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복도를 지나 도달한 어느 구역.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문이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찬후 선배가 문을 열어주자, 서서히 열리는 문을 통해 길고 거대한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신선들이 노닐것 같은 풍경, 무성한 산과 흐르는 강, 끝 없이 펼쳐진 안개. 그 위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 하나까지, 어울리는 것까지 모든 것을 그려낸 이 그림에는 그림 속에 그려진 인물 개개인의 삶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움직이진 않지만, 움직이는, 실제의 삶은 없지만, 실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삶에서 누군가는 불만을 느끼고, 누군가는 만족하며, 누군가는 더 나아지기 위해... 혹은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건... 그러니까..."
아니지.. 압도되지 마라!! 나는 찬후 선배를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감정을 느껴라!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야. 그러니까, 가볍게.. 즐기자. 하지만, 그 여운은 가슴 깊숙히 남기는 거야. 감정. 제일 중요한 감정을 느끼자. 지금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을 이 풍경. 몇십 혹은 몇백년동안 자연 그자체로 흘렀을 물줄기와 안개가 자욱한 산의 모습.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 이 시대에는 없는 풍경이지.. 삶을 사는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이런 풍경도... 하지만, 우린 이런 풍경을 원하지. 산처럼 높이 솟아올랐지만, 물줄기는 흐르지 않으며, 신비스럽지도 않고, 그저 사람들을 잔뜩 수용하기만 한 아파트와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류가 없는 이웃... 다른 이의 마음도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도 무시하며, 그저 살아갈 뿐인 사람들. 다른 사람에게 목적을 부여받고, 부여받은 목적을 위해 살아간다... 라던가...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누구나 한 번은 생각하잖아. 그런 생각... 이것을 그린 사람은, 이런 삶을 원했을까.. 이상향?
"여기에 오기 전에 선배가 말씀해주신 그.. 거친 표현에 대해 확실히 이해했어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가, 이것에 깃든 감정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가... 자연물은 웅장하며, 거친 표현으로 온 몸에 확 닿고 있어요. 자잘하게 표현한 집은 이 자연물 앞에선 보잘 것 없다는 느낌이 들지만, 자세히 보면 그러한 사람들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듯..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불만을 지닌 얼굴, 만족하는 얼굴, 기뻐하는 얼굴... 그런 것들이 보여요. ...최소한 저는... 그렇게 느끼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과감한 것도 아니에요. 세밀하고, 부드럽고, 과감하고... 또... 그 뭐냐... 계속 보고 있으면, 안심되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찬후선배나 손유선배랑 같이 있을 때 느끼는 건데... 그래! 자상해요."
찬후 선배가.. 왜 그림을 폐기했는지 알겠어. 이것은... 이러한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린 것 같아. 작은 부분부분마다 각자의 의미가 있고, 감정이 있어. 그것들을 담아낸다는 것은.. 단순한 의념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삶을 직접 보고 듣고 겪어야 해. 아니면, 깊은 이해력이.. 필요하거나...
"선배의 심정이 이해 돼요... 작은 표현 하나하나에 깃든 감정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아요.."
>>435 상행과 호객은 별개입니다. 상행은 돈을 벌고, 거래를 하는 것에 대한 여러 지식들이 포함된다면 호객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비아가 할 수 있는 호객 행위로 가장 좋은 행동이 있습니다. 자신의 물건이 얼마나 좋은지, 다른 물건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해보는 것도 방법이라 할 수 있겠죠?
>>436 이번 환자는 한쪽 눈을 가린 채입니다. 다만 눈 아래에 진득하게 붙은 피나, 환자의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에도 오른쪽 팔에 보호대를 착용한 채인데, 꽤 고통스러움에도 별다른 말을 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 ..거. "
환자는 입을 열어 하루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난 눈만 고쳐주면 돼. 헌터거든. "
그는 자신의 팔은 괜찮으니, 눈의 복원 수술을 요청합니다!
>>437 호수로 이동합니다.
햇빛을 받아 긴 천 위로, 반짝이는 모래를 뿌린 것처럼 아름다운 호수로 찾아갑니다. 호수에는 몇몇 아이들이 멱을 감고,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아이들이 눈치를 챈 것처럼 보이진 않군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써본 적도 없는 물건들을 본 적 없는 다른 물건들과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좋은지를 광고하면서 호객을 해야 한다니(머리 뜯는중) 영성강화를 해보기엔 망념 71이라 지금 자칫하다간 게이트 안에서 의념 끊어지게 생겼는데 일상 마무리가 안되서 깎지도 못했고... (흐릿)
>>452 찬후는 그림을 바라보며, 입에 살짝의 미소를 띄웁니다. 복합적입니다. 즐거움이나, 여타의 감정들이 아니라 그 미묘한 감정들을 흘려보내며 찬후는 그림을 바라봅니다. 이것은 그 시대의 이상향이기도 하지만, 현 시대의 이상향이기도 합니다. 오직 내일의 삶의 걱정만을 지닌 채. 삶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그림과 같이 '이상향'을 바라는 믿음이 모여 이 물건에는 인디고라는 색이 부여된 것일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림을 그린 이와 보는 이 모두에게도 바라 마지 않는 것이 될 것입니다.
찬후의 미소가 스쳐 지나갑니다. 길지 않았던 미소가 지나고, 곧 문이 다시금 열리기 시작합니다. 백색의 한복을 정갈히 차려 입은 채, 젊은 서생의 얼굴. 그 표정은 짐짓 깐깐해 보이면서도 그만큼 꼼꼼한 성격이 눈에 띄는 것만 같습니다. 등에는 커다란 붓을 메고 있는데 그 붓의 형태가 더없이 그에게 어울려 마치 당연한 물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키는 6척은 충분히 넘은 듯 보였고 등짐은 진 채,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은 선비의 기상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얼굴을 보고 찬후는 천천히 고갤 숙입니다.
" 아버지 오셨어요. "
그 인사에 신 한국 문화부 장관, 천황도사 김재하는 가볍게 고갤 끄덕입니다.
" 그래. 강녕한 모양이구나. " " 저야 언제나 그러니까요. 아. 이 쪽은.. " " 말하지 않아도 된다. "
김재하는 화현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갤 끄덕입니다.
" 그림이란 것의 첫 벽은 넘은 모양이구만. 반갑네. 천황도사 김재하라 하네. 편히 선배라 부르시게. "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옵니다.
" 만난 김에 악수나 하도록 하지. "
>>460 허수아비는 그냥, 강화가 되었을 뿐입니다.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요?
>>463 곧 환자가 누울 수 있는 침대가 마련되고, 하루는 자신의 의념을 둘러 주위 환경을 수술에 용이한 환경으로 변화시킵니다. 실시간으로 망념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지니만큼, 오랜 시간을 유지하긴 힘들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묻겠습니다.
눈이라는 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입니까? 단순히 눈을 치료한다만 한다면 그 사람의 '눈'이라는 기관이 가지는 목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거나, 너무 다르거나, 너무 좋지 않은 기능을 가진 눈만을 복원할 것입니다. 이 환자에게 맞는, 이 환자가 바라는 '원래'의 눈은 어떤 눈일까요? 그것을 분석하여 수술을 완수하십시오. 수술의 시작은 관찰이며, 그 마지막도 관찰로 끝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