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ues_auream: [ ‘정글에 어서 오시길’이라는 게이트를 알아? ] [ 아마 실제로 본 적은 없을 거야. 왜냐면 이 게이트는 환상의 게이트거든. 극소수의 가디언들에게만 표시된다고 하는…… ] [ 이야기는 길어. 아카데미 수석 졸업을 앞둔 어떤 가디언 후보생이 있었는데, 동기 중의 차석과 3석과 사이가 좋아서 항상 함께 게이트를 클로징하고 다녔대. ] [ 그 세 사람은 프로 가디언 못지않은 활약을 하면서 ‘삼총사’라는 별명으로 불렸지. ]
[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사람의 가디언칩에 나타나는 의뢰의 수가 줄기 시작했대. ] [ 의뢰의 종류도 소형, 심지어는 안개형 게이트 같은 허접한 의뢰들만 나타나기 시작했고. ] [ 고장인가 싶어 가디언칩 수리점에 찾아가 봐도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지. ] [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무리 의뢰를 찾아도, 가디언칩에 계속해서 ‘정글에 어서 오시길’ 게이트의 클로징 의뢰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야. ]
[ 그 사실을 삼총사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나머지 두 사람도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지. ] [ 점점 수입은 줄고, 실적도 줄어들어서 답답해진 그들은 갈등하기 시작했어. ] [ 의뢰를 찾을 때마다 나타나는, ‘정글에 어서 오시길’. ‘정글에 어서 오시길’. ] [ 그건 마치 치명적인 독사에게 물리고 나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찾아왔지. ] [ 가장 초조했던 건 역시 학년 수석인 그 사람이었어. 졸업과 동시에 대형 게이트를 멋지게 클로징하고, 정식 가디언으로 데뷔하면서, 연애 중이었던 차석 가디언 후보생에게 청혼할 계획이었으니까. ]
[ ‘정글에 어서 오시길’, ‘정글에 어서 오시길’. ] [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그 의뢰는 계속해서 나타났어. ] [ 하지만 동료 가디언들에게 물어봐도 금시초문이라는 듯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돌아왔지. ] [ 게이트 크기는 소형, 의뢰 보상은 0GP. ] [ 삼총사는 소형 게이트를 닫는 싸구려 의뢰만을 반복하며 버텼어. ] [ 하지만, 결국은…… ] [ 피할 수 없었어. ]
[ 삼총사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지. ] [ 결국은, 그깟 소형 게이트 따위 닫아 주겠다고 나선 거야. ] [ 따지고 보면 이 의뢰가 나타나면서부터 실적이 꼬이기 시작한 거니까. ] [ 그래서 세 사람은 게이트에 입장했어. 클로징 조건은 간단했어. 정글에 숨은 두 사람의 광인을 찾아내 처치하는 거야. ] [ 세 사람은 뿔뿔이 흩어진 채 수색을 시작했어. 가장 먼저 학년 수석이 광인을 찾아내었고, 몇 달 동안 실력 발휘를 못 해서 근질근질했던 나머지 곧바로 죽여 버렸지. 그 사실을 통신기로 보고하자 차석의 대답이 들려 왔어. ]
[ 그리고 수석은 뒤이어 다른 한 사람의 광인을 찾아냈어. ] [ 그와 동시에 차석도 광인을 발견했지. ] [ 학년 최고의 인재였던 그는, 소형 게이트만 닫고 다니느라 근질근질했던 나머지, 곧바로 모든 포화를 쏟아부어 광인을 죽였어. ] [ 그리고 그 사실을 통신기로 보고했지만, 이제는 누구의 대답도 들리지 않았어. ] [ 수석은 소중한 연인인 차석에게 통신기를 통해서 이야기했어.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고생은 끝이고, 결혼해서 앞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겠노라고. ] [ 하지만 그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어. ] [ 오직 광기에 가득 찬 자기의 목소리만, 방금 쳐죽인 광인이 지니고 있던 통신기에서 울려퍼지고 있었지. ]
[ 그 게이트는 성공적으로 닫혔어. 왜냐하면, 게이트 속 두 명의 광인을 죽이는 데 성공했으니까. ] [ 게이트 속 광인은, 바로 게이트에 들어간 가디언들이 서로에게 비치는 모습이었던 거야. ] [ 그 학년 수석은 몸이 너무 근질근질했던 나머지, 가디언칩의 망념 리미터를 깨부수고 수천이나 되는 망념을 써 버렸어. 곧바로 망념화가 일어난 그는 게이트 너머의 존재가 되었고. ]
[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그에게는 다행이었을지도 몰라. ] [ 가장 소중한 인간을 죽이고 생존한 이에게, 망각보다 나은 결말이 어디 있을까. ] [ 생각해 봐. ] [ 만약 당신의 가디언칩에 이 의뢰가 나타난다면, 당신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 같아? ] [ ▶ 정글에 어서 오시길. ]
아무리 사소하고 당연한 것이라도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거리감을 줄여준다. 단걸 싫어하는 사람 자체가 많지도 않겠지만, 그것을 서로 이야기하며 나누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거기에 단걸 좋아한다며 얼굴을 붉히고 말하는 모습... 귀여운 것은 둘째 치고, 이 점원씨도 싫은 것이 아니다. 나는 여기서 확신을 느꼈다.
"귀여운 점원씨 커피에 대해서 잘 아시는구나. 대단해."
카페의 점원인 이상 당연한 것이지만 그 당연한 부분을 분위기에 맞게 칭찬한다. 이런 작은 점 하나 하나가 이런 승부에 있어서는 중요한 것이다.
내가 뒤로 가서 어깨를 잡자 굉장히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쯤 머릿속이 새햐얘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겠지?(아님) 이런 연약(아님)하고 귀여워보이는 아이도 나쁘지 않다.
이어 귓가에 작게 목소리를 속삭이자 그녀(그)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히곤 작게 말했다. 캬라멜, 뭐?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걸 표현해선 안 된다.
조금 밀어붙이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단걸 좋아한다며 얼굴을 붉히며 미소 지은 점이나, 더욱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점 등을 봐서 지금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금이 바로 기회인 것이다...!
"난 우리 귀여운 점원씨가 내려준 커피라면 뭐든 좋아. 아, 미안. 내가 너무 가까웠나? 음~ 혹시 오늘 알바 끝나고 시간 있어? 커피에 대해 흥미가 생겨서 좀 배우고 싶은데... 오늘 [알바 끝나고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하면 놓아줄게. 어때?"
나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어깨를 가볍게 안마 하듯이 지그시 눌러주며 더욱 진화의 귓가에 가까이서 속삭이듯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