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전해지는 떨리는 느낌이 어째서 오늘따라 이렇게 선명한지 모르겠습니다. 방패를 쥐고 있음에도 드는 불안감과 순식간에 뜨거워진 공기의 온도는, 지하이기에 순환될 곳도 없어 그대로 모두에게 내려붙었고, 곧 뜨거운 온기에 땀이 맺히는 느낌마저 선명히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진화는 방패를 쥐고 앞을 바라봅니다. 도망친다면 아마 청천은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진화는 중간에 휘말리고 말 것이고, 성현 역시 쉽게 빠져나가긴 힘들 것입니다.
두 발을 땅에 고정한 채 진화는 묵은 숨을 뱉어냅니다. 뜨거운 공기가 밀려들어 몸을 뜨뜻하게 데우는 동시에, 진화의 의념은 예의 그 환한 빛과 같이 진화의 온 몸으로 스며듭니다.
바보같이 도망치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고, 그렇다고 바보처럼 맞서는 것도 능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킬 것이 있을 때에 도망치는 얼굴 대신. 묵묵히 맞서는 등을 보여줄 수 있기에 우리는 영웅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의념기
수호하십시오. 그대는 영웅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
강대한 의념의 힘이 그대로 방출되어 진화의 전신을 뒤덮습니다. 하나의 전신 갑주가 된 의념의 무거움이 전신을 짓누르지만 그 이상으로 토해내고 있는 의념의 강화가 진화를 버티게 하고 있습니다. 성현은 그런 진화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투지를 불어넣습니다. 성현의 세계, 성현이 눈으로 보아왔던 것들을 진화에게도 보여줍니다.
사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습니다. 이들에게 이 싸움을 강요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은. 아무리 유쾌하게, 즐겁게 삶을 살아가는 성현이라고 하더라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싸움이고, 그렇기에 이들은 말려든 피해자일 뿐입니다. 단지 가디언이기에 이들은 자신과 함께 싸우고 있을 뿐. 이들을 말려들게 해서 괜찮을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지나갑니다. 그렇기에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머릿속에 지나가는 것 역시 성현은 조용히 흘려보냅니다. 지금은 떠올려선 안 되니까요.
- 약하구나. 제 힘 하나 믿으며 달려들었다간 먼 후에도 날 이길 수 없을거다.
강대한 힘을 지니고도, 한없이 망가지며 쓰러졌던 그날의 기억. 싸움을 추구하게 되었던 그 기억을 묻어둔 채. 성현은 단지 앞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청천의 버프가 진화에게 들어가고. 아슬아슬하게 마도의 잔향이 이 곳에 퍼지고 있는 것을 청천은 느낍니다.
합동 마도
마도가 완성되었으니까요.
정화의 화로
그것은 작은 불줄기입니다. 단지 가는 불줄기가 쏘아져 진화의 방패 위에 가볍게 내려앉습니다. 그 거대한 의념의 흐름이, 비웃어 넘어갈 정도로 미미한 불줄기임에도 진화는 방패를 더욱 세게 쥐여잡습니다. 이유 모를, 성현의 손아귀가 어깨를 더욱 강하게 짓누르기 시작했으니까요.
곧, 내려앉은 불길에서부터. 이 공동 전체의 풍경이 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불. 불.. 불......
정화하라. 정화하라. 정화하라. 정화하라!!!!!!!!!!!!!!!!!!
불길이 세 사람을 그대로 끌어안아 화로 속에서 녹여냅니다! 불길이, 불이!! 여러분을 끌어안습니다. 이 불길 속에서 살아남아, 영혼의 모든 불순물을 태우고 나면!!! 그대들은 정화될 것입니다! 상태이상 '정화의 불'에 빠집니다. 해주할 수 없으며 두 턴이 지날 경우 행동 불능 상태가 됩니다. 그 이전에, 마도를 돌파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