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사내의 외모는 전체적으로 조금 건조한 느낌을 주었다. 꾹 닫혀있던 입술은 물론이며, 눈매마저 살짝 날카로운 면이 있어 다정다감, 혹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허나 입꼬리는 생각보다 자주 약하게 올라가는 편이었고, 눈매 역시 은근히 호를 그리며 부드럽게 휘어내려오는 일이 많았다. 신장 178cm의 사내의 머리카락은 연한 검은빛을 보였다. 앞머리를 따로 가르마를 주지 않고 골고루 아래로 내려 이마를 가렸으나 완전히 가라앉은 스타일은 아니어서 틈 사이로 이마나 가느다란 눈썹이 보였다. 옆머리는 물론이며 뒷머리도 짧고 단정한 스타일을 유지했으며 목의 절반 지점을 머리카락이 내려오는 일은 절대 없었다. 턱선이 날카로웠으며 코가 오똑한 것이 무미건조한 미남형에 가까운 외모를 보였다. 열 손가락의 손 끝에 굳은 살이 가득 박혀있었기에 그 부분만큼은 피부가 그다지 부드럽진 않았으나 그 외에는 나름대로 피부 관리를 하고 있어 상당히 부드러운 연한 살구색 피부를 유지했다. (픽크루 출저 : https://picrew.me/share?cd=xCg8S6kyTt )
성격 - 무심해보이나 무심하지 않았고, 남들에게 관심이 없어보이나 의외로 관심이 많았다. 그다지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니기에 활발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허나 해야 할 말이 있으면 분명하게 할 정도로 자신의 의사가 뚜렷하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것은 아니기에 감정표현을 굳이 숨기거나 하진 않지만 연하게 표현하는 일이 많았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며 자신이 특히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에게 더욱 신경을 쓰는 타입이다.
기타
1.대학교 밴드부에서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고등학생때부터 연주했기에 나름 실력파이다.
2.어지간한 과일은 다 좋아하지만 복숭아 하나만큼은 알레르기 때문에 전혀 먹질 못한다.
3.행정학을 전공하고 있다. 차후에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4.대학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는 학교 근처를 산책하는 그를 쉽게 볼 수 있다.
5.술에 은근히 약한 편이며 취하게 되면 수다쟁이 그 자체가 되버린다. 그런 자신의 술버릇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술은 취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있다.
외모 - 몸의 멜라닌 색소가 적은편이어서 눈과 머리칼이 회색빛을 띄고 피부가 하얀편이다. 얼굴에 비해 큰편인 눈은 끝이 살짝 내려가있다.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있어 장난기 넘치는 이미지로 비춰진다. 키는 165cm이고 운동을 즐겨하는덕에 말랐지만 탄탄한 몸과 11자 복근을 가지고 있다. 머리는 허리보다 살짝 위까지 길러 살짝 웨이브를 넣었으며 앞머리는 단정하게 눈썹에 맞춰 잘랐다. (https://picrew.me/image_maker/41046/complete?cd=r9Msc8eh62)
성격 - 놀러다니는것을 좋아하고 활발한 편이며 곤란한 사람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한다. 뒷담화를 하기보다는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편이며, 좋고 싫음이 확실하다.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확실하게 쳐내는 단호한면도 있다.(나머지는 캐붕방지!)
기타
1. 대학교 밴드부의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본인은 취미로 노래를 부르는거라고 하긴하지만 취미치고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2. 탄산을 잘 못 마시며 항상 시럽을 2번 펌핑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고 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은 좋지만 쓴건 싫다고 한다.
3. 옅은 머리색과 눈 색 때문에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었지만, 자신을 놀리는 친구를 흠씬 때려주어 다시는 놀리지 못하도록 만들었었다. 어렸을적 흔히 듣는 조폭마누라 소리에 다른 여자애들은 엉엉울거나 짜증을 내는 반응을 보인것에비해 내가 조폭인거 어떻게 알았어? 라고 섬뜩한 목소리로 말해 한때는 친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기도 했다.
4. 노는것을 좋아해 술자리에도 자주 나간다. 꽤나 강한 주량탓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슬이라는 이름의 뜻이 참*슬이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5. 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친구들과 노는것은 좋지만 집만큼은 온전한 휴식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집에 친구를 잘 안데려오는 편이다.
6. 전공은 건축학과이며, 과제가 있을때는 좀비처럼 비틀거리면서 다니는 모습을 며칠이나 볼 수도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알지만 둘만 모르는 서로의 마음이라던가 상당히 재밌는 소재니까! 그렇다면 첫 상황은 그냥 가볍게 밴드부 동아리 부실 같은 곳에서 가볍게 만나는 것이 괜찮을까? 일단 서로의 캐릭터가 어떤 느낌인지 보는 것도 좋을테니까.
친구들은 교양을 들으러갔고, 다음 강의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며 그렇다고 자취방으로 가기는 귀찮은 그런 애매한 시간. 이슬은 다같이 신청한 교양과목 수강신청에서 혼자만 떨어져버린 자신의 운을 탓하며 시간을 때우기위해 밴드부실로 걸음을 옮긴다.
아니, 사실은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 아니라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그 애를 보러가기 위해서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부실 앞에서 괜히 핸드폰으로 얼굴을 비춰 머리를 정리한 뒤 문을 열었지만 기대감이 어렸던 얼굴에 약가의 실망감이 떠오른건 순식간이었다.
"뭐야.. 없잖아."
아닐걸알면서도 드라마속 한장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그 애가 부실에 앉아있으리라 내심 기대라도 한건지 피어오르는 실망감은 감출수가 없었다. 한줌의 희망이라도 버릴수가 없었는지 부실 이곳저곳을 둘러보지만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 결국 단념한듯 터덜거리는 걸음을 옮겨 부실 한견에 있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린다.
세상을 살다보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편안한 이가 있다는 말이 있었고 그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자면 호감, 혹은 좋아함 정도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사람의 감정이란 인식하는 순식간에 물들어가며 그 색을 띄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이었으니까.
본격적인 전공은 2학년부터 듣게 되니 그가 주로 듣는 것은 교양 과목이었다. 그리고 지금 막 한 수업이 끝이 났고 그는 기숙사로 갈지, 아니면 밴드부 부실로 갈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적당히 돌아다닐지를 고민했다. 허나 결국 선택한 것은 밴드부 부실이었다. 아직 공연은 잡히지 않았다고 하나 베이스 연습을 할 수도 있을테고, 누군가를 만나는 데는 역시 부실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그냥 보고 싶은 존재를 머릿속에 그려나가며 그는 동아리 부실로 향했다.
"안에 사람 있을까."
가볍게 노크 세 번을 한 후 닫혀있는 문을 여니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허나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눈에 바로 들어왔다. 잠이라도 자는 것일까? 책상에 엎드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정말로 조용히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도록 괜히 소리를 줄인 후, 부실에 있는 담요를 꺼내 그녀의 몸에 살며시 덮어주려고 했다.
살며시 몸을 옆으로 틀어 자는 것에 방해되지 않도록 다른 비어있는 자리로 가려는 순간, 자신의 발이 근처에 있는 다른 책상을 툭 치는 탓에 작은 소음이 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에 그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면서 조마조마한 표정을 지었다. 깨는게 아닐까 싶어 그의 시선은 그녀에게 향했다.
만약 고개를 들었다면 난처한 표정으로 사과를 전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리라. 짧지만 의미는 확실한 미안하다는 어조의 사과 표시였다.
막상 책상에 엎드리고나니 잠이 오지 않는 느낌에 가만히 눈만 감고 있는다. 지금 그 애는 무엇을 하고있을까? 오늘도 머리는 내리고 왔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머릿속이 온통 그 애로 가득차는 기분이다. 계속되는 생각에 결국 보고싶다, 라는 생각까지 다다랐을때 세 번의 노크소리와 함께 부실로 누군가가 들어선다.
눈을 감고 있어 누구인지는 몰라야 정상이건만, 누군지 눈으로 보기도 전에 난리를 쳐대는 심장탓에 누군가의 정체가 그 애 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위로 덮여지는 담요의 포근함에 저절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눌러 자는척을 이어간다.
두근두근, 미친듯이 요동치는 심장소리에 작은 소음은 느껴지지않았고 오히려 제 심장소리가 당신의 귀로 들어갈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깨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작게 안도했다. 자신 때문에 일어나면 역시 많이 미안한 일이었기에 면목이 없었다. 원래 향하려고 하던 자리로 가서 앚으니 정면으로 그녀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요즘 피곤한 일이 있는 것일까 괜히 걱정이 되어 그의 시선이 좀처럼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푹 쉬었으면 좋겠네."
걱정스러움을 담아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핸드폰을 가만히 꺼냈다. 자는 모습을 한 장 찍어보고 싶긴 했으나 그건 역시 실례되는 행동이었기에 그만두기로 하며 폰에 들어온 톡을 확인하고 적당히 대답을 해주면서 그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자연히 시선은 다시 그녀에게 향했고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학교 내부에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었지. 거기로 가서 음료 ㅡ물론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목적이었다.ㅡ 를 사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살며시 밖으로 나갔다.
자신은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 결국 오렌지 에이드로 하기로 결정한 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페로 들어간 후, 카운터 앞에 줄을 섰다. 나중에 부원들이 오면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자연히 끝이 나는만큼 괜히 마음만 급해져서 그는 살며시 앞을 바라보며 줄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기다렸다.
푸하, 부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인기척이 사라지고나서야 심장소리를 들킬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참고있던 숨을 토해내며 몸을 일으킨다. 그바람에 어깨에서 흘러내리려는 담요를 급하게 붙잡았다. 손안에서 느껴지는 푹신한 담요의 감촉이 다시한번 마음을 간지럽혀 괜히 실없는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렇게 다정하면 반칙인데."
다정한 모습에 다시한번 반하다가도 이 다정함을 다른사람도 느낄 수 있다는것에 불안한 내 마음을 너는 알까. 괜한 질투가 샘솟아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자신의 어깨에 덮여진 담요가 괜히 울적해진 마음을 또 괜히 들뜨게 만들었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다 자신의 옆쪽. 그 애가 잠시나마 앉았을 자리에 놓인 가방을 가만히 바라본다. 가방도 꼭 그 애 같은 가방을 매고 다녀 다시한번 실없이 웃음이 튀어나온다.
"....좋아해"
가방이 꼭 그애라도 된것 같아 그 애 앞에서라면 절대로 하지못했을 말을 꺼내본다. 너에게 이말을 하게된다면 우리는 친구로라도 지내지 못하게 되겠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씁쓸함이 몰려온다. 책상위에 팔을 괴고 엎드려 가방을 빤히 바라본다.
"정말 좋아해."
겁쟁이인 나는 네 앞에서 이 말 만큼은 절대로 못하겠지. 그러니 네가 없을때 실컷 할것이다. 가방은 네가 아니니까 우리가 어색해질 일은 없을테니.
시럽을 두 번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자신이 먹을 오렌지 에이드가 들어있는 잔을 챙긴 그는 카페 밖으로 나왔다. 지금 있는 이 냉기가 빠르게 식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역시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것을 주고 싶어 그의 발걸음이 조금 바빠졌다. 생각해보면 신기할 노릇이었다. 굳이 부탁받은 것도 아니고 꼭 사야 하는 것도 아니건만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사러 갔다오는 스스로의 모습에 그는 작게 웃음을 뱉었다.
"결국 좋아하면 진다고 하니까."
이런 것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싶진 않았기에 결국 그는 지는 것을 택했다. 자존심 싸움을 해서 사이가 나빠지고 싶지도 않고, 그냥 이대로 쭉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다는게 그의 마음이었다. 물론 그것을 마냥 표현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지금 이 분위기를 박살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냥 이대로 만족하자고 마음 먹은게 이번으로 몇번째였을까.
다시 도착한 부실의 문을 살며시 열고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음료가 들어있는 잔 두 개를 양 손으로 들어 안정감 있게 들어온 그는 자연히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엎드려서 자신의 가방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깼어? 아무튼 안녕. 그런데 내 가방은 왜 그리 빤히 봐?"
자신의 가방에 뭐라도 묻었나 싶어 그는 자신의 가방이 있는 곳으로 살며시 향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곧 관심을 끊으며 그녀의 바로 앞 자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먹을 에이드를 챙기고 앉았던 자리에 간 후에 편하게 앉았다.
가방이 예쁘다는 말에 그는 괜히 기분 좋게 미소지어 자신의 가방을 바라봤다. 이 가방이 예쁜지는 자신의 눈으로는 알 길이 없었으나 그녀의 시점엔 예뻐보인다고 하니 정말로 크게 낡을 때까진 이 가방을 쭉 써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괜히 기분이 좋으나 너무 실실 웃으면 가벼워보일까 싶어 애써 꾹 참으며 그는 에이드를 천천히 마셨다.
"고맙긴. 잠이 깬다고 하니 다행이네. 대학에 오면 좀 많이 자유로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피로 관리 잘해야 한다고 우리 과 선배가 그랬어."
남들에게 말하는 것보다 조금 길게 말하는 것 역시 그녀에게서 보이는 행동 중 하나였다. 그런 제 모습에 괜히 난처함을 느끼며 그것을 들키지 않게 그는 에이드를 천천히 마시며 목을 적셨다. 자신의 생각이 괜히 입 밖으로 흘러나오게 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었다.
"아무튼 그러면 고맙지. 사주면 잘 먹을게. 꼭 오렌지가 아니라 다른 에이드라도 괜찮아. 물론 커피도 괜찮아."
복숭아만 아니면 사실 가릴 것은 없었기에 그는 환영한다는 듯 잔잔한 미소를 남겼다. 다시 에이드로 목을 충분히 시원하게 적신 후, 그는 빨대에서 입을 떼어냈다. 별 생각 없이 가만히 고개를 돌려 그녀만 있는 부실을 두리번거리다 결국 멈춘 곳은 그녀의 눈가였다.
"아니. 가끔은 네가 늘 먹는 그것도 끌리네. 그러니까 다음번엔 그걸로 사줘. 괜찮을까?"
#그러게 말이야.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것이 더 행복해! 하루만 더 일하면 주말이니까! 이슬주도 고생 많았어!
기분 좋게 미소짓는 너를 보며 내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가방이 예쁘다는 말에 좋아하는것을 보니 평소에 많이 아끼던 가방이었나보다. 늘상 어른스러워보이던 네게서 아이같은 모습을 발견한것같아 뿌듯한 기분이 든다.
"선배가 좋은분이신가보네. 우리과 선배들은 젊을때 먹고 마시고 놀아야된다고 매일 술자리 만들어서 강의 끝나고 나서가 더 힘든거 있지."
어제도 부어라 마셔라. 정신없이 마셨는데도 멀쩡한것을 보면 부모님의 건강한 간을 물려받아 천만다행일지경이었다. 그런 자신에 비해 너는 제법 번듯한 대학생활을 하는것같아 다행이었다.
"...음.. 다음에 먹었는데 입에 안맞을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 한 입 마셔볼래?"
너에대한 내 마음을 아는 사람들은 꼼수부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저지르고 본다.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뭐. 그런데, 남이 먹던거라고 더럽게 느껴하면 어떡하지? 순식간에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와 일단 저지르고 본 방금전의 행동이 후회가 된다.
"그렇게 술먹고 나오면 힘들지 않아? 물론 넌 술이 센 것 같지만 힘들면 연락해줘. ...부축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자신이 아는 그녀는 술이 꽤 강한 편이었다. 허나 아무리 술이 강해도 결국 한계가 있는 법이었고 매일매일 술자리를 가지면 결국 지칠 때도 있는 법이었다. 그런 순간이 오는 것을 괜히 우려해서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를 내비쳤다. 어차피 자신은 기숙사에서 살고 있으니 부르면 금방 나갈 수 있었다.
여하튼 한 입 마셔보겠냐고 하는 그녀의 제안에 그는 가만히 그녀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바라봤다. 지금 이대로 저것을 마시면.. 이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얼굴에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아 그는 괜히 입을 꾹 다물었다. 허나 결국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긍정하는 표시였다.
"그럼 한 모금만."
자리에서 일어나 그는 그녀의 바로 근처까지 다가갔다. 건너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가만히 손을 뻗어 잔을 잡고서 그는 가만히 그 잔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부분이... 자신이 너무 어린애처럼 의식을 하는 것일까 싶고 혼자 엉뚱하게 이러나 싶어 그는 괜히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결국 그는 잔을 살며시 돌려서 반대편에 자신의 입을 가져가며 천천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담았다. 시원하면서도 단 맛이 녹아있는 커피가 목을 가득 적셨고 그는 정말로 딱 한 모금만 마시면서 잔을 내려놓았다.
"괘, 괜찮네. 괜찮으니까 다음에 이걸로. 그럼 너도, 에이드 한 번 먹어볼래?"
자신도 한 모금 마셨으니 그녀도 한 모금 어떻겠냐고 물어보면서 그는 살며시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그렇지! 주말에는 늦잠도 자기 좋고 푹 쉴 수도 있고!! 진짜 주5일제라서 너무 행복하다!
나를 걱정해주는 너의 표정과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착각을 할 뻔 했다. 너도 나에게 호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너는 친구인 내가 걱정될 뿐일테니 착각은 고히 접어놓는다. 대신 친한 친구들에게 하듯이 약간의 장난기를 섞어 말할 뿐이었다.
내가 한 제안에 입을 꾹 다무는 너를 보며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역시 싫은건가. 머쓱하고 씁쓸한 기분에 아메리카노를 마셔버리려던 찰나. 네 입에서 긍정하는 말이 나온다.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 자리에 앉을때까지는 상황파악이 잘 안됐지만 잔을 들어올려 살며시 돌린 네가 커피를 한모금 마시는것을 보고나서야 머릿속이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내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어. 실없이 흘러나오려는 웃음기를 억누른다.
"..응. 안그래도 마셔보고 싶었는데. 고마워."
너의 말에 또다시 사고회로가 정지가되었지만 이때다 싶은 마음에 냉큼 대답을 한다. 네가 마시던 잔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리고 뚜껑을 열어 한모금을 마셔본다. 남들은 느끼지못할정도로 약하긴하지만 탄산기가 목구멍을 때리는 기분에 고개를 돌리자 기침이 약하게 튀어나왔다. 다른때였으면 그 느낌이 싫어 불쾌감을 느꼈겠지만, 지금은 네가 마시던것이라 그런지 아니면 네가 권한것이라 그런지 목구멍을 때리는 탄산이 그리 썩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부담스러움에 속할까?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닐까? 속마음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기에 그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물론 기숙사 문이 잠긴 시간 이후는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나 그 이전이라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었다. 설사 그 시간 이후라도 자신은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 수도 있었고 정 애매하면 부실로 와서 살짝 잠들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방법 쯤은 얼마든지 있었다.
에이드를 마시고 기침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깜짝 놀라 당황했다. 탄산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소량, 의식하고 먹지 않으면 잘 모를 정도였기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미안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 거의 없었거든. 탄산. 무리하지 말지 그랬어."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살며시 긁적이면서 그는 그녀에게서 잔을 가져가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돌려줬다면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다시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동아리 활동 나올거야? 나는 별 일 없으면 나와서 베이스나 연주해볼까 싶어. 공연은 아직 안 잡혔지만, 감은 유지해야할테니까."
너와 하는 이 대화가 연인들 사이에서 할만한 그런것이라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했더라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을 말도 네가 하니 괜시리 기분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아니야 미안할게 뭐가있어.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신건데. 고마워 잘 마셨어. 오렌지 에이드도 맛있다."
기침을 하는 자신을 보고 놀라는 네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미안해하는 널 보며 도리어 미안해진다. 에이드에 탄산이 있을것이라는걸 알면서도 네가 마시던 것이 더 맛있어보여 먹겠다고 했으니까. 네가 더 미안해하기전에 헛기침을 해 목을 갈무리하며 아무렇지 않은척 네 손에 잔을 돌려주었다.
"아 정말? 안그래도 오늘 동아리 활동에 나오려고했는데. 이따 같이 연습하면 되겠다."
사실은 친구들과 술약속이 있었지만 약속따위알게뭐야. 네가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데. 너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은 나는 친구들에게 할 변명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마치 우연이라는듯이 반응했다.
말은 그렇게 하나 역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정말로 다음부터는 조금 주의를 해야겠다고 그는 마음 속 깊게 다짐했다. 조금의, 아주 조금의 탄산도 허용이 안된다는 것을 마음 속 깊게 남긴 후에야 그는 표정을 조금 풀 수 있었다.
"아. 그래? 나오는구나. 오늘."
우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그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술약속 때문에 못 나오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나올 생각이었다고 하니 말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시계를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동아리 연습이 시작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에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오늘 연습은 특히 더 즐겁겠네. 네 노래. 기대해도 괜찮을까?"
자신이 베이스를 연주하고 그녀가 보컬로서 노래를 부르면서 2인 1조로 연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아니. 완전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괜히 그의 시선이 저 편에 있는 자신의 베이스로 향했다. 조금만 참기로 마음 먹으며 그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아 헛기침 소리를 냈다.
"...물론 또 다른 선배들이나 애들이 놀릴지도 모르지만... 같이 연습할래? 나랑."
#나도 퇴근하고 밥 먹고 갱신이야!! 피곤하면 잠들어버릴 수도 있지! 아무튼 한 주 수고했어!
물론 연습을 할 때 대충하거나 한 적은 없었으나 그녀의 노래와 맞춘다면 평소보다 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선 이미 당연한 사실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조합을 맞춰보고 싶고 화합을 맞춰보고 싶고, 그녀의 노래에 걸맞는 반주를 넣어주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자신은 그녀의 노래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나도 보컬하고만 연습해보는 것은 처음이니까. 그 기분 이해해."
물론 그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었으나,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그 정도로만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단 둘만의 연습.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허나 베이스와 단 둘이서 연습한 적이 없다면서 그 신선한 경험에 기대를 걸고 있는 그녀에게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밝힐 수 있을까. 그저 이 기분 좋음의 원인은 자신의 가슴 속에만 묻으려고 하며 그는 남아있는 에이드를 마저 마시며 내용물을 완전히 비웠다.
"아니. 3시간 정도 후에 하나 더 있어. 그 이후에는 자유야. 너는?"
듣고 싶은 교양 위주로 짜다보니 자연히 시간표 중간이 텅텅 빌 때가 있었다. 그것은 대학에 막 입학해서 시간표를 스스로 짠 이들의 공통점이 아니었을까. 말을 마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텅 빈 잔을 쓰레기통에 갖다버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기숙사로 갈지 여기로 올지 고민했는데... 여기로 왔어. 설마 자고 있을 줄은 몰라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이런 건 당연히 이해해야지! 나도 그럴 때가 가끔 있는걸! 피로도는 어쩔 수 없는 법이야!
너한테도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며 그는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표현하는 것 자체는 용기를 내며 가능할지도 모르나 그 뒤가 언제나 문제였다. 부담스럽다고 느껴버리면, 그래서 곤란하다고 느껴버리면 이 관계가 끝이 난다는 것이 그로서는 싫었다.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지는 것은 자신이었다. 어느 것이라도.
재밌지 않겠냐는 물음에 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를 떠나서라도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은 법이었다. 오늘 연습은 정말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말 없이 계속해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30분 후에는 가야 한다는 말에 아쉬움을, 여기로 와서 다행이라는 말에 기쁨을. 허나 찾아오는 것은 결국 큰 아쉬움이었다. 그럼 다른 베이스가 있다면... 굳이 자신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일까. 네거티브한 생각을 아주 잠시 하나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렇다면 푹 쉬었다가 가. ...또 잠들면 곤란하잖아? 수업 듣거나 할 때 말이야. 그리고..."
말을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자신의 베이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것을 두 손으로 들고 다시 앉았던 자리로 돌아온 후, 가만히 자세를 잡고 아직 멜로디가 되지 못한 음을 손 끝으로 울리며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만 멋있어져도 될텐데. 너 그거 알아? 우리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네 이야기가 많이나온다? 우리 학교 밴드부에 베이스를 연주하는 애가 잘생겼다고."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할 때 들었던 말을 입밖으로 꺼내자 괜히 질투심이 샘솟는다. 진유성 잘생긴거야 모를래야 모를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만 알고싶은 그러한 욕심이 차올라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겁쟁인 나는 네게 고백할 생각같은건 꿈에도 하지못하겠지만서도 네 옆에 다른 여자가 생길수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아파온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너를 따라 시선을 옮긴다. 베이스로 향하는 네 걸음걸이가 너를 닮아 올바라보여 홀로 웃음을 짓는다. 베이스를 두 손으로 잡은 네가 다시 자리에 앉기까지를 눈으로 쫓는다.
"...어제 꿈에 돼지가 나온다싶더니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나려고 그랬나보네."
생각치도 못하게 기쁜 일이 몇번이고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부실에서 너를 만나게 된 일, 피곤해보인다는 걱정과 함께 네가 건네준 커피, 술자리가 있을때 데리러와준다는 너의 말, 둘 만의 연습시간. 간밤에 돼지가 윙크를 하는 꿈을 꾼 덕일까. 꿈만같이 불안할 지경이었다.
"고마워 유성아. 먼저 그렇게 말해줘서. 나는 언제든 좋으니까 너도 나랑 연습하고싶을때마다 부담없이 말해줘."
"들은 적 없어서 몰라. 그래도 그런 평이 있다면 괜찮긴 하네. 적어도 누군가에게 못난이로 보일 일은 없다는 거잖아."
너무 많은 인기는 그도 그렇게 원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못난이로 있는 것은 또 싫었다. 어쩌면 지금이 딱 적당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그는 가만히 말을 아끼며 미소를 지을 나름이었다. 그러다 슬며시 그는 그녀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네 이야기도 많이 나와. ...보컬이 정말 예쁘다던가, 목소리가 좋다라던가 등등으로."
자신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해줬으니 자신이 들은 그녀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는 말을 마쳤다. 그 말에 그대로 동의할 정도로 그녀의 매력에 대해서는 그도 충분히 동감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만은 아니었으나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더 말을 이어가진 않았다.
그저 베이스 줄을 퉁기며 음을 잡으면서 그는 좋은 일이라는 말에 괜히 고개를 올려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그 좋은 일이 대체 뭘까. 이런 좋은 일이라면 둘이서 연습하기로 한 것? 아니. 그건 아니겠지. 돼지가 거론될 정도로 좋은 일이라고 하긴 애매했으니까. 결국 진실에는 도달하지 못하며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그는 가만히 베이스를 잡고 정말로 가벼운 곡을 연주했다. 낮은 저음의 멜로디가 평화로운 분위기로 잔잔하게 퍼지면서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둘만의 밴드가 아니니까. ...괜히 이상한 말이 나오거나 해서, 네기 피해보거나 하는건 싫어."
말이 끝난 직후 아주 살짝이지만 음이 똑 끊어지는 듯 했으나 그는 겨우 연주를 이어나갔다. 이상한 말. 그것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스스로 말하고도 안타까운 감정이 채워나갔지만 그것을 없애려는 듯, 그는 애써 약한 숨을 내뱉으면서 다시 손을 천천히 움직여 리듬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네가 있으니까 좋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별 의미는 아니고,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이 많은 쪽이 좋으니까. ...넌 특히 많이 알고 지냈으니까."
정말로 그런 말이 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목소리가 나름 진지했다. 애초에 실제로 들은 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동의하고 있었으니 절대 빈말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정말로 그 사실을 분명하게 했다.
연주가 이어지면서 들려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일지, 조금 더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마지막 가락까지 확실하게 연주한 후, 그는 손을 멈췄고 숨을 내쉬면서 베이스를 살며시 자신의 옆에 내려두었다. 밴드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지만, 그럼에도 꼭 있어야 하는 악기인만큼 베이스를 다루는 그의 손길은 정말로 섬세하고 정성스러웠다.
"어땠어? 그냥 짧게 연주한거긴 한데."
다른 사람의 평이 아니라 역시 그녀의 평을 듣고 싶었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까. 아니면 괜찮았을까. 물론 스스로 평을 내리자면 그는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잠시 음이 똑 끊어지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이상한 말'. 물론 스스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한번씩 자신과 그녀가 엮이는 일이 있었으니, 그녀의 입장에선 지겨울 사안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으나 삶이라는 것이 어디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던가.
"슬슬 시간 다 되어가는 것 같네. 같이 나가도 될까? ...김에 나도 가볍게 산책이나 할까 해서."
"다행이야. 하지만 아까 전에 음을 살짝 놓쳤거든. 나중에 연습할 땐 이런 실수는 없게 할게."
그녀의 평에 그는 참으로 그녀가 자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라면 아까전 음을 놓친 것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찝지 않는 것은 틀림없이 그녀의 자상함이라고 생각하며 나중에 연습할 땐 반드시 그런 실수는 없도록 자신을 잘 컨트롤 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튼 같이 나가자는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선 베이스를 원래 있던 자리에 넘어지지 않게 잘 내려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후, 거기에 놓아둔 자신의 가방을 챙겼다. 아마 연습 때까지는 이 밴드부 부실에 다시 돌아올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 있어봐야 심심할 뿐이니 잠시 산책을 즐기고 난 기숙사로 돌아가야겠어."
물론 정확히는 그녀가 없는 곳이지만 굳이 그것을 표현해봐야 그녀에게 부담만 될 거라고 지리짐작하며 그는 애써 속마음은 가슴 속으로 삼켰다. 좋아함, 호의. 이런 단어는 때로는 정말 잔혹한 것이었다. 자신은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나, 그 감정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면 자신은 철저하게 이 감정을 숨길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과는 다르게 누구와도 잘 지내는 이이니, 착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 얼마나 길었던가.
아무튼 문 근처로 다가간 그는 그녀에게 나오라는 듯이 손짓한 후, 문을 열었다. 막 목도를 지나는 다른 동아리 친구 한 명이 오늘도 둘이 같이 다니냐고 묻자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느 방향이야?"
적어도 그녀가 향하는 강의실이 있는 건물 앞까진 같이 동행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녀가 먼저 앞장서는 것을 기다렸다. 아마 그 이후에는 별 의미는 없을지라도 그녀와 함께 대화하는 것이기에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지 않았을까?
정확히는 연인들끼리 산책하기 좋은곳이지만. 친구들이 그곳을 애인과 함께 거닐었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그 길을 너와 함께 걷는 상상을 했었다. 물론 이뤄질리 없는 그저 상상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참 행복했었다. 언젠가는 너와 한번이라도 같이 걸어보고 싶다.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발걸음을 맞춰가며.
"나는 B동으로 가야해."
지금있는 건물과는 조금 거리가 떨아진 강의실. 평소에는 멀게만 느껴지던 강의실에 불평이나왔지만 지금은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난것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니, 오히려 오늘따라 거리가 짧게 느껴져 조금 아쉽기까지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너랑 강의가 겹친적이 별로 없는것같아."
이전에는 오며가며 겹치는 강의가 꽤 있었는데(물론 친구강의 대출이나 보강 등의 약간의 노력이 있긴 했지만) 요즘은 겹치는 강의가 있는것이 희박했다.
그런 곳이 있었나 싶어 그는 그녀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산책하기 좋은 장소라고 하면 나중에 그녀에게 같이 산책을 권해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녀는 강의를 들으러 가야했고 아무리 그래도 산책을 하자고 수업을 빼먹으라고 할 순 없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권해보자고 생각하며 일단 장소만 알아보려는 듯 그는 답을 기다렸다.
B동은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지각을 하진 않겠거니 생각을 하며 그는 우선 B동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신도 교양 과목 중에 그곳에서 듣는 것이 있기에 위치를 모르거나 하진 않았다.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서며 그는 발걸음을 맞춰 가방을 좀 더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 후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게. 같은 과가 아니라서 그런걸까. 고등학교 때는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조금 아쉽네."
아쉬움을 살며시 표현하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는 최대한 미련을 가지지 않기로 다짐했다. 교양 과목은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것들이니, 다음 학기에는 겹칠 수도 있을테니 그걸 노려보기로 하다 그는 괜히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혹시 듣고 싶은 교양 있어? ...괜찮은 거면 나도 다음 학기때 들어볼까 해서. 어쨌든 교양 과목 채워야하잖아. ...아는 사람이 있는게 나도 편하니까."
애써 표현을 간접적으로 돌리며 그는 뒤이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하지만, 호감이 있지만 그 이상 표현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저 조금 더 친한 친구니까.
#늦어도 괜찮아! 꼭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느긋하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산책을 하면서 확인한 기억이 있었기에 그는 어딘지 금방 알 것 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은 꽃이 필 시기였으니 분명히 풍경이 예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분명히 예쁠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와 함께 걸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상상하다 괜히 허무함을 느끼면서 고개를 살며시 돌리면서 잠시 생각을 할 뿐,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수강신청? 그래. 괜찮겠네. 확실히 네 말대로야."
확실히 따로 했다가 떨어지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한 일이었다.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해야 될 때가 오면 그때 날짜를 정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 자리라도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좋았으니까. 과제를 같이 할 수도 있고, 점심 무렵에 잡히면 강의가 끝난 후에 같이 식사를 하러 갈 수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음 수강신청 당일에 만나서 바로 신청하자. 그래도 어느 정도 정해둬야 바로 할 수 있겠지만."
그 날 정하면 아무래도 금방 사람이 채워질지도 모르고 그러면 결국 한 명이 떨어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왕이면 필수 교양 말고 다른 교양은 전부 그녀와 듣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내보면서 그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긁적이다 말을 이었다.
"...그러면 고등학생 때 같겠다. 같은 반인 것처럼 말이야. ...난 좋아. 너랑 같은 반이었던 것도, 너와 같은 수업 듣는 것도."
친구들이랑 가보라는 그 말에 그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다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신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일단 친구끼리도 산책은 할 수 있는 거고 그러면 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게 아닐까 생각을 하며 갈등에 갈등을 하며 그는 침을 삼켰다. 허나 마지막까지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노트북? 있어. 기숙사에."
책상에 올려놓고 쓰고 있다는 말을 하며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그러자고 동의했다. 확실히 전날에 만나서 계획을 잡으면 당일에 흩어질 일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그렇게 하루 더 보면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었으니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잘 아네."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자신에겐 또 다른 이유가 있었으나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그녀는 충분히 괜찮은 이였다. 친구로서 지내는 것도, 자신이 호감을 품은 것도 그만큼 장점만이 가득한 이였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얼굴이 예쁘다고 한들, 단순히 그것뿐이라면 어떻게 호감을 계속 품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그는 저 편에 보이는 B동을 바라보지만 굳이 말을 하진 않으며 아주 살짝 걷는 속도를 줄였다.
"주변 애들에게도 인망 좋잖아. 너. 내가 아니라도 다들 그렇게 생각할거야. ...나는 그래서 좋아."
애써 변명하듯 이유를 돌리면서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는 그녀에게 자신은 어떻냐는 듯이 물었다. 그녀의 대답이 조금 궁금한 탓이었다.
나도 그 친구라는 범주안에 들어가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가긴 했지만 이런 기대를 즈려밟는것처럼 네 입은 끝끝내 열리지지않는다.
"그럼 부실에서 같이 수강신청 하면되겠네!"
만약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가게된다면 그때 커피는 내가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들뜬 어조로 대답한다. 너무 신나보였나? 하는 생각이 잠시 뒤따랐지만 뭐 어때 너는 그저 조금 친한 친구와 강의가 겹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뒤이어 따라붙는다. 그래. 너는 딱 그정도까지만 생각하겠지. 라고 생각하니 이정도쯤은 괜찮을것이다 하고 자기를 위안하게된다.
"너야말로 츤데레같다고 애들이 되게 좋아했는데? 특히 여자애들이 네가 멋있다고해서...."
네가 해주는 칭찬에 기분이 들떠 하마터면 여자애들이 네가 멋있다고 한 것을 듣고 질투가 났다는것을 말할뻔했다. 말을 꺼내기 직전에 가까스로 입을 다문것에 안도감을 느낀 정도였다.
"아..무튼. 너는 그정도로 좋은 친구야 유성아."
물론 나에게는 좋은 친구 그 이상이지만 네가 이런마음까지 알 필요는 없기에 듣기 좋은 말로 포장을 한다. 내 마음이 들어나지 않을. 딱 그 정도로만.
전혀 아니지 않나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의문을 품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을 하나 그렇게 보였다면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며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괜히 어필하듯이 오른손을 휘저었다.
"말해두는데 난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어. 내 입에서 나오는건 다 그대로 진심이니까."
물론 약간의 거짓말이었으나 그것에는 살며시 눈을 돌리며 그는 그 정도로 일단 말을 마쳤다. 하지만 이렇게만 말해도 자신이 그녀에게 좋은 감정이 많다는 것은 잘 전해지지 않았을까.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너무 느리게 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녀에게 있어선 민폐였다. 그렇기에 아주 조금만 속도를 내나 너무 빠르지 않게 발걸음을 옮겼다. 허나 그럼에도 결국 건물에 도착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누가 할 소릴. ...그럼 나중에 보자. 부실에서."
그녀는 강의를 들어야하고 자신은 산책이나 하다가 기숙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면 적당히 시간이 맞겠지. 그렇게 계산을 마치나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그저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