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즈키는 눈을 가늘게 찌푸린 채 밀짚모자의 챙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짜고짜 사비아와 은후를 찾아다니는 쪽은 수상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으니 기각. 마찬가지로 농사꾼이 절대 하지 않을만한 행동도 기각. 평범한 행동을 하면서도 게이트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챌 정도로 정보를 수집하긴 해야 하는데... 일단 전쟁이 끝났다고 했으니 이 마을에도 돌아오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있겠지. 이번 게이트에서 신경써야 하는 것이 그쪽일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이럴 땐 친구의 친구도 나의 친구라는 느낌으로 천천히 주위 사람부터 알아보는 게 나을까. 미나즈키는 모자에서 손을 떼고 자신이 아는 다른 농사꾼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평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실력으로 연주를 끝냈다. 역시 밴드부의 연주 끝나고 곧바로 내가 노래하는건 실력의 차가 느껴져 조금 부끄러웠다. 망친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구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며 반성점을 떠올리는 사이 보컬이 음색이 좋다며 즐겁다는 듯 이야기한다.
베이스는 너무 생목이라며, 기교가 없다고 한다. 윽. 사실 정곡이다. 기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하면 틀린 것도 아니지만 사실 기교를 넣을 줄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둘 다 원인일지도. 악기를 다루는 것도 아마추어라고 말하지만, 그것도 사실이니 어쩔 수 없지. ...아마추어인걸!
드럼을 치던 남학생은 배우면 되지 않겠느냐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밴드의 중심은 드럼이라던데, 정말로 그렇게 보이는군. 공교롭게도, 방금 부른 노래의 가수와 한 글자 차이지만 이름이 거의 동일했다. 묘한 인연이네. 하고 생각하며 나는 내 이름을 말했다.
미드나잇 사파이어 - 깊은 바다의 색을 담고 있는 검푸른 빛깔의 사파이어로 보이는 보석을 이용해 만든 팔찌. 우주에서 매우 희귀하게 채굴되는 SP-25153 를 가공해 만들었다. 팔찌 중앙에 노란 별 장식이 존재하며 누를 시 잠시동안 주변 존재들에게서 자신의 기척과 모습을 감추는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다. - 각자의 세계에서 상당한 값의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 미드나잇 사파이어 ] - 깊은 바다의 색을 담고 있는 검푸른 빛깔의 사파이어로 보이는 보석을 이용해 만든 팔찌. 우주에서 매우 희귀하게 채굴되는 SP-25153 를 가공해 만들었다. 팔찌 중앙에 노란 별 장식이 존재하며 누를 시 잠시동안 주변 존재들에게서 자신의 기척과 모습을 감추는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다. - 각자의 세계에서 상당한 값의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594 " 서른 일곱이라니, 거짓말도 참 잘 하셔요. 이렇게 어여쁜 서른 일곱이 세상에 어디 있을라고요. 화사하게 웃기만 하시면 서른 일곱은 무슨, 스물 일곱으로도 보이시겠는데요? "
보통 서른 일곱이 스물 일곱으로 보일 일은 없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은 어지간해선 젊고 예뻐 보인단 말을 싫어하지 않았다. 일부로 그렇게 말해준다는 걸 알면서도 기쁘게 속아주곤 했다. 왠지 친한 아주머니들이랑 얘기하는 느낌이 들어서, 진심과 농담 사이의 말투로 살갑게 이야기를 했다. 조금 뻣뻣한 게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이제 보니까 이 물건들이 올 장소를 참 잘 잡았구나 싶네요. 질 나쁜 도끼날은 좋은 숫돌로도 백날 갈아 봐야 광이 안 나는데, 빛을 낼 만한 사람들을 찾았으니 물건으로선 얼마나 좋은 일이겠어요. 참, 제가 여기에 물건 팔러 온 사람이긴 하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잠시 숙녀 분들의 시간을 빌려서 이야기를 나눠봐도 될까요? 실은, 와본 적 없는 곳에 올 때마다 그 지역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게 소소한 낙이랍니다. "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역할상으로도 이번이 첫 상행인데. 얼굴 빨개진 건 아니겠지 정말로? 이 물건을 쓰면 어떻게 된다느니,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나는 모르니까. 그 대신 상대가 들으면 좋을 만한 말, 일부러 하는 말인 건 알아도 웃어줄 만한 말을 하며, 은근슬쩍 화사하다는 말을 끼워 넣는다.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만한 비누와, 화사한 웃음. 이걸 쓰면 화사해진다는 거다. 그걸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고서. 빛나는 무구의 비유를 꺼낸 것도 의도다. 얼굴에서 빛이 난다, 라는 건 많은 장소에서 아름다움의 표현이니까. 그리고 소소한 낙이니 뭐니 하는 말을 꺼낸 건, 당연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마을의 이런저런 정보를 잘 알기 마련이니까. 전쟁... 도 끝났으니만큼, 민감하게 느껴지는 말은 아니길 바란다. # 입만 열면 그짓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