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한테 입혀주면 어지간한 건 다 잘 어울리던게 잊혀지질 않네요. 하루는 그렇게 덧붙여 말하며 쿡쿡 웃음을 흘린다. 정말로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는 듯, 거짓된 느낌은 아니었다.
" 으음... 왠지 오묘한 말이네요, 다림. "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 할지도, 하루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아니면 살짝 돌려말하는 건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았기에, 단번에 결론을 내리지는 않으려는 모양새였습니다.
" 후후, 부담으로 느끼기보단 그냥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정도로만 여겨주세요. "
그정도의 취급으로도 자신은 충분히 기쁘다는 듯 하루는 상냥하게 대답을 돌려준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보이는 다림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의 말이 헛된 것으로 변하는 건 아닌 듯 했으니 긍정적인 일이니까요.
" 으음.. 다음번엔 살짝 물어보고 해볼게요. 그러면 저나 다림양이나 괜찮을 선택지겠죠? " " 그러니까... 다림양, 한번 더 안아줘도 될까요? "
이렇게, 라고 덧붙여 말한 하루가 상냥하게 양팔을 벌려보인다. 물론 손끝이 부들부들 떨여오는 것이 이 자세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었지만, 꿋꿋하게 기다려보는 하루였습니다.
" 얼른 다른 사람들이랑 마주 치기 전에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으면 말해주세요. " " 저도 다림양을 더 보고 싶긴 하지만.. 억지로 붙잡고 있거나 하는건 미안하기도 하고.."
하루는 부드럽게 언제든 이 병실을 떠나 돌아가도 된다는 듯 부드러운 대답을 돌려줍니다. 물론 다림이 덧붙인 말에는 ' 그건 좀 든든한걸요. ' 하고 웃음과 함께 대답을 들려줍니다. 왠지 자신보다 더 다친 다림을 앉혀두고 자신이 누워버리는건 신경이 쓰이는지 눕지는 않는 하루였지만
카페 안으로 따라들어가서, 아이스티를 주문하는 은후 옆에서 블루베리 스무디를 주문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큰 카페는 아니지만 그만큼 사람도 적었기에 자리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는 은후를 보고 뭔가 잘못 말했던가 고민하다가, 점원이 음료를 가져오자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는 블루베리 스무디. 요거트와 꿀 맛이 느껴지는 달콤한 음료.
" 3인을 초과한 인원이 갈 만한 의뢰는 어려운 게 많으니까. "
각 포지션 별로 한 명-이라는 말에 대한 약간 늦은 답변. 3인 정석 조합 정도로 갈 만한 의뢰를 구해볼 생각이었다.
" 음... 혹시, 의뢰에 갈 수 없는 사정이 있어? "
그런데 권유하게 됐으면 좀 미안한데. 라고 생각하며 스무디를 홀짝였다.
" 일단 너를 부르려고 한 이유는, 생각나는 후배 중에 연락이 닿는 사람이었으니까야. " " 이번엔 그렇게 어려운 의뢰를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거든. 시험기간에 시험공부만 하다 보니까 감이 떨어진 것 같아서 가볍게 받아볼 만한 의뢰를 찾을 생각이었어. 그런 데 3-4학년을 부르는 건 좀 그렇고, 후배들이랑 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
바다는 요즘 바쁜 것 같고, 지훈이나 하루는 이미 의뢰 중인지 연락이 안 되고, 청천이는 그렇게 많이 만나 본 사이는 아니니까. 다림이...는 잘은 모르겠지만 의뢰 갈 상황이 아니라던가, 하는 듯한 모양인데.
"그럼 저는 무엇일까요..." 아 이건 제가 생각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경험자의 말을 들으니 신기하네요. 라고 말합니다. 관찰하는 것은.. 눈길이 가는 곳? 카드를 할 때 손놀림을 관찰하는 것처럼? 세세한 세부적인 것을 관찰하는 것에서 비롯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생각해봅니다.
"수련공부의뢰... 외에는 크게 할 게 없으니까요." 물론 친구...에게 안부도 물어야 하지만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시험 끝나고 나서 안부도 제대로 못 물어봤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화이트데이라고 사탕을 몇 개 쟁여뒀었는데. 그것도 주기 어렵죠. 벌써 3월 17일 이상이라구.. 너무 늦은 것이다..
"아. 한발짝 두발짝 술래잡기.. 라는 의뢰네요" 갔다 오면 멘탈이 너절해져 있겠군 같은 생각을 하는 다림주다..
"..." 하위권이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저 미소만 지으며 음료를 홀짝입니다. 아니 이건 때맞춰서 시험기간에 망념을 쌓고 허선생 챌린지에 일상을 쪼금 덜 돌린 탓이구...(?)
"좀 대담하게 수영복도 생각해보는건 어때요? 여름에는 다들 어디론가 놀러갈지도 모르니까요."
하루는 좋은 생각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대답을 돌려준다. 수영복을 이야기 하는 것은 다림의 반응을 보고 싶은 것인지 쿡쿡 웃음까지 흘리고 있었다. 저만 다 어울리는게 아니라 다림양도 마찬가지라구요, 라는 대답을 해주는 것도 빼먹지 않는 하루였다.
" 뭐, 어쩔 수 없는거겠죠. "
그 부분을 다림이 곤란하게 파고들진 않겠다는 듯 어깨를 살짝 으쓱여 보이는 하루였다. 애초에 지금 상황에선 그렇게까지 중요한 부분도 아니었고, 다림을 불편하게 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 고마워요, 후후. 다림이 안아주니까 따뜻하네요. 금방 나을 것 같아요. "
하루는 부드럽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다림의 등을 두드려주곤 살며시 떨어지며 상냥하게 말합니다. 한순간 다림의 등뒤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나온 것은 은근슬쩍 두사람의 몸이 맞닿았을 때, 의념을 써서 다림을 조금이나마 치료를 해준 모양이었습니다. 하루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
다림의 얼굴에 스쳐지나간 미묘한 분위기는 무엇이었을까, 하루는 잠시 의아함을 품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합니다. 나중에 물어보기로 머리 한켠에 기억을 해두면서요.
" 아,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그럼 겸사겸사 좀 더 쉬다가 가도록 해요. 저도 다림을 좀 더 보고 싶기도 하니까요. "
고개를 살짝 기울인 하루가 지그시 다림을 바라보다 맑은 웃음을 터트리며 속삭입니다.
" 후후, 역시 다림양은 티아라 같은게 없어도 아름다운 사람이네요. "
예전부터 느꼈지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루는 조금은 짖궂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합니다. 어차피 머물게 된 다림에게 장난이라도 걸어보려는 것처럼.
"글쎄요? 저는 미술가 라는 뚜렷한 특징이 있어서... 다림 씨는... 본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가령, 타짜의 눈은 상대방의 심리, 속임수, 패를 파악하는 도구잖아요? 의사에게 관찰이란 환자의 증상, 고통, 상처 부위 같은 것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고..."
음~ 탄 선생님께선 시체만 일주일을 봤다고 하셨지. 그러면.. 무언가 더 있을 것 같네. 수련, 공부, 의뢰. 딱 사이클이구만... 어쩔 수 없는 삶인가? 하지만 거기에 뭔가 더 있을법한데..
"한발짝 두발짝 술래잡기.. 이름만 들어보면 되게... 어려워보이네요! 느낌이.. 뭔가, 추상적일 수록 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