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가볍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그렇게 말하려다가 나는 치마자락이 뒤집혔다는 얘기에, 마찬가지로 얼마전 가디언넷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그 일화를 듣고 '역시 선도부 불러야 되는거 아니야?' 라고 중얼거렸다. 이 얘길 듣는건 지훈이에 이어서 가쉬가 두번째다. 여러모로 파격적인 친구다.
"아하...."
말하는 흐름을 보건데, 그녀는 행운이 아마 굉장히 높은.....것 같다. 그러나 얼마전에 둘이서 얘기할 땐, 주변 사람들이 많이 불행하게 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쩐지 모순되는 그 차이에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어쩌면 주변의 행운을 흡수해서 자신을 부유하게 하느라 불행해지는 걸까....만약 그렇더라면 지난번의 이야기가 어느정도 좀 더 와닿는 것 같기도 하다. 허언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개구리들의 발명품은 그야말로 괴짜의 것이었으니까..."
무척이나 뛰어난 기술력으로 대체 왜 이런걸 만드는건지 알 수 없는 작품을 만든다. 그게 괴짜의 성질이라고 한다면, 개구리 외계인과 제노시아는 대체로 괴짜다.
"네에 나쁜 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개를 끄덕이다가 저도 갚아주긴.. 했을 거고요.라고 말하지만. 후에 일어난 가쉬가 마법소녀 옷을 입고 매-드 메카니스트를 상댛고 화현이랑 하는 일을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 선도부라는 것을 들은 다림은 그정도는 아닐 거에요.라고 말하며 변호해줍니다.
"저는 제가 그렇게 스테이터스가 높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는데 말이에요." "그냥.. F일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느릿느릿하게 쥐여져버린 마법봉을 흔들어봅니다. 뿅뿅쨘쨘! 마법소녀! 블루!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보며 쿡쿡 웃습니다만. 묘한 회한이 묻어날지도. 불행과 불운은 차이가 있는 편이기도 하고. 행운이 너는 살아.. 식이기 때문인 걸까요.. 그 차이점을 설명할 기회도 없고. 설명할 생각도 없었을지도.
"개구리씨들의 발명품은 좀 많이 신기하긴 했어요." 고개를 끄덕인 다림은 느릿하게 괴짜라는 것에 자신도 괴짜분류일까요? 라고 물어봅니다. 솔직하게 감상을 말하자면 너도 괴짜지... 맞아.. 괴짜에 충분히 들어가.
"그렇지요?" 고개를 끄덕이는 다림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길게 유지되네요.. 이거.. 뭔가 사라질 때 징조는 있긴 하더라고요. 약간 흐릿해지는 지직거림이 보인다거나요.. 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게 나쁜 사람이 될 이유는 아니란걸 나도 안다. 따라서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다. 남자라고 소리치며 방패로 내려찍었는데도 은후의 말에 의하면 그는 날 여전히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가볍게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만약 이 상태에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 오해를 푸는데는 더더욱 많은 노력이 들어가겠지.
"스테이더스는 겉보기로는 모르니까. 나도 별로, 신체 A 나 건강 S로 보이지는 않잖아?"
매력 정도는 솔직히 한눈에 딱 봐도 알법하지만. 그 외의 스테이더스는 겉보기만으론 잘 모르는 법이다. 특히나 행운 같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행운이 높은 사람은 처음 봤기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나는 이미 그녀가 그걸로 불행에 연관되있다는걸 안다. 따라서 적당히 대꾸하며 이 화제를 흘렸던 것이다.
"그 마법봉 귀엽네......글쎄, 다림이는 괴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따지자면 조금 가라앉은, 음울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솔직히 그녀의 행동에서 전혀 이해가 안가는 빈도가 높진 않았다. 그녀는 내 안에선 상식적인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범인을 찾을 가능성도 올려줄 수 있으려나?"
그녀의 의념을 이용해서, 그 테러에 가까운 택배를 옮겨둔 녀석을 색출할 수도 있는걸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504 (대충 그런거 없음이고 외전때 미즈시마를 꺼내게 된다면 나왔을 원래문체 예상문구나 꺼내본단 애옹) 짙게 가라앉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남자, 미즈시마 코헤이는 생각하였다. 이 지옥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우리’ 는 구조될 수 있는가? 간신히 아수라장이 된 도로에서 빠져나와 도보를 걷고 또 걸었다. 주변의 풍경은 가히 지옥을 방불케 한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찢겨나간 소매를 내려다보며 남자는 한숨을 뱉었다. 승진 기념으로 새로 맞춘 양복이었지만 지금은 언제 새로 샀냐는 듯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발버둥치고 발버둥친 끝에 살아남았지만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군대는 대체 언제쯤 도착하려는 건지 … 방위성이고 어디고 전혀 연락이 닿는 곳이 없으니 상황을 알 수가 없다. 허나 확실한 것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며칠만 참고 버틴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며 걷고 또 걷던 남자는 잠시 고단한 몸을 기둥에 기대려 하였다. 긴장이 한번에 쫙 풀려서인지 다리가 휘청이려 하였을까, 청사를 나온 이래 쉴 새없이 도망치고 뛰기만을 반복하였기에 이런 일은 당연하였다. 그러니 조금은 쉬어도 괜찮겠지, 조금은 … 아니, 아직은 아니다. 군대가 오기 전까지는 아니다. 살아남으려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여야만 했다. 저 문 밖의 괴물들만을 피해서 능사가 아닌 세상이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를 적으로 두고 싸워야 한다. 바로 등 뒤에 뭐가 날아올지 모르기에 남자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다시 발을 옮겼다. 옮기려 하였다.
아직……,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닙니다. 나는, 나 미즈시마는, 여기서 결코 죽지 않습니다. 죽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살아서, 반드시 살아 돌아갈 것입니다.
으득, 하고 이를 갈며, 남자는 두눈을 부릅뜨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당장 다음 몸을 숨길 곳을 찾아서. 군대를 기다릴 곳을 찾아서. 피해있을 곳을 찾아서. 그저 정처없이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