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민 손을 바라보는 아이의 행동에 은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빨리 잡으라는 듯 손가락을 가볍게 까닥거렸지만…. 소년의 생각은 어긋난 채로, 가쉬는 은후의 손을 잡지 않았다.
가끔은 선의가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올 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지금 이때일 뿐이고. 신경 쓰지 말라는 말에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저앉은 아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칫 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린다.
"알았어, 괜한 참견이었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적어도 지금은.
비록 이 보육원은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지 몰라도, 누나가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오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보편적인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에 화를 내는 것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누나가 속상할 일도 없도록 할 거야. 그러기 위해선 뭘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가쉬에게서 몸을 돌려 걸어 나간다- 당황한 아이들은 수도도 잠그지 않고 돌아간 모양이다. 아직도 물이 뿜어져 나오는 호수를 바라보다, 개수대의 수도꼭지를 잠그며, 다시 다른 아이들이 올까 봐 건물의 입구 쪽을 멍하니 바라본다.
다림은 천천히 기숙사 침대 안에서 침잠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도 사람 사는 느낌이 안 나는 곳이었지만. 요 며칠 사이 침대와 욕실 말고는 대부분의 공간이 쓰여지지 않아서 더 사람이 안 사는 듯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을 겁니다.
"...." 악몽이 가끔 당신을 괴롭게 할 때가 있어서 실제적인 기분은 최악이었지만.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달라진 것 없으려고 노력할까요. 화장대에 앉아서 데일리를 해보고는 화장수로 지운 뒤, 거울에 비친 창백한 얼굴을 노려보다가 교복 차림으로 침대에 앉은 순간 누군가가 찾아온 것을 노크나 벨로 알아차렸을 겁니다.
"아. 안녕하세요." 문을 열어주려 합니다. 진화 씨가 찾아오다니. 어떻게 아신 건가. 라고는 해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겠지요. 어서오세요 라며 평소의 말투로 맞이합니다. 음료는 뭐 드실 건가요? 라고 물어보면서 오렌지주스랑 물이 있어요. 라네요. 평상시처럼 보이려고 노력은 하는구나?
나는 현재 여자기숙사 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여자친구의 방에도 가본적 없는 내가 왜 이러고 있냐면, 같은 동료인 다림씨의 상태가 요즘 아무리 봐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숙청 여제 이후 사건부터 얼굴을 피고 다니는걸 잘못봤다. 사고를 저지르고 에릭처럼 뻔뻔하게 구는 것도 탐탁치 않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울적해있는 쪽이 훨씬 더 부담스럽다.
"아. 다림씨. 별건 아니고 요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문을 연 그녀에게 병문안 선물로 어울릴법한 과일 셋트를 들어 올려 보여주면서, 방문 목적을 알린다. 그러면서 나는 내심 빠르게 그녀의 기색을 훑었다. 평소처럼 보이려고 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나....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평소에도 창백한 편이지만,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고 할까.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는게 느껴진다고 할까.
아마 문은 금방 열렸을 겁니다. 잠을 설쳤다가 다시 잠들려 했다.그런 거였다면야 좀 느적했겠지만.
"안녕하세요 진화 씨.." 하필 또 마지막에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놓은 사람이 진화씨였다는 점에서 조금.. 울적하고 기분이 가라앉다 못해 진창으로 처박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죄송하고 잘못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그게 있다는 거지요. 과일 세트를 보고는 그런 거 없이 찾아오셨어도 괜찮은걸요... 라고 말을 하고는 들어오셔도 좋아요. 라고 답합니다.
"상태.. 아. 몸은 괜찮아요. 보건실 분들께서 매우 확실하게고쳐주셨어요." 라고 말하며 다른 분들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지 않은 것도 다행이지만요.. 라고 말하면서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더니.
"진화 씨는... 괜찮으신가요... 일이 그렇게 벌어져서 죄송합니다..." 쭈뼛쭈뼛 말하는 말이 죄송합니다.. 라니. 글러먹었어!
노아는 아프란시아의 재능충 NPC다. 올 A스탯, 그러니까 솔직히 나보다 게이트에서 쓸모있어. 게임을 잘하고, 후배 캐릭티이며, 진석이와 썸씽이 있지. NPC 연플의 교과서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나 해야 할까.
하나미치야 이카나, 에릭의 여인들 중에서 승리한 히로인. 에릭 레이드 끝에 현재는 연인 관계이고…… 여우 귀 달려 있다는 그 NPC가 이 녀석이야. 그 외에는 시선 NPC인 메리 하르트만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상장폐지다.
하루카사는 이미 이루어져 있으니까 넘어가고…… 아, 릴리주 이하의 신입들은 카사주랑 함께할 기회가 얼마 없기야 했겠군.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야생소녀와 천사표 소녀 백합이야. 존귀하지? 하루 씨는 카사 씨를 키우려고 대저택까지 장만했거든.
지훈비아와 정훈은후는 아직 고록이 오가지 않은(정식으로 캐릭터들 간에 연플이 맺어지지는 않은), 그러나 오너들 합의 하에 이미 연플을 맺기로 약속되어 있는 조합이야. 사실혼 같은 거라고 생각해. 원래 이런 케이스가 상판, 아니 커뮤 계열을 전체적으로 통틀어서 드문데…… (고록 없이 오너 합의만으로 찜꽁해 놓으면, 그 캐릭터를 좋아할 수도 있는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 가로채기가 될 수 있으니) 이 어장의 특징인 셈이지, 뭐.
그러니까 상기 조합은 이미 공인된 썸씽 이상이니까 안심하고 언급해도 된다는 말이야. 원래 성사 전까지 연플 관련한 내용을 대외비로 두는 건 설레발을 쳤다가 망했을 때의 후폭풍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