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손을 올린다. 느리고 툭툭 두들긴다. 마치 위로하듯이... 그에게는 피해가 없겠지만, 이것이 상대방을 동정하여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고급 기술! 그보다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더 강한 사람은 저랑 안 가요. 왜냐면 자기 수준에 맞는 의뢰를 가지..."
안타까움의 절레절레.
"뭐, 강하다! 라는 것이 압도적인 무력을 듯하는 걸 수도 있고... 장비의 강함, 경험의 강함, 레벨의 강함 같은 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 중 하나만 해당된다면 강한거지."
뭔가, 이렇게 말해도 공감이 잘 안되려나.. 흠..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실패했을 때와 성공했을 때를. 성공한다면, 근육, 보컬 트레이닝과 민첩성 훈련을 받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12,000GP는 덤으로 얻는 거죠? 의뢰 완수에 따라 경험도 쌓고, 레벨도 오르고 완전 좋죠? 그리고 제일 좋은 건 제가 마스코트 캐릭터로 들어오고요. 정확히는- 마빗 이 들어가는 거지만."
드디어 밝혀지는 마스코트 캐릭터의 이름!
"실패한다면.. 뭐... 안 좋은 점이 있긴 해요. 12,000GP가 날아간다! 아프다! 우울하다! 하지만, 실패해도 마빗이 마스코트 캐릭터로 들어온다! 각종 트레이닝을 받아서 수련도 가능하다! 그쵸? 성공하든 실패하든 얻는 게 있다면, 어느쪽이든 좋은 게 아닐까요? 둘 다 좋다면 기왕이면 더 좋은 걸 택하는게 낫죠. 안 그래요?"
말이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지금 축 늘어져서 내가 망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는 것보단, 성공하든 실패하든 뭔갈 얻으니 개꿀아님? 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라는 뜻
수상한 상자를 건네주자 다림이는 멍하게 열어버렸고, 잠깐 뒤에 그녀는......마법소녀가 되었다. 놀랍지만 현실이다. 푸른 마법소녀 복이 아주 잘 어울린다. 얼마전에 같이 간단한 의뢰에 갔을 때 그녀가 마법소녀 아이템을 쓰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정말이지 그 말대로인걸.
"응? 나? 왜?"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아니라 날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의아해서 올려보며 고개를 기울이다가.... ....잠깐, 내가 왜 올려보고 있는거지? 놀라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거기에는 지난번에도 한번 겪었던 신체의 내가 되어있는 것이다.
"히에에에엑 - !!!!!"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나는 팔짝 뛰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답해줄 여유가 있을리가 없다.
" 귀엽다. " 무심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귀엽다. 청천이가 귀엽다. 조심조심 하늘색 머리카락 위로 손을 가져가면서 슬쩍 눈치를 봤다. 처음 만난 고양이 쓰다듬는 것처럼...
" 청천이라서 청포도인거야? " 그럴 리는 없지만 살짝 말장난.
" 으응. 다녀와- " 하고, 아까 봐뒀던 자리에 미리 앉아서 청천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적당히 세련된 느낌이면서 고급지진 않은 카페라고 할까. 눈이 편하다. 갈색 나무 벽지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더 읽을 필요도 없지만 시간을 떼우려고 눈으로 읽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 카페 이름이 파란 하늘이라는 뜻이구나... 청천이 오면 얘기 해 줘야지.
워... 의외로 큰 피해를 입으시네... 하지만, 이런 오해는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고! 대체 누구야! 제노시아 학교를 이렇게 만든 녀석들은! 아프란시아 놈들!! 대항전이 오면 두고보자!!!!
"그거예요, 그거. 발목을 붙잡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보단 일단 어떻게든 해야지. 같은 거! 그거면 충분해요."
그가 내민 손을 잠시 빤히 쳐다보았다. 뭐지? 동료라고? 음, 보통.. 소년만화적인 클리셰로는 여기서 손을 잡거나.. 내치거나 해야 하잖아? 흠... 흠... 흠!!!!!!! 난 그런 오글거리는 거 잘 못하는데... 하지만 여기서 좀 더 호감도를 업! 시킨다면... 잡으면서 동료. 라고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잖아! 아니, 그 뭐냐 난 그런 거 잘 못해서... 음... 되게 어색해하며.. 손을 천천히... 천천히 뻗다가...
"아니, 그 뭐냐... 아, 아직은.. 음.. .아직은... 그... 음... 이이일단은 의뢰부터 갔다 온 뒤에 해봅시다. 아직은 쫌.."
"저는... 저는... 괜찮아요..." 치마가 짧지만 괜찮고요. 조이기는 하지만.그래도 예쁘긴 하네요... 라고 말하다가 부끄러운 것처럼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곤 진화 씨가 작아지고. 묘한 체형의 변화를 알아차린 듯함을 내려다봅니다. 다림이 키가 큰 편이고, 신겨진 신발에도 굽이 있어서 그런지. 최소 10센치는 차이나보여요.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네요..." 저야 두 번째니까 그나마 안도할 수 있지만(아니다) 처음이니까(아니라고) 그런 반응을 보이겠네요. 라고 생각하고는 진화의 어깨를 붙잡고는 진지하게 말을 하려 합니다.
"이 상태로 몽블랑엔 못 가요." 정말 진지합니다. 갔다가는 에릭 씨에, 에미야 씨에, 하루 씨에, 정훈 씨까지 있을 거라고요. 라는 침착한 말을 하면서, 게다가 진화 씨에게 작업을 걸었던 이가(알고는 있지만 일단 팔자) 진짜로 오해할 수도 있어요. 라고 말하는 눈 밑이 묘하게 검은게.. 이 마법소녀 의상을 입은 스트레스 때문에 약간 피곤해진 느낌이어서 그럴까요.
흠.. 방금 내가 한 말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뭔갈 깨달았으면 좋겠군... 아무튼, 손을 빼려는 순간에 내 손을 휙 낚아채서 자기 마음대로 크게 흔들며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번이랑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이게... 마법소녀의 힘인가... 정확히는 소년이지만. 은근 갭이 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며 손을 내뺐다.
"그래요, 그래요. 뭐, 웃는 얼굴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일단 잘생긴 건 좋은 거니까. 그러면, 워리어 구해지면 부를테니까 그동안 준비하고 계세요."
나는 당황에 빠졌지만 괜찮다는 말에 일단 솔직한 감상을 얘기해줬다. 그러고 보면 다림이는 마도를 사용할 수 있었지. 마법소녀가 되면 마도가 강해지는 걸까. 그렇다면 그 강해진 마도로 나를 다시 남자로 되돌려줄 순 없는 걸까. 어디선가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그런건 너희 같은 애들이 하기엔 고등 기법이다.' 라고 설명해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럼 내가 지금 왜 이런 꼴이 된건데 !!
"솔직히 말하자면 옷도 그래......."
원래도 남자치곤 작은 사이즈를 입긴 했지만. 지금 이 몸은 더더욱 작다. 그런 주제에 상체는 부풀어 있어서, 본래는 없었던 그 굴곡을 커버하기 위해 늘어난 와이셔츠는, 뭐라고 해야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남자인 내가 모르고 봤다면 '우와.....과감하네....'라고 할법한 꼴이 된 것이다. 와이셔츠가 아닌 면옷이었으면 배꼽티가 되었을테니, 무엇이 그나마 더 나았던 건진 나도 잘 모르겠다.
"절, 절대 못가!! 절대!!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풀릴꺼야!"
진지한 말에 나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리쳤다. 이런 꼴을 도대체 누구에게 보인단 말인가. 잘못하면 이상한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고, 나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방방 발을 구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