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흉하게 웃은체 내 면전 앞에서 요란하게 움직이는 검지를 보고 순간 잡고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나는 한번 꾹 참기로 했다. 지난번에 아무리 그래도 지나친 폭력으로 응대했다는 사실이 조금 정도는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 칭찬해줘서 고마워.....고맙다고 해야되나? 솔직히 복잡한 심정이네."
귀엽다고 칭찬해주는건 분명 호의의 표현일텐데, 어째서일까. 이렇게 고맙다고 말하기엔 심정이 복잡한 것을. 아니 솔직히 남자인 내가 '응! 난 귀여워!' 라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남자로써의 마지막 자존심 조차도 버리는 셈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피해야만 한다....
"한창 바쁠 때라고 생각해. 무시하는건 아닐거야."
듣기론 연애를 막 시작했다고도 하고, 의뢰에 갔다는 얘기도 있고. 분명 한창 바쁜 것이겠지. 무시할 생각은 아마 아닐 것이다. 애초에 그럴 만한 사람이었으면 남의 일인데 헐레벌떡 뛰쳐와선 경고라던가 참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나는 내가 한번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하지 못할 태연스러운 태도를 고수하는 그를 기가 막히다는듯 보았다. 잘생긴 얼굴이긴 한데.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인걸까. 솔직히 말해서 소심한 나로써는 저 정도의 뻔뻔함은 아주 조금 정도는 닮고 싶기도 하다.
"네에. 블랙 에스프레소 한잔."
답은 카라멜 마키야토 였겠지만, 나는 심술이 났기 때문에 가장 쓴 커피 한잔을 설탕도 시럽도 없이 진하게 우려서 내줬다.
" 아니야. 난 네가 더 걱정돼. " 갸웃대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미소를 꾹꾹 눌러담고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하루 정도를 보면, 그래, 지나가다가 눈 돌아가는 정도는. 어쩔 수 없지. 왜냐하면 그만큼 예쁘니까. 어떤 감정이 드는 것도...음, 감정은 불가항력이니까. 그래, 거기까진 참아주지만. 그래도, 누가 하루한테 손이라도 대려고 한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래도 맑은 웃음에 한숨도 흩어지고 만다.
" 어디 일이 사람 사정 봐주면서 생긴대? 만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난 하루가 괜찮을 때 만나는 게 좋아. " 하루 맞은편에 앉아서 하루가 주는 메뉴판을 받아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정말, 요즘은 바쁜 일이 많을 시기라니까. 그래도 시간이 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 착하다, 우리 하루. " ─비아 호감도가 왜 이리 높나요?: 오너 호감도가 폭주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루가 넘겨 주는 메뉴판을 보면서 뭘 고를까... 고민했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나와 오랜 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칭찬할만한 인성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주의를 받기도, 나에게 화를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내가 나쁘기도 했고. 아무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 만나면 또 놀려줘야지.
이어 그녀가 무슨 커피를 내릴지 나는 내심 기대가 되었다. 꽤 전이니 어쩌면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솔직하게 잊어버렸다고 말 해줄지, 아니면 기억하고 있을지.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것 중 어떤 것에도 들어맞지 않았다. 마치 이것이 아니었냐는 듯 자연스럽게 블랙 에스프레소를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으겍."
나는 굳은 얼굴을 한 번 짓고는
"진화야아아아앙 이건 아니잖아아아아 우리의 첫만남이이이이 우리의 추억이이이이"
하고 터져나오는 속상함을 참을 수 없어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약하고 부드럽게. 앙탈 부리는 정도로.
"분명 우리의 첫만남은 캬라멜 마끼아또처럼 달콤가득 뒷맛씁쓸한 맛일거라 생각했건만.. 블랙 에스프레소라니! 그거 엄청 쓴거잖아!"
나는 짐짓 우는 소리를 내다, 결국 울상을 지우지 못하고 그대로 커피를 받았다. 마실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런 검은 물!
지훈주의 의견이 매우 반영된 지훈이의 의견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간식류를 빤히 바라보다가, 덤덤한 말에 살짝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을까.
" ...떠본 거에 미끼를 쉽게도 물어버렸던 건가... "
시선을 내리깔며 이리저리 옮기려고 했을까. 당황했다는게 행동으로 바로 드러났다. 너무나, 당당하게 말해서, 당연히 알고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원래 놀리려고 한 거였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살짝 삐진 기색을 내비쳤을지도 모르지?
" 흐음... 간식으로 갈까. "
들켜버린 이상 다림이에게 옷을 추천받기엔 미안한 그런게 있었으니까. 다림이는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하더라도 죄책감 종류가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과자류를 파는 가게 쪽으로 가며 "그러고보니 저번에 준 코카콜라 젤리, 어디서 팔아?" 라며 다림에게 겸사겸사 물었던가.
>>42 긴 커뮤니티로 뒤처지지는 않았을까 고민 할 줄 알았지만 바로 잼마모토를 찾는 것을 보며 당신은 진짜다 라고 생각했다. 의료에 중점을 둘건지, 커뮤니티에 중점을 둘건지 아니면 정말로 다 뒤졌다 하면서 사오토메의 정점을 찍을지는 에미리 마음이지만 에미리의 진행에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사실 뭐든 상관 없어요." 호불호가 적은 편이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펩시나 코카나 다 상관없다.. 도 그런 것도 있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 떠본 것에 미끼란 말에
"옛날 영화에서는 미끼를 물어버렸다고 말하던 것이죠?" 맛을 살리려면 미끼를 물어부렀으! 지만 다림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려 했지.. 미안함과 동시에 삐진 것이라는 것에 간식은 잘 골라드려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콜라 젤리를 묻자 난처한 얼굴을 하며
"아.. 그거는 콜라 원액을 제공받아서 몽블랑에서 레시피 따라서 제조해본 거라서요." 그냥 파는 건 아니에요. 라고 말하며 다림은 콜라 원액은 파는 데 알아요. 식재료 상점에 가면 대용량으로 팔아요. 라고 말합니다. 거기에서 사서 채워넣고 탄산주입기랑 물이랑 섞어서 파는 게 리필 가능한 그런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나.
"초콜릿 쪽도 있고요.." 쿠키 종류도 있어요. 그래놀라 바라던가.. 사브레라던가. 초코볼이라던가. 치즈케이크나 말차케이크.. 구운 모찌라던가 그런 이런저런 것들을 말합니다. 요즘 여기에서 한정으로 팔고 있는 파이라던가요. 과일치즈 스프레드나. 고구마말랭이 종류 등등을 권유해보려 합니다.
문득 아마 나랑 만나고 가장 진지하게 말했을 그를 보며, 마찬가지로 찾아 와서 가쉬에 대해 얘기하던 은후가 조금 겹쳐보여 나는 부드럽게 미소지어 주었다. 오랫 동안 이어온 우정 관계는 소중한 것이지. 나는 속으로 그들의 우정이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랬다. 물론 그가 사고칠 때 마다 은후가 브레이크를 잡는 관계처럼 보였으니, 마음 고생을 좀 하긴 하겠다마는...
"어머, 정확하게 내줬다고 생각하는데."
우는 소리를 내는 그를 보니 심술이 잘 먹혀 들어간 것 같아서, 나는 드물게도 조금 짗궃게 웃으며 시침을 뗐다.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그 만남 어디에 '달콤가득'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나에겐 딱 지금 내준 에스프레소 같은 당혹감과 씁쓸함이 가득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하는건데.....그의 긍정적인 시각은 때때로 놀랍다.
"애초부터 말이지. 나한테 연인 있다는 소식 듣지 않았니? 그러니 작업을 걸어도 솔직히 곤란해."
백번 양보해서 내가 여자애 같다거나, 혹은 그가 남자라도 상관 없다고 치자. 그러나 이미 나는 연인이 있는 몸이고, 따라서 대상이 전제부터 달랐다. 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들어가는건 아니지 않느냐~ 따위의 논리를 제시한다면, 나는 아마 진지하게 정색을 할지도 모른다.....만. 다림씨와 은후의 말로는 나쁜 녀석은 아니랬으니. 그렇게 말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