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시내...라면 상점가인가! 상점가 한적한 곳에 있는 한 가게에서 '성학교생으로 추측되는 학생이 자꾸 벽에 낙서를 하고 도망친다'라는 의뢰가 나와서 범인을 잡으려고 온 비아. 어쩌다 보니 그 앞에 있던 다이안을 마주치게 되는데... 라는 상황을 띵킹해보았는데 어떠십니까!
>>839 약간 개그 오해 수사물(?)같은 느낌이 되지 않을까요. 사실 [ 벽에 그려져 있는 그래피티는 가게 사장님이 그린 거였고 사장님이 잡고 싶었던 낙서쟁이는 그 옆에 졸라맨 그려놓고 도망치는 학생이었다! 범행장소로 돌아온 범인을 여차여차 잡고 진실을 들은 다음 마무리... ](드래그!)라는 느낌으로 끝내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
여기는 넓은 상점가 중에서도 좀 한적한 편에 속하는 한 가게 앞. 거기에서, 청월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는 나는 벽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친구도, 수수께끼의 약속상대도 아닌 바로 이 벽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은 범인! 그랬다. 다림이와의 쇼핑으로 가디언칩 잔고를 떠나보낸 나는 당장 빈곤해지진 않았지만... 아무튼 가디언칩에 일정 이상의 잔고가 남아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타입이기에 GP를 얻기 위해 의뢰를 받은 것이었다. 그 의뢰는 바로 '요즘 성학교생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자꾸 벽에 낙서를 하고 도망친다'는 이 가게 사장님의 의뢰였고, 나는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여기서 잠복하는 중이었다. 대놓고 있는데 그냥 호위의뢰 맡은 거 아니냐고? 최선을 다해 잠입하고 있는 거다. 아무튼 그렇다. 근데 진짜 이 벽의 그래피티, 그린 사람의 정신상태가 의심될 정도로 기괴한 원색이 뒤섞인 그림이다... 대체 세상에 얼마나 불만을 품었으면 이런 그림을 그리는 걸까. 가게에 들어가려던 사람도 이 그림을 보면 잠시 멈춰서서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아니, 그래피티 감상할 때가 아니지. 꼭 그런 건 아니더라도 상습범이고, 범행장소에 다시 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근데 진짜 가게에 손님이 하나도 안오네... 그렇게 봄바람을 맞으며 좀 기다리다가, 문득 내 눈에 키가 큰 한 명의 남자가 보였다! 왠지 벽을 부수러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니, 이게 아니라. 썩 말끔하게 생기긴 했지만 혹시 모른다, 저 속에 악질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혼이 들어 있을지. 나는 그 사람을 —좀 부담스럽다 싶을 만큼—빤히 쳐다보면서 경계하기 시작했다.
나는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손님1─너무한 호칭이라고 생각은 있다─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 무슨 일로 오셨나요? "
근-엄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장승 같은 느낌의 진지함으로 말했다. 이것이 K-문지기다...!! 그렇게 쳐다보고 있던 것도 잠시.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자마자 과할 만큼 빠르게 그쪽을 돌아보고, 이내 수풀에서 애옹거리면서 나오는 작은 고양이였단 것에 무안해져서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 크흠... 별일은 아니고, 요즘 이 주변에...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
낙서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잡으려고 서 있다- 라고 말하려던 것도 잠시. 나는 말을 끊고 다시 근엄하게 벽에 기대서 팔짱을 꼈다. 그야 이 사람도 용의자 중 하나니까.
음... 자연스럽게 넘기면서 용건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있다...라. 그냥 내 태도가 부담스러워서 그렇다 vs 범인이다! 두 개의 가능성이 있다. 놀랍게도 아직은 앞쪽이 앞선다... 왜냐하면 방금 내가 생각하기에도 좀 많이 진지했거든. 왠지 지금 서로 수상해하는 것 같다고? 기분탓이다 괴전파.
" 확실히 무언가 느껴지긴 하는 것 같네요... " 수상함이 느껴진다. 이 낙서에서 감명을 느끼다니. 예술감각은 다른 편이라지만...
" 마치 이걸 그린 사람의 혼과 정신이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범인의 혼란한 정신상태 말이다. 일단 반응을 보기 위해 칭찬같이 말해봤다.
" 아 맞다, 가게 오신 분인데 잡고 있었네요. 들어가실래요? " 참고로 이 가게는 잡화점같은 느낌의 이것저것 팔고 있는 가게다... 수상할 정도로 손님이 없단 거 말고는 특별할 것도 없다. 일단 사장님 앞으로 데려가보면 여기에 낙서를 한다는 그 성학교생과 닮은 점이 있는지 살펴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가만히 서 있기 심심한 거 아니냐고? 아니다. 이건 일이다. (만약 다이안이 가게에 들어갔다면 은근슬쩍 따라 들어가서 카운터 보고 있는 사장님과 수상한 눈빛교환을 했을 것이다. 대충 '갸가 갸가?' '아녀유 몰라유'같은 뜻이지만 아무튼 수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