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해서 너무 강경하게 남의 상처를 헤집은게 아닐까, 하는 그런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와 함께 카페에서 일하게 되면서 여러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 기다림이란 인물은 더 이상 남이 아닌 것이다. 사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그 거리감에 멀리하기 보단, 캐물어서라도 알고 싶었다. 따라서 나는 미안하단 말로 내뱉은 말을 되돌리며 수습하지 않고, 그녀가 입을 열 때 까지 조용하고 진중한 태도로 기다렸다.
"......그런가.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침묵을 유지했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 주변의 친한 이들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해를 가한 지금의 상황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인가. 마음만 같아서는 그런 것은 우연일 뿐이며 네 잘못은 없다, 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것은 너무 얕은 말이다. 그런 말로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 확신에 가까운 자책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녀의 과거엔 기구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겠지. 따라서 나는 그런식으로 달래진 않기로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이해는 가. 나도....가끔 참혹한 현장 속에서 스스로만 살아 남은 것에 다른 사람들에게 죄스러운 감정을 느끼고는 하니까."
물론 나와 그녀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녀가 아픈 과거사를 얘기했던 만큼, 나도 조금은 쉽게 밝히기 힘든 심정을 얘기하며. 나는 조금 더 고민에 잠겼다. 무엇으로 얘기 해야할까.....이윽고 나는 해답을 내렸다.
"아까 나랑은 친한편이라고 얘기했었지? 그리고 그 말대로면, 나도 언젠간 위험해질지도 모른단거네."
그녀의 불안은 결국 그런 것이다. 사람을 싫어하는게 아니면서도 애매한 거리감을 유지하려는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내릴 답변은 지극히 단순하다.
"그럼 나랑 내기하자. 어차피 카페에서 계속 같이 일하게 될테니까. 눈치보지 말고, 실컷 친하게 지내자. 그 대신 약속할게. 나는 절대 네가 불안해하는, 그런식의 최후를 맞지는 않겠다고."
뭐어, 하고 볼을 긁적이면서 나는 계속 이야기 한다.
"물론, 그런 과거가 있다면 바로 믿기는 힘들지도 몰라. 그래도 계속 지켜봐. 무언가 사악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 네게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런 것에 꺾일 생각은 조금도 없어."
허세에 가까운 말이다.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난 인물이었던가? 나는 울보에 겁쟁이고, 한번 도망쳤던 열등생이다. 그러나, 그래도. 영웅을 꿈꾼다면. 적어도 친한 사람의 불안 앞에서 한심한 소리를 할 순 없다. 사악한 운명 같은 것을 이겨낼 각오가 없다면, 영웅 같은건 애초에 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에게,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학원도 이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좀 다를 거라고 믿고 싶었는데..." 그렇게 공격했다는 게 생각나네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는 진화의 심정을 듣습니다. 그러한 일이 있다는 것이었을까? 이해할 수 없는 듯 있는 듯..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말에 아닐 거라고 믿고 싶은 것 뿐이에요. 라고 답합니다.
"....." "우와. 여자친구 있다는 거 몰랐으면 플러팅으로 여길 법한 말 하신 거 알아요?" 은근 주위 사람들 중에서 플러팅 고수가 많은 느낌을 받으며, 내기라는 말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가 풀었습니다. 내기같은 건 이 학원도 와서 이긴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학원도에서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하려 하면서도, 거리를 두려 생각한 제가 거리를 조절을 못한 것에 가까워요." 의념 각성자와 의념 각성자가 아닌 이들의 차이점이 있는 만큼 친해도 상관 없을까. 라는 건 있었어요 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거리를 두려 했던 거에요." 혹시..잖아요? 왜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말하는가 싶었는데. 내기는 못 받아들여요. 라고 말합니다..를 위해서였을까? 혹시 몰라서 내기에 제가 이기기라도 하면 그거. 그 후폭풍 어떻게 하실 거에요? 라고 말하며 자신만만한 진화를 바라보는 눈은 조금 치켜올라간 빤히 쳐다보는 그런 눈이었습니다.
버스에서 참치김치찌개 냄사가 나서 배고파요... 맑게 끓인 김치찌개에 밥 말면서 참치살코기 분해하고 국물 머금은 밥 한 숟갈 떠서 김치찌개의 김치 올리고 오징어젓갈 올려 먹고싶다.. 약간 시고 맵고 고소한 그 맛과 씹으면 오징어젓갈의 매콤하고 짠맛이 국물따라 입 안 전체에 퍼지는거 츄릅
"뭐, 그렇다면 흔들리는건 이해하지만....아까도 말했듯 이번 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죽어버린 사람도 없으니까. 어쩌면 그게 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다림이가 원치 않았어도 불행은 닥쳐왔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 불행에 비참하게 죽거나 다치기만 하는 인물들이 아닌 것이다. 그녀가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그 때의 일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지금은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진 것. 그것 자체가 이미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게 아니냐고 나는 다른 관점에서 주장했다.
"에, 엑...난 그런거 몰라. 해본적도 없고. 그럴 의도는 없어."
플러팅은 분명 여자를 꼬시는....그런 종류의 행위가 아니었나? 나 같은 녀석이 여자를 꼬신다던가, 그런건 생각해본적도 없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소중한 연인이 있는 이상 바람을 핀다거나 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애써 해명했다. 남녀 사이의 관계가 꼭 연애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동료나 친구로써도 친하게 지내고 걱정도 해주는 것은 분명 찔릴 구석이 없는 건전한 일일이라고 믿는다.
"흠, 그런가."
그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와 결론을 듣던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그럼 그 부정은 받아들일 수 없어."
나는 다시금 시원스럽고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정말 거리를 두길 원해서라면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어. 그렇지만....'혹시 몰라서' 라는 명목으로 거절 당하는건 납득할 수 없네. 다림이는....내가 보기엔, 정말로 사람과의 관계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느껴. 그럼 난 포기하지 않아."
만약 그랬다면 그녀는 이런 귀찮은 화제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저, 아까전에 '네. 그럼 내일부터 잘 부탁 드려요.' 라고 얘기했다면 충분했다. 나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면, 이미 깔끔하게 선을 그을 장면들은 많았던 것이다. 그런식으로 그녀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라면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겠지만, 불안감에 떠밀리듯 거절 당하는건 납득할 수 없다. 왜냐면 이 쪽은 진심을 전하고 있는 것이니까.
"왜냐면 워리어란 역할이. 내가 꿈꾸는 영웅이란 존재가. 그런 불안을 신뢰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날 친한 동료로 생각한다면."
나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금 쾌활하게 웃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자신감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하자. 내기. 혹시 몰라서 따윈 없이, 내가 반드시 이길테니까."
그녀의 운이 범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나, 이 내기는 질 생각 같은것은 없었다. '혹시나' 따위에 패배할 정도로 무른 각오로 영웅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