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난 후의 학교란 긴장감 따위 없이 모든 것이 여름날에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자습 시간이라 칠판에 적어 두고 교실을 나간 해당 교시의 선생님도, 그 시간에 공부가 잘 될 리 없는 학생들도 전부 햇볕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의욕이 휘발된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서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는 원래도 수업 시간에 좀처럼 집중하지 않는데 자습이라고 잘 할 것 같은가. 누가 봐도 책을 펴기 싫다는 태도였지. 상반신은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채로 가끔 자세를 바꾸고, 하반신은 의자에 그리 단정치 못하게 앉아 다리를 소리가 안 날 정도로만 달달 떨고 있었다. 시간 더럽게 안 가네. 서진은 핸드폰을 꺼내 아라에게 톡을 보냈다.
[아라아라 뭐해. 공부해?]
애인과 같은 반이라는 특수성은 이럴 때 특히 맘에 들었다. 상대방이 뭘 하는지 뻔히 보면서 지금 어떤 거 하냐고 물을 수 있다는 것.
[난 공부 안 하는데.]
의자에 앉으면 다리 떠는 버릇이 좀체 고쳐지지를 않았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복이 나간다고 한다면 아마 자신의 명줄은 진작 끊어졌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 서진이었다.
올곧은 자세로 교과서와 노트에 손을 왔다갔다 하며 평소처럼 공부를 하고 있던 아라는 핸드폰이 울리자 슬쩍 주변을 살피다가 문자를 확인하곤 얼굴에 살며시 홍조를 띄운 체,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열심히 타자를 입력해서 보낸다. 시간을 확인하니 끝날 때까지는 몇분 남지 않았으니까 딱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 배라도 고픈거야? 조금만 기달려! 🤗 나 오늘 도시락 맛있는거 싸왔어! ]
또 자그마한 손으로 열심히 타닥타닥 문자를 작성해 보낸 아라는 굳이 메세지를 보내놓고도, 몸을 살짝 돌려선 서진에게 고사리같은 손을 끌어모아 '아자아자!' 하는 포즈를 해보이곤 베시시 미소를 지어보인다. 깔끔하게 묶은 붉은색 양갈래머리가 살랑살랑, 아라의 몸짓에 맞춰 좌우로 흔들린다.
' 알았지? '
차마 자습시간이라 소리를 낼 수 없다 생각한 것인지, 입모양으로 귀엽게 말을 덧붙인 아라는 환하게 웃고는 다시 올곧게 공부를 하던 자세로 돌아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하던 것을 얼른 마무리 할 생각인 듯 했다.
>>77 혹시 시원이가 령이의 깔로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농담입니다 내... 내가 진령의 멘티?! ㅋㅋㅋㅋㅋㅋㅋ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이상 아마 시원이도 령이한테 필요 이상으로 접근하려 하지는 않을 것 같네. 겨우 얼굴만 아는 서먹한 멘토멘티 사이인 걸로 정리하면 되겠다! 나는 하고싶은 이야기는 다 했는데 진령주는 더 논의하고 싶은 사항 있을까??
퍽, 퍽, 하고 걷어차는 소리가 골목길에서 울려퍼졌다. 아래에 웅크리면서 가만히 맞고 있는 양아치들을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쉰 청발로 염색한 양아치는 곧 흥미를 잃었는지 무자비하게 내리꽂던 발길질을 멈췄다. 아래에 웅크려서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눈치를 보던 양아치들은 일어서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후다다닥 일어서서 뻣뻣하게 굳은 차렷 자세를 취했다.
"죄, 죄송합니다..." "등굣길부터 기분 잡쳤네. 너 때문에 지각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변상할 거야? 응?" "아하하하, 령아, 좀 봐줘라. 명찰 색깔 보니까 아직 1학년일텐데 장래가 아깝잖아?" "그러면 네가 대신 변상하든가, **." "우왓, 그건 좀. 나 네 히스테리를 하루 종일 감당할 자신은 없어!" "그럼 **." "예히~."
어깨동무를 하는 금발로 염색한 양아치의 팔을 먼지 털듯 털어버린 청발의 양아치의 기분은 한층 더 추락한 듯했다. 처음에는 구원자를 바라보듯 금발의 양아치를 바라보던 다른 양아치들의 시선은 뒤로 갈수록 원망의 시선으로 바뀌어갔지만, 금발의 양아치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소리없이 또박또박 입을 움직였다. 뭘 봐, 죽고 싶어? 그러면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더욱 확실한 의사소통 전달에 힘쓴 금발 양아치는 환하게 웃었다. 눈치 빠른 1학년 양아치 한 명은 일부러 부추겼다는 것을 눈치채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우리한테 왜 그래요, ** 놈아...
"사과 사와." ".....네?"
퍼억!
"꼭 내가 두 번 말하게 해야 해?" "다, 당장 사오겠습니다!"
"쟤네 저대로 도망가면 어쩌려고?" "담배 피는 양아치 주제에 교복은 제대로 입었던데 뒤져보면 제대로 나오겠지, 멍청아." "와, 똑똑해~." "** **, 너 이미 처음부터 우리 교복인 거 보자마자 알았잖아. 진짜 뒤질래?" "살려줘~."
뒤돌은 청발의 양아치가 종아리를 걷어차자 짧게 비명을 지른 금발의 양아치가 낑낑거리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청발의 양아치를 올려다보았지만, 청발의 양아치는 조용히 뇌 산 자를 먹여줄 뿐이였다. 손을 내민 청발의 양아치에 자연스럽게 탈취제를 올려놓은 금발의 양아치는 스스로 알아서 일어서며 청발의 양아치가 탈취제를 다 뿌릴 때까지 기다렸다.
"너, 사과 받으면 그때 출발해." "...응?"
탈취제를 다시 금발의 양아치에게로 던진 청발의 양아치는 그 말만 남긴 채로 금발의 양아치를 버리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자, 잠시만.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그렇다고 해줘, 제발!"
나 너랑 같이 등교하려고 45분 동안 기다렸는데?! 뒤에서 애처롭게 외치는 목소리를 무시한 청발의 양아치는 묵묵히 걷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퍽, 퍽, 하고 걷어차는 소리가 골목길에서 울려퍼졌다. 아래에 웅크리면서 가만히 맞고 있는 양아치들을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쉰 청발로 염색한 양아치는 곧 흥미를 잃었는지 무자비하게 내리꽂던 발길질을 멈췄다. 아래에 웅크려서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눈치를 보던 양아치들은 일어서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후다다닥 일어서서 뻣뻣하게 굳은 차렷 자세를 취했다.
"죄, 죄송합니다..." "등굣길부터 기분 잡쳤네. 너 때문에 지각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변상할 거야? 응?" "아하하하, 령아, 좀 봐줘라. 저번에 봤을 때 1학년 교실에서 수업 듣고 있던데 장래가 아깝잖아?" "그러면 네가 대신 변상하든가, **." "우왓, 그건 좀. 나 네 히스테리를 하루 종일 감당할 자신은 없어!" "그럼 **." "예히~."
어깨동무를 하는 금발로 염색한 양아치의 팔을 먼지 털듯 털어버린 청발의 양아치의 기분은 한층 더 추락한 듯했다. 처음에는 구원자를 바라보듯 금발의 양아치를 바라보던 다른 양아치들의 시선은 뒤로 갈수록 원망의 시선으로 바뀌어갔지만, 금발의 양아치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소리없이 또박또박 입을 움직였다. 뭘 봐, 죽고 싶어? 그러면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더욱 확실한 의사소통 전달에 힘쓴 금발 양아치는 환하게 웃었다. 눈치 빠른 1학년 양아치 한 명은 일부러 부추겼다는 것을 눈치채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우리한테 왜 그래요, ** 놈아...
"사과 사와." ".....네?"
퍼억!
"꼭 내가 두 번 말하게 해야 해?" "다, 당장 사오겠습니다!"
"쟤네 저대로 도망가면 어쩌려고?" "담배 피는 양아치 주제에 교복은 제대로 입었던데 뒤져보면 제대로 나오겠지, 멍청아." "와, 똑똑해~." "** **, 너 이미 처음부터 우리 교복인 거 보자마자 알았잖아. 진짜 뒤질래?" "살려줘~."
뒤돌은 청발의 양아치가 종아리를 걷어차자 짧게 비명을 지른 금발의 양아치가 낑낑거리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청발의 양아치를 올려다보았지만, 청발의 양아치는 조용히 뇌 산 자를 먹여줄 뿐이였다. 손을 내민 청발의 양아치에 자연스럽게 탈취제를 올려놓은 금발의 양아치는 스스로 알아서 일어서며 청발의 양아치가 탈취제를 다 뿌릴 때까지 기다렸다.
"너, 사과 받으면 그때 출발해." "...응?"
탈취제를 다시 금발의 양아치에게로 던진 청발의 양아치는 그 말만 남긴 채로 금발의 양아치를 버리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자, 잠시만.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그렇다고 해줘, 제발!"
나 너랑 같이 등교하려고 45분 동안 기다렸는데?! 뒤에서 애처롭게 외치는 목소리를 무시한 청발의 양아치는 묵묵히 걷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