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칭으로 받아들이려 하다니 바보네. 그 말을 들은 시원의 표정이 잠깐 사라졌습니다. 무언가를 감추려 하기보다는 정말로, 아무 감정도 없어서 아무 표정도 지을 수 없는 사람처럼요. 그러다가 다시 웃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미안해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효과적이지 못 해 유감스러운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전히 시원은 위축되었고, 소심한 태도를 보이며, 당신을 무서워하고 있어요.
"말만이라도 고맙다고 해주셔서 고마워요......"
령의 속마음이 전혀 고맙지 않다는 건 눈치챘지만, 그것이 비웃기 위한 반어적 표현이 아니라 그냥 빈말일 뿐이라고 해석했나봐요. 그렇지 않다면 시원이 당신에게 고맙다고 말했을 리가 없겠죠. 그러다가 당신이 허리를 곧게 펴고 하는 말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잘못 해석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한 일 만들지 말라 당신이 말하건만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담는 시원이었습니다.
"고, 고맙... 히익!"
당신의 얼굴 귀 쪽에 가까이 올 때부터 얼어붙었던 시원, 귓가에 바람이 불자 어깨가 크게 튀며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당신이 원하던 반응이었을까요? 적어도 시원은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음이 너무도 명백한지라,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리고 싶은 걸 꾹 참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건 여러 양아치 무리가 자신한테 신체를 댈 때에도 마찬가지였고요. 어린아이들이 귀엽다고 만져대는 손길에 소동물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놀리려는 의지 다분한 신체적 접촉에는 시원이 어떻겠어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 하하, 하... 어, 어쩔 수 없죠...... 사실 저도, 네, 원래는 같이 가고 싶었었거든요......"
누가 보아도 같이 가기 싫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여전히 표정은 웃는 낯이었지만요. 뻗뻗하게 굳은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시원은 령과 령의 무리를 이끌고 자신의 반으로 가려고 합니다.
표정이 사라진 시원의 볼을 장난감 건드리듯 툭툭 손가락으로 건들였다. 어떤 생각이나 의미가 담겨있는지는... 글쎄요. 애초에 그는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양아치입니다. 해탈했냐고 물어보는 거 같기도 하고, 별로 재미없으니 표정 바꾸라는 거 같기도 하고, 반대로 그 표정 좀 웃긴다는 거 같기도 하고..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로 바라보는 표정은 항상 상대에게 알아서 잘 해석해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밖에 잘 모르겠네요. "난 사과를 원한 게 아닌데." 틀렸다는 듯이 혀를 찬 진령은 싸늘하게 웃습니다. 오늘도 짜증나네.
"너, 죄송하단 말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팬다?"
사실, 진령의 가까운 사사람들이 아닌 이상 모르는 것 중에 하나는 진령이 사과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러 번 사과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를 마주치면 신경에 거슬리지 않게 납작 엎드려 사과를 외치지만 사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신경을 거슬리는 짓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며 그와 가까운 양아치들은 비웃거나 안타까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 잘못했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에서조차 아무 삭하도 안 하면 안 된다. 그럼 맞는다.
"흐아..."
귀가 바로 앞에 있는 시원마저도 작게 들릴 정도의 아주 작은 웃음소리를 흘린 그가 벌벌 떠는 그에 즐거운 기색을 흘렸다. 겁쟁이. 툭 단어 하나를 던진 그가 낄낄 웃었다.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안타까운 생명체를 보듯 바라본다.
"여러 번 당해봤을 텐데 아직도 곧이곧대로 말하는 게 한결같네. 반대로 말하지 그랬어. 그럼 나랑 단둘이 있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 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단둘이 같이 있어줬을 텐데. 뭐, 이번만은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으니 좀 봐줄까."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주겠다는 태도로 손을 휘적이자 같이 걷던 양아치들이 우르르 떨어져서 그들끼리 떠들면서 알아서 어딘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