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의 자세는 지훈이 취한 자세와 같습니다. 그 자세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확실히 검이 뜬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참격 중의 의식적으로 강한 힘을 담아 '베는' 것에 집착하다 보니 휘두르는 검의 무게나, 길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한 참격을 위주로 베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 뜬다는 말은 다른 게 아니라서 말이죠. 자신이 휘두르는 각도보다 미묘히 달라지는 것. 그 과정에서 멀리 뛰거나 휘청이는 것. 그걸 검사는 검이 뜬다고 하죠. "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한숨을 짧게 내쉽니다.
" 세준이가 부탁해서 보러 온거니. 왜? 라거나 이유 같은 거를 따질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거. 생각보다 깐깐한 사람들은 따지기도 하거든요. "
그녀는 말을 마지막으로 검을 집어넣습니다.
" 확실히. 왜 봐달라 했는지 알겠네요. "
그리고 그녀는 지훈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무언가에 뚫리는 것만 같은 냉기가 지훈을 꿰뚫은 직후. 지훈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그녀를 베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멈춰 있습니다. 그러나 휘두르는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빠르다 하더라도 그 거리에는 다다를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 당신. 마검을 사용하고 있군요? "
>>369 환자는.. 지금 하루가 배당받을 수 있는 환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노시아 보건부에서 단체로 파견을 나와 빠르게 정리가 되었군요!
>>371 호수를 나섭니다. 조금 꺼림칙한 기분이긴 했지만, 유독 아이가 긴장한 것 같은 이유가 있을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은후는 손톱을 가볍게 물어 뜯습니다. 여전한 버릇입니다.
>>370 청천의 머리가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갑작스럽게 치솟기 시작한 망념과 함께, 끝없이 차오르기 시작한 의념의 힘이 부족하던 판단력과 사고력을 깨우기 시작합니다. 먼저 하나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청천은 주위 의념을 하나하나 훝고 지나갑니다. 의념의 형태는 천천히 피어오르는 불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은 불이라는 뜻이 아니라, 거대한 캠프파이어를 밖이 아닌 안에서 지켜본다면 이런 형태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주위 환경의 변화입니다. 의념 시대에 들며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인공적인 비? 인공적인 태풍도 발생시키는 의념이란 힘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 그까짓 비 정도야 아무렇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청천이 살펴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곳의 의념적 형태는 불, 그리고 주위 형태적 특성은 화로. 즉 이 곳의 구성적 형태는 '화로'라는 형태를 띈, 주위 환경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기서부터 질문이 시작됩니다. 의념의 흐름은 여전히 세 사람의 의념을 계기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여 의념을 사용하지 않는 순간. 세 사람은 이 불길에 그대로 휩쓸려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자 여기서 질문하겠습니다. 방법은 총 세 가지가 발생합니다.
1. 세 사람중 한 사람은 확실히 빠져나갈 수 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이 행동 불능 상태가 되는 것. 2. 두 사람은 확실히 빠져나갈 수 있지만 한 명이 사망하는 것 3. 또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것.
그는 한지윤의 자세를 유심히 보다가, 뜬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살짝 탄성을 내질렀을까.
" ...검은 달라졌는데 습관을 고수하다보니 생겨난 문제점이군요. "
검의 무게나 모양이 달라졌으면 그에 따라 휘두르는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자신은 베는 것에만 집중하여 검이 뜨고 있다... 자신이 맞게 이해한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는 그렇게 이해했을까. 강하게 벤다. 이 오랫동안 가져온 집착을 버리지 못 하여 생긴 습관일까... 어떻게 고쳐야 할지.
" 세준이... 라면 부장님께서... "
순간 누군지 알지 못 했다가, 학교에서 도는 소문을 종합해보니 금방 유추할 수 있었을까. 지훈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가 이내 어두워져 미묘한 표정으로 바뀌었겠지. 왜. 는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어쩐지 제대로 보답도 못 하고 받기만 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미묘하다. 다음 번에 만나면, 뭔가 보답해드릴 걸 궁리해봐야겠는데.
일단 그건 차치하고-
" ...! "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검을 멈추었다. 내가 전력으로 벤다고 해도. 설령 의념기를 쓴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닿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 어떻게, 같은 질문은 어차피 소용 없겠군요. 백작님이시니... "
그녀 정도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그정도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거겠지. 그는 부정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으려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