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9846> [상L]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독백 잡담방 -168- :: 1001

넛케주

2021-06-28 22:55:22 - 2021-07-01 23:36:13

0 넛케주 (Rpsxd.Yd5o)

2021-06-28 (모두 수고..) 22:55:22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1:1 카톡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6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 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390 S주 (UDUYMjCVy6)

2021-06-29 (FIRE!) 14:21:11

조 퇴
혼란을 틈타 신캐를 낸다

391 칠죄종주 (hn/HuLVVyY)

2021-06-29 (FIRE!) 14:22:27

폭8

392 사서주 (21y9Q/OONE)

2021-06-29 (FIRE!) 14:22:43

졸리고 체력딸려서 리타
용용이 신캐는 열심히 구상중이다

그리고.. 크오를 하기로 했으니 아울이 본모습을 까야하나 고민중

393 (ImfPr.KsBQ)

2021-06-29 (FIRE!) 14:39:40

어찌됐든 크오 끝나기 전까진 B&S 신캐는 없습니다

394 사서주 (21y9Q/OONE)

2021-06-29 (FIRE!) 14:44:41

.dice 1 2. = 2
1 그려
2 그리지 마

395 조현주 (4EtLYpsQ2w)

2021-06-29 (FIRE!) 15:08:16

>>390 제가 퇴출 당한 거 같지 읺아요?!

>>394 다갓에게 사형을 선포합니다.

396 월급루팡(넛케주)◆cs3yt/Mi8w (Bkb6h67oFI)

2021-06-29 (FIRE!) 16:57:38

일하기싫은마음의 티미

유즈베는 세피라중에서는 약한편 아닐까
근데 궁합이 좋아서 둘이 맘먹고 콤비 짜면 상당히 강할듯

397 클주 ◆Ni7Ms0eetc (nW9NNuF6io)

2021-06-29 (FIRE!) 17:11:45

유즈베는 둘이서 합쳐서 하나니까 유에 전투력은 즈베 전투력까지 포함해서 측정해줘야되는구나

398 사서주 (21y9Q/OONE)

2021-06-29 (FIRE!) 17:11:57

할게 없는 사서주

399 월급루팡(넛케주)◆cs3yt/Mi8w (I81f7/Y9SU)

2021-06-29 (FIRE!) 17:26:21

>>397

400 칠죄종주 (hn/HuLVVyY)

2021-06-29 (FIRE!) 17:54:11

베이컨은 짜

401 에주 (A.3RB5nWQo)

2021-06-29 (FIRE!) 18:05:45

짜면 소금

402 클주 ◆Ni7Ms0eetc (nW9NNuF6io)

2021-06-29 (FIRE!) 18:08:26

소금은 하얘

403 조현주 (4EtLYpsQ2w)

2021-06-29 (FIRE!) 18:26:35

희면 마약(??)

404 공책주 (UTwyZpTNSY)

2021-06-29 (FIRE!) 20:37:34

공책이같음 - 1
(※공책이의 이름은 아델라인 입니다)

405 공책주 (UTwyZpTNSY)

2021-06-29 (FIRE!) 20:37:57

공책이같음 - 2

406 조현주 (4EtLYpsQ2w)

2021-06-29 (FIRE!) 20:40:56

공책이는 도대체 어떤 애길래ㅋㅋㅋㅋㅋㅋ
누구든 조현이는 할머니처럼 박수치면서 아이구 귀엽다 귀여워를 시전하겠지만요.

407 클주 ◆Ni7Ms0eetc (nW9NNuF6io)

2021-06-29 (FIRE!) 20:42:20





공책이잔아
룸메들 상대하는 공책이잔아ㅠ

408 에주 (A.3RB5nWQo)

2021-06-29 (FIRE!) 20:44:09

아델라인펭귄

409 공책주 (UTwyZpTNSY)

2021-06-29 (FIRE!) 20:48:02

>>406 공책이요?
깡패요
(공책: ?)

아델라인펭귄 좋다

410 칠죄종주 (hn/HuLVVyY)

2021-06-29 (FIRE!) 21:07:39

폭★8

411 에주 (A.3RB5nWQo)

2021-06-29 (FIRE!) 21:10:24

폭8 할거야 안할거야!!

412 칠죄종주 (hn/HuLVVyY)

2021-06-29 (FIRE!) 21:11:26

할거야

413 S주 (G2pMUuOjBo)

2021-06-29 (FIRE!) 22:52:46

요리보고 조리봐도 공책이네

414 조현주 (4EtLYpsQ2w)

2021-06-29 (FIRE!) 22:53:32

공책이는 둘리였구나.

415 칠죄종주 (hn/HuLVVyY)

2021-06-29 (FIRE!) 23:12:21

누가있나요

416 조현주 (4EtLYpsQ2w)

2021-06-29 (FIRE!) 23:15:20

(손)

417 에주 (0vY3dtHiHc)

2021-06-29 (FIRE!) 23:16:12

(흥민손)

418 클주 ◆Ni7Ms0eetc (nW9NNuF6io)

2021-06-29 (FIRE!) 23:16:38

겜하느라 잇엇다 없엇다 하긴 하는데 여튼 잇긴혀요

419 사서주 (aYO9Yh9XDE)

2021-06-29 (FIRE!) 23:17:32

겜하느라222

420 S주 (G2pMUuOjBo)

2021-06-29 (FIRE!) 23:19:42

카톡 눈으로만 보는 새짖이 굴리는중이어요

421 공책주 (UTwyZpTNSY)

2021-06-29 (FIRE!) 23:24:23

카톡이 안 올라오고 있는데 새짖이는 뭘 보고 있는 거예요

422 에주 (0vY3dtHiHc)

2021-06-29 (FIRE!) 23:25:05

우리가 아직도 참치로 보이니?

423 공책주 (UTwyZpTNSY)

2021-06-29 (FIRE!) 23:25:24

>>422 예 아무래도

424 클주 ◆Ni7Ms0eetc (nW9NNuF6io)

2021-06-29 (FIRE!) 23:26:16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425 칠죄종주 (hn/HuLVVyY)

2021-06-29 (FIRE!) 23:29:01

12페이지에서 어케 진도낼까 고민중..

426 S주 (G2pMUuOjBo)

2021-06-29 (FIRE!) 23:44:23

>>421 설정을 중시하는 편이시네요

427 칠죄종주 (fRfZBL/CfI)

2021-06-30 (水) 00:07:07

난 12페이지면 끝나겠거니 하고 썼는데 계속 길어지네..

428 조현주 (DTil3lxM3s)

2021-06-30 (水) 00:16:00

칠죄종주의 그 능력이 부러워요.

429 칠죄종주 (fRfZBL/CfI)

2021-06-30 (水) 00:17:43

근데 중간의 씬은 제가 연애같은 걸 안해봐서 되게 오그라드네요.

430 조현주 (DTil3lxM3s)

2021-06-30 (水) 00:24:01

연애요?(쫑긋)

431 칠죄종주 (fRfZBL/CfI)

2021-06-30 (水) 00:27:06

화자는 루슈리아가 아닙니다.

432 조현주 (DTil3lxM3s)

2021-06-30 (水) 00:32:03

그럼 누군가요!(두근두근)

433 칠죄종주 (fRfZBL/CfI)

2021-06-30 (水) 00:36:34

계약자

434 조현주 (DTil3lxM3s)

2021-06-30 (水) 00:47:37

오오오오오오오오.

435 칠죄종주 (fRfZBL/CfI)

2021-06-30 (水) 00:55:38

11000자로 끝났읍니다.

436 칠죄종주 (fRfZBL/CfI)

2021-06-30 (水) 00:56:21

*범죄 및 유혈묘사 있음

악마의 진한 유혹은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속삭임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의 계약은 검고 지옥과도 같은 무게를 가짐과 동시에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 유혹에 빠져들어 욕망을 펼쳤을 때 끝내 계약에 손대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결말이었다.

나 또한 그런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어 최후를 맞이하기 일부 직전의 현재.
간절히 원했던 것은 스스로 쟁취하는 것만이 답이었을 텐데. 어째서 이 지경까지 와버렸을까?

“그건 네가 나약하기 때문이지. 세상은 무척이나 불합리하니까. 되는대로 일어나는 법은 없는 법이야. 특히나 너는 그렇지. 3번이나 악마의 도움을 받고도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은 것은 없잖아.”

정신을 놓아버릴 광경 속 눈 앞에 있는 것은 첫째로 내 생각에 응하듯 대답한 악마였다.
그 악마는 누가 보더라도 호감을 느끼고 사랑스럽다고 표현할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얼굴에서 드러나는 것은 소녀는 전혀 짓지 않을 벌레를 보는 듯한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경멸의 시선 속에서 나는 돌이켜본다. 자신의 나약함이라면, 분명 나는 악마가 속삭이지 않았다면 생각만을 가진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욕구를 속에서 애태우기만 반복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네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는. 이런 결과 따위는 도달하지 않았겠지…!”

그 말에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모든 것은 악마의 탓이다. 그렇게 결론을 지으며 나는 힘없이 죽어버릴 듯한 목소리로 분노를 표출했다. 더 이상의 큰소리를 낼 힘조차 없는 절망감만이 오싹하게 몸을 전율시키고 있었기에.

“아 그러셔. 자, 눈앞에 네가 사랑하던 사람을 죽여버린 사람은 누구였지? 아 ‘사랑하던’ 이라는 표현도 사실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너 하나의 일방적인 스토킹. 왜곡된 욕망일 뿐이라고. 그래서 계약은 신중하게 조건을 걸라고 말했을 텐데.”

나를 어느새 내려다보며 말하는 악마의 말투도 시선도 차갑고 냉정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변명하는 나 같은 녀석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 말 그대로. 나는 악마의 말에 반박하나 못한 채 입 만을 뻐끔거리고 무언가 반박해보려 애써보았다. 하지만 어떠한 사고의 결과도 그 말에 대한 반박을 찾아내지 못했다.

목이 졸린 자국을 남긴 채 나뒹굴고 있는 시체를 만든 것은 분명 나였다. 악마가 설령 내 욕망을 떠밀었다고 하더라도 이 광경은 내가 계약한 결과였다. 바보같이 누구 탓을 하고 있던 것 일까. 악마의 말 대로 내가 눈앞에 있던 이미 죽어버린 상대에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왜곡된 욕망이라고 악마가 치부할 정도로 가능성이 없었던. 처음부터
그런 감정을 가지지 않았어야 했다.

“어라. 슬슬 타임오버인가 보네. 그러니까 조용히 하는게 좋다고 말했는데. 이제 나님은 모르겠다.”

정말로 내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투의 악마의 말소리 함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도 방의 소란과 밖으로 보였던 광경이 노출되어 이미 신고가 들어왔을 것이다.
그 사이렌 소리를 마치 주마등처럼 듣고 잠시나마 나는 눈을 감았다. 어디서 이렇게 잘못된 건지 과거를 떠올리듯.

내가 악마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앓고 있던 사랑을 자각한 무렵이었다. 악마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악마가 처음에 했던 말을 떠올려보자면,

“그렇게 근처에서 바라보는게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 아니야?”

멀리서 사랑의 상대를 관찰하기만 하던 나의 욕구를 읽듯 당연하게 보았기에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말하거나 환청을 듣는가 하고 착각을 했다.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서 그런 예리한 추측을 내놓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저기 꼬마야. 방금 네가 말한 거니?”

생각한 것을 그렇게 말로 전하자마자 마치 맹수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그 나이때의 힘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각력으로 걷어차여 날아가는 바람에 시야가 거꾸로 뒤집혔다.

내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하고 의심을 해보았지만. 아픈 느낌이 전신을 감싸오자 그제서야 단순한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성인 남성을 스티로폼 마냥 걷어차 날려버리는 아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님은 아이 취급 받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앞으로 주의해줬으면 좋겠네? 다음 번엔 죽여버릴 테니까. 그 보다도 언제까지 바라보기만 할 건데? 상대는 널 스토커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스… 스토커라니! 말이 너무..”

큰 소리는 내지 못했다. 혹시나 누군가 들었을지도 몰랐기에.

“그럼 좋아하는 사람 졸졸 따라다니며 멀리서 보고 있는 녀석이 스토커가 아니면 뭐야? 신고하면 바로 잡힐 텐데?”

정곡을 찔린 듯 나는 그 소녀의 손을 잡고 내 집으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이것도 범죄로 보였겠지만.

“나님은 모르겠다. 이거 미성년자 납치 같은 걸로 보일 텐데?”
“조용히 해. 그냥 삼촌이 조카 대려 가는 것처럼 하자고. 그리고 제발 말조심 좀 해. 애초에 누구야? 너는.”
“악마.”
“중2병?”
“역시 죽는게 좋겠다.”

뾰족한 구두를 들어올려 걷어차려고 했기에 반사적으로 몸을 쭈그리며 피하려고 했다.
다시 아까 같이 걷어차인다면 집 안에서는 뼈가 골절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뼈가 골절이 나는게 아니라 하반신이랑 상반신의 작별인사를 고하려고 했는데.”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는 둘째로 치고 본인이 악마라는 걸 내가 믿어야 할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아까도 그렇고 생각을 읽은 듯이 이야기 하는게 납득이 안된다.

“납득 안 될 만하지. 그야 이런 세상이라면 생각을 읽는 존재가 보통은 비상식적인 이야기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것은 소설이나 드라마에나 볼 법한 이야기였지, 현실에서는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악마라. 보통은 잃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 접근하려는 게 정상이 아닌가. 나 하나만 참는다면 굳이 악마가 찾아올 이유는 없었다.

그런 생각마저 읽은 것인지 악마는 비웃듯 이야기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악마야. 잃을 것이 없는 녀석은 오히려 가치가 떨어져. 나님은 오히려 너같이 욕망 하나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녀석이 좋아.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그래? 처음에는 거래로 하자. 계약이 아니라. 일년 정도 수명의 영혼을 받아 갈게. 대신 너는 네가 바라는 간단한 걸 하나 이룰 수 있어. 뭘 바라는지는 대충 알고 있지만.”
“그 전에. 하나만.”
“뭔데?”
“악마라는 증거를 하나만 더 보여봐.”
“흠.. 좋아.”

악마는 방 안에서 거리를 좀 벌리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뭔가 불온하면서도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눈 앞에 보였던 건 칠흑색의 날개였다. 그것은 소녀와 같은 체구의 악마를 뒤덮고도 남을 만큼 거대했다. 악마의 날개 라기보다는 타천사의 날개에 가까웠지만.

“한 때는 천사였다고 하더라도 안 믿을 거 아냐? 이걸로 증명된 거지?”
“그래.”

나에게 악마가 찾아왔다. 그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비현실적인 일이었지만. 정말로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악마임에 틀림없다. 어째서 나에게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악마의 말대로라면 내 유유부단 한 성격이 악마에게 있어서는 계약하기 쉬운 상대인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어떻게 본다면 그것은 불운이고 어떻게 본다면 행운이었다.

“악마를 만났다는 건 행운도 불운도 아니야. 악마와 어떤 거래와 계약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일 년의 수명을 받치고 내 욕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악마는 말했다. 밑져야 본전인 거래였다. 이 욕망은 언젠가 무언가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항상 여겨왔으니까. 차라리 악마에게 거래를 해서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행운이었다.

“좋아. 거래하겠어.”
“왜 그렇게 의심이 많나 싶어서 죽여버릴까 고민했는데 아직 죽일만큼 가치가 없지는 않네. 아까 말했지만 나님이 너에게서 가져갈 대가는 영혼의 수명 1년분. 혹시 까먹을 만큼 멍청한 녀석일지도 몰라서 한 번 더 말했어. 거기에 하나 더. 악마와의 거래에서 원하는 대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는가. 그걸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많이 생기거든? 그러니 명확한 대가를 이야기해. 그걸로 거래는 성립이야.”
“명확한 대가라..”

나는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백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고백할 기회를 얻는 게 내가 원하는 대가가 아닐까. 일 년의 수명은 그 정도의 무게로 여겼다. 만약 악마가 원하는 대가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한다면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그 사람에게 고백할 수 있는 기회. 그걸로 충분해.”

결론을 짓고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악마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게 네 명확한 소원이야? 더 정확하게 말하는 게 좋을 텐데?”

마치 그 정도로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악마의 말에 내가 잘못 생각했나 하고 턱에 손가락을 짚어본다. 시간이나 구체적인 장소가 필요한 걸까.

“내일 오후 6시. 장소는 이 근처에 있는 유일한 카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음…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게 맞겠지. 한 번 거래하면 되돌릴 수 없어. 다시 한번 묻겠는데 그 대가로 충분해?”
“그래. 거래하지.”
“좋아. 거래금 먼저.”

악마는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손톱만으로도 사람을 해치는 건 간단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손톱이 달린 손가락으로 내 가슴팍을 살짝 건드리더니 무언가를 빼냈다.
신기하게도 아무런 감각도 없었지만 작은 빛의 입자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거래는 성립이야. 내일 6시의 그 장소에서 대가는 받을 수 있어. 그럼 바쁘니 이만.”

악마는 거래가 끝나기 무섭게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백일몽이라도 꾼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력이 빠지는 하루였다. 피곤해진 나머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다음날은 6시까지 무척이나 긴장되는 하루였다. 거래에 대한 일만을 생각한 채로 다른 일에는 집중할 수가 없는 그런 상황. 악마는 정말로 나의 수명을 가져가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는 것 인가. 그런 생각만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특히나 상대는 악마였다. 내 수명을 가져가기만 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거래의 약속을 이행한다 치더라도 혹시나 내 수명을 1년이 아닌 많은 양을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의심스러운 존재였다. 조금 더 생각해볼 걸 하고 이야기하더라도 이미 엎지른 물이기에, 되돌릴 수조차 없는 상황.

수많은 불안이 감싸고 있었다. 수많은 기대가 감싸고 있었다. 그런 수많은 것들이 감싸여 시계 바늘은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운명의 시간은 찾아왔다. 악마와의 거래가 이행되는 시간,
의심을 눈 앞에서 증명하는 시간. 내 욕망이 실현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시간.

거래는 6시 정각. 내가 그토록 쫓던 이는 카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마주쳤다.
나는 악마와의 거래를 증명하기 위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당신에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 저도 그렇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은 게 아니라 다른 생각에 다른 결론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 맞았다. 단 하나의 생각만이 나를 전율시키고 있었다.

악마와의 거래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그리고 그것이 카페에 들어서고 잘못된 생각의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기 까지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저.. 제가 먼저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저는 여태동안 당신을..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

흥분과 열락으로 가득 찬 전율. 나는 상대의 의중도 생각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말을 쏟아내려고 했지만 그 쏟아 내기조차 그 대상에게 부정당한 채로 경멸의 시선과 차가운 한 마디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 한마디는,

“정말 지긋지긋하네요.”

애초에 나라는 인간은 벌레 미만으로 본다는 그러한 차가운 시선. 이제는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는 한 마디. 거기서부터 이미 사고는 정지했다. 어디서부터 나는 잘못한 걸까.
하지만 그것은 한 마디로 끝나지 않았다.

“예전부터 당신이 저를 멀리서 그런 식으로 기분 나쁘게 스토킹하고 있었던 건 알고 있었습니다. 이 돈을 받고 제발 제 근처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사라지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그만해주세요.”

명백한 거부. 실패. 거기에는 어떠한 기회조차 없었다. 처음부터 나와 이야기할 이야기는 애초에 정해져 있었던 것이겠지. 돈을 주고 사라지라고 할 정도였다면 상대로서는 나 같은 인간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치욕에, 그런 실패에 나는 도망치듯 카페를 빠져나와 거리로 달려나갔다. 상대가 쫓아오지 않을 때까지.

“악마!! 나와! 빌어먹을! 다 쳐보고 있었을 거 아냐!”

어디인지도 모를 골목에 도달했을 때 나는 내가 느낀 치욕과 분노를 허공에 쏟아냈다. 분명히 악마라면 이 광경을 분명히 지켜보고도 남을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악마야 말로 인간의 고통을 즐기는 존재가 아니던가.

“아하하하하하!!!! 최고야! 남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인간의 말은 언제나 들어맞지. 고작 1년분의 영혼을 얻은 것 치고는 재밌었어. 칭찬해줄게.”

소녀도 사람도 아닌 명백히 인간이 아닌 것 같은 경박한 웃음 소리. 조롱으로 가득 찬 말투.
악마는 분노를 쏟아 낸 내 앞에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나타났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

“빌어먹을 년이!”

모든 분노가 울컥하듯 쏟아 나온 채로 나는 악마의 옷깃을 부여잡고 들어 올리려 했지만 그런 시도 조차가 무의미 하다는 듯 시간이 멈추었다. 아니 멈춘 것은 나 혼자였다. 손가락을 튕긴 악마의 힘에 나의 몸이 돌처럼 굳은 듯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왜 분노를 나님에게 향하는 건지. 정말이지 한심하네. 너희 생명을 가지고 욕망을 품은 존재는 하나같이 말이야. 악마라는 존재를 만나지 않더라도 너희는 언제나-“

악마는 아까 전의 웃음조차 마치 가면을 벗겨낸 것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검지 손가락을 나의 머리에 향하고 살포시 밀었다. 그것으로 나는 바로 옆에 있던 골목 벽으로 튕겨 나가 콘크리트를 박살내고 그대로 그곳에 박혀버렸다.

“파멸하는 거라고!”

순간적으로 의식이 몽롱해지고 시야가 3겹으로 흔들림과 동시에 충격으로 내장이 타 들어가듯 고통이 엄습해왔다. 폐가 답답하고 근질근질 한 동시에 뜨거운 것이 곧바로 나는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크하악-!”

입안에서 비린 맛이 퍼지고 검붉은 것들이 시야에 보이자 상황이 나에게 있어 전혀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악마의 손에 애초부터 놀아나고 있었던 거겠지.

“착각하지 마.”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악마는 나의 그런 생각마저 부정했다.

“나님은 충분히 경고했어. 너는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시간에 소원의 조건을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라는 조건으로 나님과 거래했지. 그 거래에 어디에도 네 고백이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았어? 나님은 명확한 거래 조건을 말하라고 했어. 그럼에도 너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거래를 받아들였지.”
“그건..”

그것이야 말로 말장난이지 않은가.

“아니지. 이해하지 못한 네가 잘못한 거야. 너라는 인간의 욕망이 향하고자 하는 것이 모든 일을 그르친 것과 다름없어. 기회를 얻는 게 아니라. 고백을 이루어 달라고 했어야 해. 눈 먼 욕망이 너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애초부터 착각한 거 아닐까?”

몽롱한 의식 속에 나는 이번에도 악마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내 상황을 인지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소원이라는 것은 명확해야만 했으니까. 고백을 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나는 욕망에 따라서 행동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네.”

겨우 이정도로 나는 포기하기가 싫었다. 이렇게 저지른 것과 같다면. 한 번 더 거래를 해서라도 실패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어리석게도 나는 아직도 내 욕망을 이렇게 실현할 수만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후회할 텐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엎질러 진 물을 도로 담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쏟은 물만큼 더 큰 것을 얻는 것이 맞다. 내 안의 욕망은 악마를 만남으로서 더 이상 억제할 수가 없는 것과 같았으니까. 쟁취할 수 없다면 쟁취할 수 있는 인간이 되면 된다. 그렇게 나는 사고를 바꾸었다. 이미 한 번 실패의 쓴 맛을 보았지만. 바라는 대로 이루어 줄 수 있는 소원기로서의 존재가 눈 앞에 있지 않은가.

“그게 네 결론이라면. 나님이 막을 이유는 없지.”

좋다. 대가로 바칠 영혼은 아직 충분하니까. 지금보다도 그 대가가 클지라도 이번에는 바라는 것을 이룰 것이다.

“이번에는 명확하게 할 수 있겠지. 그 소원의 무게에 따라 이번에 거둬 갈 대가를 정할게.”

고백의 결과, 상대에게 있어서 나는 불쾌한 존재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가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거부할 수 없는 위치. 말하자면 명예와 부가 합쳐진 지위가 필요했다. 이 정도가 된다면 세상의 개변이 필요하겠지.

“개변 정도는 아니야. 너라는 데이터가 있다면 그 데이터만을 변조하는 거지. 세상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렇다면 악마는 불가능한 게 없다는 거겠지.

“불가능한 건 없지만. 소원이 명확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는 건 명심해야 할 거야. 이미 한 번 실패를 겪었다면 잘 알았으리라고 생각해.”
“정했어.. 거래를 하지.”
“좋아. 말해봐. 네 욕망을.”

최후의 내가 내린 결론을 나는 피 특유의 비린내가 절여진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미 고통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은 상태였다. 마치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퍼지는 것처럼.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사회적 지위와 부. 그리고 상대에게 가장 매력이 될 수 있는 모습으로 나를 뜯어 고쳐줘.”
“현명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알 수가 없네. 그 소원은. 확실한 걸까? 그 소원.”

악마는 내가 바라는 소원에 다시 한번 이것으로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
“좋아. 그 대가로 네 수명의 절반을 가져 갈 거야.”
“수명의 절반인가.”
“무르려면 지금 뿐인데.”

수명의 절반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나는 동전을 던졌다. 악마가 이루어 줄 수 있다면 이 질주하는 욕망을 이루는 동전의 결과를 보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아니. 거래하자.”

더 이상의 고민도 없이 거래를 승낙했다.

“그럼 눈을 감고. 나님이 말하는 것에만 귀기울여.”

눈이 마치 명령을 듣는 듯 서서히 감겼다.

“당신은 앞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준비합니다. 이곳은 적막한 태고의 고동만이 울릴 뿐.”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심장 박동 같은 소리만이 들렸다. 처음부터 이 세상의 소리가 사라졌다는 듯이.

“그 태고의 고동 속에서 당신은 걸어 나갑니다. 이전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인생을 살면서 겪었던 실패가 성공으로, 불행이 기회로. 모든 것은 개변하고 이전의 자신이라는 개념은 당신의 기억 속에서만 남고 세상에서는 완전히 사라집니다.”

마치 소원을 빌기 전에 자신은 어딘가로 조각이 된 채 기억 속에서만 남는 듯한 상식의 개변. 소원은 진행되었다.

“현재의 자신은 새로운 삶을 걸어오고 모습도 지위도 부도 모든 것이 달라져, 당신은 당신이 그렇게 애타게 찾던 이에게 가장 매력적인 모습이 됩니다. 말투도 외모도 격식도 모든 상식은 한순간에 바뀌어 ‘유일자’인 당신으로 태어납니다.”

나는 수많은 기회와 성공을 부여잡고 부와 명예를 가진 자신의 새로운 기억이 더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나의 기억이 아닌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의 기억이었다는 듯.
그러면서도 과거의 실패했던 나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자 이제 당신은 눈을 뜹니다. 눈을 뜬 당신은 ‘유일자’ 입니다. 대가는 이미 가져갔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악마의 말에 눈을 뜨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본 것은 나의 지위와 부로 쌓아 올려진 풍경. 처음부터 그것은 이미 있었다는 듯 존재했다. 그럼에도 위화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악마가 말했듯 나라는 존재의 서술만이 바뀐 듯했다.

“정말로 뭐든 이루어 주는구나. 빌어먹을 성격이었지만.”

거울을 보며 내 모습을 보니 거기에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의 모습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것이 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상하다 여길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바지 주머니에 들어간 지갑을 열어보니 신분증에 적힌 내 이름조차 처음 들어 봤음에도 나의 이름이라고 여겨졌다.

“자 그럼 내 욕망이 향하는 대로. 모든 것을 끝내자.”

악마가 이루어 준 소원의 방식은 친절하게도 나에게 편의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이의 연락처에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해 놓을 줄이야. 쉽게 말하자면 차려 놓은 밥상 같은 것이었다. 다만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도 있었기에 이것저것 확인을 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일단은 직장 상사 관계라는 설정인가보다. 그리고 직장 내에서는 친근한 동료로 여겨지는 수준. 상대가에 비호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평일 주말에는 같이 식사를 하는 관계라면 더 이상 조사해 볼 필요도 없었다. 조금은 악마에게 감사해야 할 정도로.

잠시 동안의 전화를 거치고 상대는 무척이나 쉽게도 나와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였다. 기대와 흥분 속에서 나는 내가 누리는 부의 영역인 저택을 빠져나와 약속장소로 향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정도의 꽤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다.

언제 상대가 나올까 두근거림 속에서 나는 마침내 온 그녀를 반기었다. 그녀 역시 그 전의 실패에서 보았던 표정은 짓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으니까.

“사장님께서 이런 곳에서 뵙자고 하니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녀는 나를 사장이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그 정도의 지위를 나에게 주었으니 유일자라고 한 것인가. 내가 일궈낸 회사가 존재했고 그곳의 대표이사이자 사장이었으니까. 그녀 역시 사장대리비서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바뀐 이 세상에서는.

“너무 부담 가지지 마시고 즐깁시다.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습니까?”

나는 내 나름대로의 미소를 짓고는 그녀를 응대했다. 그리고 잡다한 이야기와 함께 식사를 잠시 나누다 슬며시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서 비서인 당신은 저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음… 한 회사의 대표로서는 존경하고 있습니다. 사내 동료로서 생각하더라도 모범적인 분이시고. 곤란한 일이 있다면 사장님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그녀에 말해서 부담스럽거나 억지로 나오는 반응은 없었다. 솔직한 답변에 가까운 어조였다.
그렇다면 동전을 던져 그 결과를 볼 때가 왔다.

“그럼 혹시 제 여자가 되어줄 수는 있습니까?”
“네? 제가 혹시 잘못 들었나요?”
“고백하는 겁니다. 당신에게.”
“아.. 혹시 이 식사는 그런 의도였나요?”
“크흠.. 그렇긴 합니다. 사심이었습니다.”

헛기침을 하고 내가 솔직히 답하자 그녀는 꽤나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직장 상사로서 존경에 가깝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이야기는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그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린다고?
대체 왜. 어째서. 소원은 명확히 이루었다. 사회적 지위도 부도, 모습도 모든 것이 달라지고 조건도 충분히 갖추었는데. 그럼에도 내가 동전을 던진 결과는 바라고 있던 앞면이 아닌 뒷면이었다. 무엇이 어디부터 오류를 가져왔는가. 내 수명의 절반을 깎아 이룩한 이 결과가 고작 이렇게 실패를 한다고?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나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이지?

“저기… 사장님?”

이미 그녀의 말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하나 그녀에게 물어볼 것은 존재했다.

“좋습니다. 이유라도 들어봅시다.”
“이미 저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계산은 할 테니 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뒤에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건 나는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홀로 빠져나왔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세상과 나에게 거래를 제안한 악마에 대한 증오만이 머리 속을 강타했다. 당장에 이 거리에서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조금 거리를 빠져나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작게 악마를 부른다.

“나와.”
“무슨 말할지는 이미 뻔하게 알고 있는데. 왜 비웃는 나님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어?”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난 악마는 소녀는 지을 수 없는 듯한 간악한 웃음을 억지로 참는 듯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 두개의 눈동자가 비추고 있는 것은 한심하게 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이었지만.

“어디부터..”
“어디부터 알고 있었냐고 묻는다면 이런 결과까지는 모르지. 너는 네가 생각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소원을 말했고 나님은 최선을 다해 모든 조건을 맞추어 주었지.”

당장에 악마의 멱살을 잡고 이건 사기가 아니냐 따지고 싶었지만 그 말에는 분명 틀린 점이 없었다. 악마는 내가 바란 소원을 완벽히 이행했다. 그럼에도,

“그럼 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냐고 묻는다면 그건 소원 밖의 일이야.”

악마는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만 이 갈 곳 없는 분노가 해소될 것만 같았으니까.

“악마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건 모든 거래와 계약에서 통용된다. 구두상으로의 거래였지만. 거래한 증표는 남아있어.”

악마의 팔에 핏줄이 꿈틀거리며 거래의 내용과 일시를 적은 증명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증명에는 악마가 말한대로 악마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건 모든 거래와 계약에서 통용된다 만일 이를 어길 시에는 악마는 그대로 소멸한다는 엄격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어째서 아무것도..”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건 세상에 흔하니까. 그것조차 이루고 싶다면 악마가 아니라 신을 데리고 와야 해.”

그저 소리 치고 싶었다. 이런 결말에. 이런 대가를 바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나에게 기회는 없는 것인가? 어떠한 대가라도 받칠 수 있었다. 기회만 있다면.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래.”
“더 이상의 거래는 없어. 하지만-.”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아지랑이를 일렁이는 푸른 불꽃을 일으켰다. 불꽃은 서서히 연소하며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 요즘은 쓰지 않을 듯한 양피지로 이루어진 계약서 형태의 물건.
그런가. 악마의 계약인가. 뭐든 좋다.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이번에는,

“기회는 네 모든 것을 받아내고 계약해야만 이룰 수 있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영혼을 모두 지불하고 내 손가락을 상처내 악마와의 계약을 마쳤다.
수단과 방법에 관계없이 내가 그렇게 갈망했던 그녀를 나의 것으로 하는 것. 그것이 계약이었다. 그리고 계약이 이행되는 즉시 악마는 나의 영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것으로 계약은 성립되었다.

“계약은 이걸로 성립이야. 더 이상 너에게 기회는 없지. 이 소원이 마지막이고. 후회하지마.”

그 계약이 마치자마자 나는 내가 그토록 갈망했음에도 얻을 수 없었던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는 집에 있었다.

“사장님?”
“내가 무엇이 부족했지? 나는 모든 대가를 지불해 여기까지 온 거라고.”
“그렇게 말하셔도..”
“괜찮아. 모든 건 이것으로 끝낼 테니까.”

계약은 이행된다. 소원은 이루어졌다. 나에게는 힘이 있었으니까. 수많은 빛이 쏘아지고 나와 그녀 사이의 모든 것을 뒤덮었다. 그것이 소원이 이루어 주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그곳에는.
한순간의 비명과 함께 찾아온 선혈과 그녀의 죽음. 소원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졌..

“소원은 이루어졌다. 단지 네가 얻을 수 있는 답이 네가 원하는 결과가 아닌 것뿐. 수단과 방법에 관계없이 상대를 얻는 것. 너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상대를 살아있는 상태로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던 거야. 그래서 시체라도 얻을 수 있게 소원이 이루어졌네. 안타깝구나.”
“왜!!! 어째서!!! 아아아아아아악!!!!!”

차갑게 악마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으로 잠시 나는 의식을 잃고 기절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지금의 회상이 끝이 난다.

“나는 너에게 달리 해 줄 말은 없어. 소원은 이렇게 이루어졌고 나는 이제 대가를 가져갈 차례야.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조금이라도 삶을 더 살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는 있어. 나는 그런 생명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증오하기에 인격적으로 취급해 줄 생각은 없지만.”

악마는 안타까운 듯 그리 이야기했다. 그것 만이 처음에 보았던 악마의 가면 쓴 표정과 태도가 아닌 진심 어린 얼굴이었다.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다면 나는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까.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편해지고 싶다.

“그래. 그럼 작별이야.”

한 자루의 낫이 허공에서 형성되며 나라는 존재를 그었다.
그것으로 나라는 존재는 사라졌다. 어디에도 없다는 듯.

***

“그럼 나님의 오늘 보고는 여기까지.”
다홍빛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양 옆을 묶은 투 사이드 업의 소녀 형상을 한 악마는 홍차 한 잔을 마시며 그렇게 보고를 마쳤다.

“너는.언제나.계약자들을.한심하게.여기고.한편으로는.안타까워하지.”
“이 일만 지긋지긋하게 셀 수 없을 정도로 해왔으니까. 없던 동정도 생기는 거 라구.”
“하지만.타락할.영혼은.우리가.접근하건.하지않건.도착점은.같다.단지.우리라는.개입이.세상의.균형을.바꿔놓지.일일이.하나하나.그리.딱하게.볼것은.없어.그.희생으로.세상은.바뀔테니까.”

“솔직히 네가 할 말은 아니지. 피그리티아. 모든 것을 포기해 나태하게 타락하는 영혼을 거둬가는 네가. 필요도 없는 달콤한 꿈을 선사하는 것이야 말로. 쓸데없는 배려 아니야?”

그 질문에 푸른 머리를 길게 땋은 여성 형상의 악마가 잠든 얼굴로 답했다.

“그게.내가.해줄수있는.유일한.배려니까.그럼.내.보고를.시작하지.”

437 칠죄종주 (fRfZBL/CfI)

2021-06-30 (水) 00:58:23

악!!! 제목을 잊었네

Luxuria타락의 악마

입니다.

438 조현주 (DTil3lxM3s)

2021-06-30 (水) 01:07:34

계약자가 멍청하네요. 피그리티아와는 계약하고 싶어지고. 루슈리아는....어....(말문 막힘)

그런데 여자 죽인 거 보면 계약자 외에 다른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군요.

439 에주 (fvcP686/ks)

2021-06-30 (水) 01:46:09

퍄퍄

440 사서주 (psPuHoXAbE)

2021-06-30 (水) 01:48:38

에하에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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