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백월이 하는 소리를 들은 하리가 거의 만세를 부를 듯한 표정으로 환히 웃었다. 여기 이 예쁜 친구가, 같이 쇼핑 다니자는 제안을 허락한 것도 모자라, 맛있는 것도 같이 먹자 하지 않는가! 거친 수적 사내들 사이에서 자라, 마음 맞는 또래 여자친구가 잘 없었던 하리로서는 그야말로 기쁘기 한량없는 일이었다. 물론 미호소저나 하란 소저가 계시기는 하였지만, 아무래도 그분들은 무림인이시니, 이 "낭자"와는 조금 결이 다르지!! 하는 것이, 제 눈 앞에 계신 그 "낭자"라는 분의 정체를 꿈에도 알지 못하는 하리의 생각이었다.
"물론, 물론이어요! 허하기는요! 그리하신다면 저는 더할나위없이 좋사와요! 우리 어디부터 갈까요? 저기 저쪽 포목점에 요즘 새로 유행하는 문양의 비단이 새로 들어왔다 하던데! 낭자는 혹시 보셨사와요? 아! 그리고 그리고... 저쪽 저기에 새로이 맛있는 요릿집이 생겼다 하던데! 거기가 요즘 최고로 유명하다고 해요!"
언제 헛구역질을 하며 아팠냐는 듯, 체면 생각만 없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방방 뛰기라도 했을 듯이 신이 난 하리가 제가 여기저기서 들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저기 저 골목을 돌아가면 방물장수가 있다더라, 요즘 화장법은 뭐가 유행한다더라, 요즘 어떤 소저가 엄청나게 좋은 향을 풍기고 다니시는데, 어떤 향으로도 그 향을 따라할 수가 없어 다들 그 비밀을 알아내려 혈안이 되어있다더라 등등... 저 위 상계에서 그 꼴을 지켜보던 상위존재는 아무리 예쁜애가 맛있는걸 사준다고 해도 저렇게 따라가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하고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단순한 수적은 그저 새로 사귄 친구가 좋아 히죽거리는 것이었다.
그리 한참이나 딱히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이야기를 조잘거리던 하리가 까치발을 들고 서서는 사기그릇 안의 금붕어를 들여다보았다.
"아이 귀여워라. 동화 열에 종이 하나요? 이상한 셈법이네요...?"
여기 있는 것은 분명 금붕어 한 마리이거늘, 종이가 왜 나온단 말인가? 종이 뜰채로 붕어 잡는 놀이를 모르는 수적은 그저 영문을 몰라 의아한 얼굴로 백월을 돌아보았다.
성별이 무색하게도 묶어 올린 머리에 여성의 비녀를 꽂거니와 도인임에도 화려한 옷을 탐하고 휘황한 노리개도 사는 백월 역시 꾸미는 것을 매우 즐기는 폭에 속한다. 그러나 하리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바로 요즈음 떠도는 소식에 대체로 무지하다는 것이다. 매화를 피우기 전까진 화산에 박혀 있을 운명. 하물며 몸이 아파 방에 박히는 시간이 나도는 시간보다 길었는데 문찐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괴 소식도 방금 들었고, 포목점에 유행하는 비단이 들어왔단 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요즘 어떠한 비단이 유행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방물장수의 위치도 금시 처음으로 알았고, 향의 비밀을 알아내려 혈안이 되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는 백월의 한 손을 들려 입가를 짚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니,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하듯이.
"신기한 이야기네요. 굉장하세요, 낭자. 그러한 간간한 이야기를 환히 꿰고 있으니 담소로도 인기가 많으시겠어요. 저는 요즘 세상에 도통 무지해서."
하고는 부끄러운 듯이 수줍은 미소를 보이는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요즘 세상 모르는 늙은이에게는 하리의 장광설이 꽤 먹혀 들어간 모양이었다. 포목점에 들렀다 새로운 요릿집을 거쳐 방물장수에게 향하면 과연 상당하게 즐겁겠습니다, 하고 조곤조곤 덧붙인 백월이 까치발을 드는 하리를 보고 은연중에 그릇의 높이를 살짝 낮추었다.
"어머, 잘 모르시는 모양이에요. 금붕어를 단지 사는 것으로는 흥취가 부족할지 모르니 사람들은 종이로 된 뜰채로 금붕어를 잡아올리는 형태의 놀이를 만들어 내었답니다. 종잇값만 내되 그것이 찢기어 쓰지 못할 때까지는 자유로이 금붕어를 떠올려 취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 백월이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인기가 많겠다며 칭찬까지 해주니 자꾸 자꾸 더 신이 난 하리의 목소리가 더욱 빠르고 높아졌다. 또한 저도 모르게 체면 차리던 것도 일부 잊어 말투 역시 그 하여요 하와요 하는 아가씨 말투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디 평범한 여인네들이 담소 나눌 적에나 쓸 법한 말투로 점차로 풀려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새로 사귄 예쁜 낭자께서 저리 예쁘게 웃어주기까지 하시니! 이제는 아주 얼굴이 실실 풀려 수적 하리 알던 다른 자들이 보면 저것이 참으로 그 악독한 년이 맞나, 하며 눈을 부빌 일이었다.
"정말! 그러면 딱이겠어요. 비단 보고 밥 먹고 방물장수한테 가서 이런저런 장식들 구경하고! 정말 천재적인 계획이에요 낭자!"
잠시 위를 바라보며 그리 다니는 모양을 그려보던 하리가 제 흥에 겨워 박수를 쳤다.
"세상에, 그런 재미난 놀이가 있었어요? 왜 난 그런것도 몰랐담? 그래서 종이 한 장에 동화 열이였군요! 이리 그릇에 담아 다니시는 것을 보면 낭자께서는 그 종이뜰채로 잡아내는데 성공하신 모양이에요!"
정말 저도 한 수 배웠네요, 하며 꺄르륵 웃은 하리가 새삼 신기하다는 듯 도로 백월이 든 사기그릇 안의 금붕어를 들여다보았다. 조금 전 백월이 그릇의 높이를 낮춰준 덕에 이번에는 까치발을 들지 않고도 들여다보았지만, 하리 스스로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기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