 안 해주면 모르겠는데... :D (군침 줄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땃주가 괜찮다면 지금부터..? (두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일 이벤트 이후도 좋고! 다음주말도 환영이야! :) 물론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랑도 일상 열심히 돌려야지!
>>882 ((뺏기지 않기 위해 쥐구멍으로 존버)) ㅋㅋㅋㅋㅋㅋ아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잖아o.< 헉 나는 지금부터도 괜찮은데 어때 셀위?(??) 그치만 쭈주 요즘 되게 바쁘고 힘들고 그래보여서 새벽 일상 찌르기가 좀.......o<-< 이번에 쭈주랑 돌리고 나면 다른 사람이랑 평일 통곡의 텀을 짊어지고 돌려야지. 응응......
첼주 구몬 잘 봤어! :D 약간의 고통을 동반하는 흔적이라니 뭐야 너무 로맨틱(?)하고 좋은데 불안에서 비롯된거라고 하니까 조금 안쓰러운걸... 매구님이 계속 같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구! 맵고 뜨거운거 못먹는 첼이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리 첼이한테 마라탕 사주고 반응 지켜보고 싶다.. (????)
어떻게든 움직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뛰는 발짓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숨이 목구멍에 치달을 때가 되어서야 숲 쪽을 벗어날 수 있었다. 와, 씨, 진짜 디질뻔했네. 줄줄 흐르는 땀을 닦다 그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고 나니 목숨이 중해 뒷전으로 밀어놓은 사실이 뒤늦게 다가왔다.
살기야 살았지만 또 조졌다. 아까 그 장도, 누부야한테 선물로 받은 엄청 비싼 칼인데.
절망의 시간을 가져봐도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울적하고 억울한 기분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울지는 않았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억울하고 아쉽다……. 그는 한참을 쭈그려 앉아 있다 일어서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미련을 다 못 버린 걸음이 축 처져서 무거웠다. 일부러 트롤 치러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는데 나중에 한 번 걔들한테 부탁해봐야겠다, 칼자루라도 멀쩡하다면 좀 가져와 달라고.
>>880 인내심 떨어진 매구님...매우 좋을거 같은데...ㅋ...ㅋㅋㅋ....안되겠다 이건 봐야겠어!!!
>>886 역시 쭈주...그걸 로맨틱하게 보다니! 소유라는 건 언제든 잃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런 불안이 없잖아 있지. 지금도 반지로 어느 정도 해소는 됐는데 그래도 아주 미약한 불안이 남아있구~~ 음~~ 첼이에게 마라탕을...? 쭈주가 정녕 호감도 마이너스작을 해보려는 것인가...?
>>894 ((잠깐 땃태한테 키스조르는 쭈가 떠올라서 이마를 세게 침)) 비가 내려서 자는 건 이미 조진것 같아(?)새벽일상(이라고하고 쭈로 보상받는 것) 나도 지금 좀 흐물흐물한 편이고 쭈주가 내일 낮 일정이 없다면 돌려도 좋지:) 뻔뻔하게 요구했는데 받아줘서 고맙다구. 음쪼쪼😘 다음 주말에는 꼭 다른 이들과 친분을 쌓고 호감도를 올리고...((끄덕))
앟 노리의 질문권이 있었구나! 아무거나 다 되는거면.. 노리가 계속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내가 요즘 어장에 자주 못 들어와서 흐름을 놓친걸수도 있고.. 현생에 휘둘리느라 노리의 설정을 기억 못하는거일수도 있으니까, 위키에 올라온 정보라면 위키 확인해달라고 해줘 :)
>>89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쭈만큼이나 뒤틀린 사람.. 그러니까 그것도 애정이라고 보는거지~! (아니다) 역시 그건 그렇지. 가졌다는 건 곧 언제든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뜻하는거니까.. 충분히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과연 어느 정도로 애정을 줘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을지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는걸? :) 앟 그리고 호감도 마이너스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바지락칼국수같은 순한맛 먹여주는걸로 변경..! (다급)
>>898 이노리가 가면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온전하게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가려진 틈 사이로 좁게 보고 싶은 것도 이유고, 눈이..혐오스럽긴 하지만 꼭 백내장 말기 환자처럼 공막-검은 테두리-하얗게 물든 속의 홍채 이 순으로 있어서 징그럽다는 사람도 있어서 그렇답니다.
설택영: 234 캐릭터의 말투를 묘사해주세요 - 말투 자체는 꽤 예의 발라. 거의 대부분 습니다체나 해요체로 말하니까. 그런데 사투리를 쓰다 보니까 억양이 세고 말이 빠른데다 문어체 말투도 자주 쓰거든(~다, ~나). 게다가 집안 사람들이 목청이 좋다 보니까 본인도 목소리가 좀 커. 그래서 퉁명스럽게 들리는 느낌이 있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말 살살 한다는 이미지는 별로 없음.
061 먹기 싫은 반찬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 편식을 안 해서 이것저것 다 먹지만! 정말로 먹기 싫은 게 있음... 있어도... 웬만하면 참고 그냥 먹어. 음식 버리는 거 아니라고 배워서... :3 진짜진짜 못 먹겠어서 꼭 버려야 된다 싶으면 그냥 남겨놓고 죄송스러워 하지 않을까...
175 미안해와 고마워 중 더 많이 하는 말은? - 미안해를 조금 더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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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 입으로는 겁먹었다 말하면서 몸을 솔직하군!(물리)
>>89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게 귀엽다니~~~~~ 삽질맨이라고~~~~~ 꺄아ㅏㅏ악 뭐야 땃주 왜 천장에 있어!!!!! 전기파리채 들 뻔했잖아!!!(?)
>>905 비오는 날 새벽에 나가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선레는 던져놔야 나가서 시원한 음료수든 뭔든 사올 수 있다...그러하다. 여기는 비가 왕창 쏟아지는데 시원한 게 아니라 습함을 맛보고 있어. 죽을 것 같아88 앗 쭈주네도 얼른 비 내려야할텐데((쓰다다담)) 욕망을 대체 어떻게 풀 셈인지 기대가 되는걸!:D 아 선레. 선레는 다이스로?:) 대신땃쥐가 걸리면 땃쥐는 선레 정말 못쓰는 걸 감안해줘:)
>>902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맞지~~! 받아도 모자라고 계속 받고싶은게 바로 연인의 애정인 법..! 첼주의 의견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야...! (뿌듯)() 헉 뭐야 그렇게 말하니까 더더욱 보고싶은데..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첼주는 IF라도 호감도 마이너스 된 첼이를 보여줘야겠어!! (???)
>>906 경주 구몬도 잘 먹었다~~! :D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심한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안 소심하게 보는거냐구 갭차이 진짜 어쩜좋아.. (어쩔줄 몰라하는 쭈주) 뭔가 그 성격이랑 목소리 갭 차이때문에 오해도 종종 받아봤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헉 그냥 참고 먹는 경이 멋지고.. 미안해하는거 귀엽잖아 후 내 우심방 좌심실 나대지마.. ()
단태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자신이 봤던 역사서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그대로 덮고는 기숙사를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생대표에게 들킨다면 점수 차감을 받을 수도 있는 시간대였기에, 단태와 같은 방을 쓰는 학생이 "너 지금 나가려고?" 하는 말을 불쑥 던지는 건 당연했다. 이제까지 계속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손톱을 딱딱, 소리가 나도록 물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건 확실히 이상해보일 수도 있다. 들킨다면 기숙사 점수가 차감되겠지만- 단태는 겉옷까지 착실하게 챙겨 입으며 자신을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뭐라고 더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는 자신의 룸메이트를 향해 입술 위에 검지를 대고 쉿- 제스처를 해보인 뒤 금새 현궁을 나섰다.
선선하지 못한 여름밤이 단태를 반겼다. 체온이 늘 낮고 서늘한 축에 속하다보니 되려 이런 밤이 자신에게는 쾌적하게까지 느껴졌지만 단태는 손톱을 작살내지는 않았지만, 다시금 손톱을 딱, 소리나게 물었다가 놓았다. 초랭이탈과 중탈. 배신자가 지키려고하는 수많은 목숨.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다고 이야기했던 리 선생님의 말을 몇번 곱씹으면서 걷다보니 단태의 걸음은 금새 주궁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곧 단태는 지팡이를 꺼내 허공에 휘두르며 "아비스"하고 주문을 외웠다. 주문이 끝나자 새떼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곧 단태는 지팡이를 다시 휘둘러서 아비스로 소환한 새들을 움직일 수 있는 주문을 외웠을 것이다.
그래, 생각보다 내가 너를 꽤 많이 좋아하고 있으니 이렇게 떠오르는 것일테지. 난데없는 새들의 등장에 다른 학생들도 반응을 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네 시선을 끌 수 있다면 그걸로 되지 않을까하고 단태는 꽤나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날아가는 새들을 보던 시선을 살짝 굴렸다.
새 떼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면서 약간의 소린이 일어난 듯 싶었다. 어차피 마법이 난무하는 학교에서 이 정도가 무슨 일이겠냐만은. 역시 다른 학생들도 듣고 본 게 있어서일까. 오늘 책을 읽으며, 그것과 내기를 한 일을 떠올리고 주양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너무 과한 걸 걸어버렸나. 어차피 자신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죽어버릴 사람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약간의 후회도 되었더란다.
자신이 몇번 써본적이 있던 그 마법. 아비스, 그리고 옵푸그노. 그 마법들을 사용해 새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었기에 주양은 그 장소로 향하게 된 것이다. 허나. 마법을 사용한 사람이 당신인줄은 몰랐다는 듯, 제법 놀란듯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나.. 꽤 화려한 등장이구나. 우리 여보. 주궁까지는 어쩐 일로 온거야? 역시 내가 보고싶어서 온 거겠지~?"
그래. 일단, 오늘의 내기 내용은 잠깐 뒷전으로 미뤄두기로 하자. 아직 당신에게는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원래 자신이 이렇게 남들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끔은. 그리고 당신에게 만큼은, 이 정도 배려는 베풀어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특별한 사이로. 친구 이상의 관계로 느끼게 되었으니까. 늘 입던 후덥지근해보이는 테크웨어 차림으로 당신 앞에 나타나서는, 자연스럽게 옆에 착 달라붙는 것이다.
"이런걸 두고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하나~? 나도 마침 우리 여보야가 많이 보고 싶었거든. 주궁에 직접 오는건 처음인것 같은데, 덥지는 않아?"
그동안 당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기에. 무엇보다... 아주 어쩌면. 자신이 내기에서 처참히 져버리게 된다면, 당신과의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할지도 몰랐기에. 주양은 오늘도 쉴새 없이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아낌 없이 꺼내며, 당신과의 거리를 더더욱 좁힐 뿐이었다.
"아니면... 전에 못 뺀 진도를 더 빼러 온걸까나~? 그렇다면 더더욱 잘 찾아왔다고 할 수 있겠는걸. 마침. 오늘은 룸메이트가 다른 방에서 자기로 했으니까. 후후훗..."
잔망스럽게 이야기를 잇는 주양의 브레이크가 되려는지, 옆에 있던 청이 늘 그랬듯 주양의 어깨를 쿡쿡 쪼아대기 시작했다. '이 새대가리. 가만히 안 있어?!' 하고 늘상 그랬듯 티격태격하며, 청에게 약한 꿀밤을 놓는 것은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