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과 영웅서가의 크로스오버 어장입니다. * 크로스오버 기간은 7/10~17일까지입니다. :) * 멀티를 뛰는 사람이 있더라도, 크로스오버가 끝나면 모르는 척 합시다. * AT필드는 누군가를 상처입힙니다. * 가급적이면 누군가가 찾아오면 인사를 하도록 합시다. * 잡담을 할 때는 끼어들기 쉽고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합시다.
그 수상한 트롤 여성은 카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그런데 손에는 어디서 난 건지 모를 카메라가 들려있다.
"야 이 비주얼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녀는 카메라로 제 얼굴과 함께 초콜릿 조각케이크를 찍고 있었다. 브이로그라도 찍는 걸까... 혼자서 잘도 중얼거리는 게 마냥 태평해보인다. 불시에 게이트 너머로 던져졌지만 그녀에겐 걱정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톡방에서 하는 정모랑 뭐가 달라? 라는 것이 그녀의 감상이었다. 그냥 장소가 좀 특이할 뿐이지.
"자 그럼~ 한입 해볼게~"
포크로 케이크를 자르는 것까지 세심하게 카메라에 담은 뒤, 케이크를 입 속으로 집어넣는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려는 듯 입을 천천히 오물거린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그것보다 이 트롤, 돈이 있긴 한 걸까?
즐거운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갑자기 말을 걸어져선 깜짝 놀랐다. 덩치도 꽤 크고, 인상도 무섭고, 무엇보다 술병....가디언 지망생이라곤 해도 기본적으로 소심한 나는 이런 사람이 대뜸 말을 걸면 놀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살짝 어깨를 움츠리곤, 오들오들 떨면서 대답했다.
"그....재학생이긴 한데요....혹시 민간인이신가요? 아니면, 이차원에서의....?"
겉보기엔 아무리봐도 학교 관계자는 아닌 것 같고. 애초에 그랬다면, 나한테 가디언 아카데미가 어딘지 물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민간인일 경우엔 안내하기가 애매하지만, 요즘 한창 떠들썩한 이차원에서의 방문자라면 무언가 소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친절하게 안내 해드려야겠지.
인코그니토는 불안한 걸음걸이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짧게 친 흑발 위로 쫑긋 솟은 고양이 귀가 축 늘어져 있다. 소년의 얼굴에 두 눈을 가리는 검은 안대가 채워져 있었지만, 보행에 큰 어려움은 없어보였다. 소년에겐 아츠로 눈 앞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또 한 가지, 지금 인코그니토의 품에는 작고 하얀 아기토끼 한 마리가 안겨있었다. 어쩌다 토끼와 함께 게이트 너머로 날려진 것인지는 모르나... 인코그니토는 품 안의 토끼를 소중하게 꾹 안고 있었다.
"여기 어디야? 어디야?"
토끼, 코튼테일의 발목에 채워놓은 토끼어 번역기가 울린다.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된 걸까..."
힘없는 목소리다. 내가 갑자기 사라진 걸 알면 친구들이 걱정할 텐데. 교관님한테는 뭐라 설명하지? 온갖 고민거리들이 떠오른다. 인코그니토는 난생 처음 보는 거리를 계속해서 걷는다.
상대가 하는 행동은...가끔 보이는 스트리머나 SNS를 하는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청천은 고개를 소리없이 기울입니다. 그리고 톡방에 몇 마디 적어주고 다시 화면을 끕니다. 초면에 조금 무례한 언행이었나?하는 후회도 조금 들었으니....단 걸 먹으면서 조금 진정해볼까요. 상대가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청천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주황색 뿔 난 여성의 옆 테이블을 지나 카운터로 갑니다. 절대로 저 초코케이크가 맛있어보여서 같은 걸로 주문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속으로 우겨봅니다.)
"초코 케이크 하나요."
손목에 심겨진 가디언칩은 전산결제에도 활용되지요...삐빅, 소리와 함께 결제는 금방 끝납니다. 진동벨을 받아들면서도 청천의 시선은 힐끔, 이방인(추정)이 앉은 테이블을 한 번 향합니다.
"저 분은... 처음 보는 분이네요.." 인코그니토에게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림은 발이 넓었고(?), 학교 학생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인코그니토를 보고는 말을 걸 정도로 나름의 사교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닌가. 다행인가?
그리고 요즘 가디언넷을 확인하거나 하는 일을 보면 혹시 게이트 너머에서 오신 분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다림은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탁탁 소리를 내면서 다가가 말을 걸려 합니다.
"저.. 고양이 귀를 가지신 분께서는 혹시 게이트에서 넘어오신 분인가요?" 힘없이 걸어가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붙잡게 되었어요. 라고 말하면서 토끼를 잠깐 봅니다. 무해해보이는 토끼입니다. 설마 메카-애니멀이나 만렙토끼같은 흉악한 존재는 아니겠죠..? 라는 일말의 불안감을 가졌지만... 그런 걸 대놓고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니까요.
겁먹게 만든건가. 그건 곤란한데. 오들오들 떠는 당신을 본 사내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저것 물어볼것이 있는데다 딱히 협박할것도 아닌데 겁먹게 만들면 어째 귀찮아질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내는 자신의 인상을 나쁘게 만드는것중 가장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걸 제거했다. 술병을 대충 뒤로 툭 던졌다는 이야기다. 아깝다는 생각은 물론 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맛에 대한 평가. 와! 정말 맛있다! 그렇게 길고 긴 연설(?)을 끝내고 다시 포크를 집어드는데... 어떤 파란머리 인간이 그녀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었다. 뭐야 저 인간! 혹시 차원을 넘어서 만난 에즈의 시청자? 같은 이상한 상상을 한다... 그냥 단순히 신기해서 본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방금 어떤 인간이 에즈를 슥 봤어!"
그리고 자랑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댄다. 그 목소리는 아마 저 인간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이크. 이방인의 목소리에 청천은, 흠칫합니다. 라이브 방송 중인 스트리머인가본데...엮이면 피곤할까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청천은 진동벨을 받아들고 자리로 가지만. 어쩐지 뻣뻣하게 굳어 있습니다. 혹시 들켰을까 제 발이 저렸던 것입니다.
아, 그런데 마침 카페가 한산했던 것인지 주문이 적었던 것인지, 자리에 가서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진동벨이 울립니다. ...카운터에서 가만히 기다릴걸 그랬나요. 몇 걸음 걷고서 자신이 평소에 비해 어색하게 굳어있다는 것을 깨달은 청천은...그냥 서두르기로 합니다. 신속 S급의 신속을 발휘해 파바박! 카운터까지 달려나가서...케이크를 받아들고 파바박 자리로 뛰어갑니다!
그러고나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케이크를 포크로 한 입 먹습니다. 냠. 음, 여기 초코 맛집이군요!
고양이 귀를 가진 것이 장난이 아니라는 듯 귀가 쫑긋이는 것을 발견한 다림은 적당히 소리를 줄이며 눈을 깜박입니다. 알아차렸으니까 앞에 서도 괜찮겠지요? 문 같은 게 게이트냐는 것에 아마 맞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아마 그게 게이트가 맞을 거에요." 이차원에서 오신 분이군요.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길을 잃거나.. 아예 모르는 걸 보면 그냥 막 튀어나와서 헤매고 있던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묻는 것에 대답해주어야겠지요.
"여기는 지구라는 행성의 동북아 가디언 아카데미가 위치한 학원도에요." 국립 청월고교, 아프란시아 성학교, 제노시아 전문 특성인 양성화 고교(어째서 제노시아가 기냐면 진짜 이름이 길어서 그렇다) 가 존재한다는 것까지 설명해주고는 번역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는 혹시 이 토끼가...말하는 건가요? 라고 슬쩍 물어보려 합니다. 메카-같은 로봇 토끼는 아니겠지.. 라고 흘깃 바라봅니다. 그치만 귀여워 보이긴 해서.. 아니길 바랍니다.
이 트롤의 시선은 이제 파란머리 인간에게 완전히 꽂혀있었다. 수상하다는 눈빛이 잔뜩 담긴 시선으로 인간을 보는데... 방금 뭘 본거지? 전광석화와 같은 스피드...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저 인간에게 뭔가 켕기는 게 있을 거다! 판단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메라를 주머니에 쏙 넣고.
던진건 판단미스였던듯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안 버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애써 제쳐두며 사내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다 아는 이름이 나오자 반응했다.
"아아, 토순인가... 그럼 그렇게 낯설지는 않겠구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조금쯤은 경계가 풀리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토순이라면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을것같으니. 결국 조금 업어가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에 대한 설명을 듣던 사내는 살짝 곤란해졌다는걸 알았다. 애초에 아카데미라는게 있고, 그 곳의 채팅방과 연결되었다는것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귀찮아졌다는 기색을 감추지 않고 대답하고는 평소에도 잘 쓰지 않던 머리를 굴렸다. 셋 중 어디일까. 그 채팅방에서 봤던 닉네임을 물어볼까? 아무리 그래도 면식도 없는 사람을 찾는건 힘들어보였다. 아니면 설명도 들었으니 적당히 만만해보이는곳을 뚫으면... 거기서 거기인 수준의 생각들을 하던 사내는 우선 당신의 인사에 대답부터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