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신비한 동물은 모두 친해질 수 있다. 인간은 친해지기 어렵겠지만 본능대로 사는 존재와는 누구보다도 친해질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연과 공생하는 후부키의 피를 받았기 때문이다. 친해질 수 없다면 놓아주면 된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믿으면서. 가면 속의 텅 빈 눈동자가 천천히 접혀 반달처럼 변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니까요."
"교수님이 자비를 베풀라 하는 이유는 아무리 미천한 존재라도 제각기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비를 주기 때문에 존재의 삶이 더 비참해지기 때문일까요."
후자라면 참 잔인하신 분이겠거니. 너의 목소리는 소년의 것이다. 제아무리 자비를 베푼다 해도 혼자 살아남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을 좋아한다. 자비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대로 자비를 베풀래요. 무자비는 지옥도라서, 이노리 슬퍼요?"
누군가 살려달라 빌면 살려줄 것이다. 그 앞날이 지옥길이언정 나는 살려주고 품어주며 자비롭게 그 앞날로 떠밀어줄 것이다.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삶을 선택했으니 그것이 가장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지옥길이라도 내 알바가 아니라는 소리다.
너는 빗자루를 보며 박수를 짝 쳤다. 높고 낭랑하던, 봄날같은 너의 목소리에 웃음이 담겼다. "와아, 빗자루!"
"와아! 빗자루- 교수님 빗자루 잘 타요? 이노리는 맨날 빗자루랑 싸워요? 6학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빗자루가 제멋대로야."
너는 교수님의 뒷자리로 올라타려 하며 재잘거리다 순간 우뚝 멈춘다. "..이노리가 빗자루를 못 탔던가?"
사감들은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물론, 건 선생의 머릿속에서 대다수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패트로누스를 불렀습니다.
건은 청룡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고 곤은 주작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습니다. 리는 백호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고 감은 현무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습니다.
요지는, 그들이 당신들에게 패트로누스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푸른 빛을 띄는 그 동물들은 사감의 목소리로 한 마디 말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모두 정전으로 모이세요
자, 정전으로 갑시다. 거기에서 사감들은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윤이 이상한 표정으로 서서 웬 서신을 읽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수에 맞춰서 디저트가 가득 올라간 주안상이 차려져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다들 안녕? 건 선생님이 모두 모이면, 이걸 읽으라고 하셨어. 오늘은 수업 없이 자유롭게 왕게임을 진행하세요. 왕은 1명에게만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위험한 명령은 내릴 수 없습니다. 왕의 명령을 불이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지개 음료를 먹이도록 하세요. .... 라는데.... '
먹으면 3분 동안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음료입니다. 윤은 당신들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막대기가 들어있는 뽑기통을 들었죠.
방 안에서 테마리를 안고 옆으로 누워있었다. 졸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궁이라도 햇빛까지 겨울의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던 네가 일어난 것은 패트로누스 때문이다.
"새 동물!"
아니다. 네가 제일 어려워하는 수업에서 배우는 것이다. 너는 정전으로 가라는 말이 어려운지 고개를 기울인다. 왜? 아-! 알겠다. 즐거운 일을 하려나보다. 사감 선생님이나 교수님의 말을 잘 들으면 재밌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갈래!"
너는 물을 마신다. 그리고 물병을 챙기고, 잠옷바람으로 우당탕 정전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즐거운 일이 일어나려나보다! 간식에, 재밌는 것이다! 게임은 좋다. 놀이는 늘 즐겁다! 오늘 선택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윤이의 설명에 네가 박수를 짝 치며 꺄르르 웃고, 펠리체의 명령에는 호기심이 들어 고개를 기울였다.
정전에 도착해서 윤의 설명을 듣고 팔짱을 낀 채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짓던 단태가 펠리체의 명령과 마시멜로를 보며 뽑기통에서 번호를 뽑았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첫 명령에 첫 희생자(?)가 될거라고는 말이다.
양갱 하나를 입에 넣고 번호를 확인하던 단태의 표정이 모호하게 설명하기 힘들게 바뀌었다. 꼭 뭐라고 하고는 싶은데 하지 못하는 그런 표정이었고 3번이라고 아주 명확하게 적혀있는 번호표를 살살 흔들며 펠리체가 건네는 마시멜로를 노려보듯 바라봤을 것이다. 저 가사는 왜이리 어려운건지. 단태는 마시멜로를 자신의 입안에 던져넣은 뒤 목을 가다듬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주단태는 노래에 젬병이다. 아마.
"Here comes a wave, Meant to wash me away
A tide that is taking me under
swallowing sand left with nothing to say
My voice drowned out in the thunder~"
첫음절부터 무너질 뻔했다. 마시멜로의 효과는 머글들이 장난칠 때 많이 사용한다는 헬륨가스인 모양인지 단태는 첫음절을 시작하자마자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입술을 꾹 깨물어서 터질 뻔한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목소리가 적응이 안되서 중도포기하고 음료를 마실걸 하고 후회했다. 간신히 웃음을 꾹꾹 참아내고 단태는 한손으로 얼굴을 싸쥔 채 열심히 노래를 부르기에 이르렀고-
"Speechless
Cause I'll breathe When they try to suffocate me
Don't you underestimate me
Cause I know that I won't go speechless
All I know is I won't go speechless
Speechless."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쯤 주단태의 표정은 예의 특유의 뻔뻔하게 보일 만큼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표정이 되어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수준으로 해탈한 건 아닐까. 노래의 끝마무리까지 거의 완벽하게 소화한 단태는 과장스럽게 모여있는 학생들을 향해 정중한 인사를 건네고 윙크까지 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3번을 뽑았던 것은, 우리 친애하는 여보. 지금의 자신으로써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바로 너였다. 언제 살벌하게 굴었냐는 듯 당신의 벌칙수행에 마냥 웃어댈 뿐이었다. 맙소사. 세상에. 노래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목소리가 다 깨는 것 같은건 역시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간신히 웃음을 가라앉히고 가볍고 경쾌하게 박수를 쳐 주면서, 호박 주스를 한 모금 들이킨다.
이윽고 다음 막대를 뽑은 주양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막대기를 흔들어보였다. 어라. 내가 왕이네? 하는 이야기와 함께. 허나 마냥 좋아할수만은 없었다. 이렇게 되면 벌칙을 정하는것도 일이다. 잠깐 고민하던 주양은 곧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초반이기도 하니까 막 나갈수는 없.. 겠지만.
"음~ 1번이 자기 자신한테 소노루스 쓰고 나는 빡빡이다 하고 외치면서 정전 두바퀴 돌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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