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것에.. 책임을 져야... 그렇지만...' 알았냐는 릴리 양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 채로 진정되어 눈을 감고 그 뒤에 바로 릴리 양 또한 기절한 듯 쓰러지는 것이다. 라고 인지한 뒤에 심연에 잠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면 보건실이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각자 학교의 보건실로 실려가겠지만 일단은...
붕대가 둘둘 감겨 있고 처치가 되긴 했지만, 퇴원은 아직 권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고개를 저었습니다.
"정말로? 팔 들기 힘들고 걷는 것도.." 힘들 텐데..? 라는 사람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바로 퇴원해야.. 옆 침상에 누운 하루를 힐긋 쳐다봅니다. 하긴. 치고박고 싸운 사이가 좀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나가줬고.(보건실 담당자로써는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퇴원할 준비를 낑낑거리며 마쳤습니다. 옆 침상에 누워 있는 하루를 잠깐 보고는 옆 의자에 앉아서 잠깐 바라보고는 나가려고 일어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퇴원 준비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 모양이었는지. 다림이 일어나려 할 때 손을 잡은 건 하루였을까요?
흠.. 오케이! 갈 길 가자~ 하고 일어서려고 했다. 테이블의 음료는 카페에서 알아서 치운다고 내버려 둬도 된다고 했고.. 그렇게 다 마신 음료와 쪽팔린 상황을 뒤로하고 떠나려는데, 저 사람이 나에게 떨어뜨린 물건이라고 무언가를 건네줬다. 흠... 이건... 내.. 물건이 아닌데.. 애초에 이런 걸..? 매니아가 여기에? 그냥 둘리가 있을까?
"제꺼 아닌데요... 다른 사람 물건 같은데... 보아하니까 그다지 희귀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쪽이 원하는대로 처리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하루의 의식은 어두운 공간을 떠돌고 있었다. 마치 물위에 떠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듯한 감각, 마지막 기억은 어떻게든 소중한 친구를 원래대로 되돌리려 움직이던 순간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제대로 되돌아올 수 있게 해줄 수 있던건가. 아니면 실패를 하고선 그대로 죽음에 다다른걸까. 의식의 바다에서 움직이지 않고 떠다니던 하루는 순간 이렇게 멍하니 떠돌아다녀선 안된다는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 .... "
한순간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을 뜬 하루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느끼며 익숙한 천장을 올려다본다. 보건부에 왔다는 것은 아마도 결과가 어찌 되었든 상황은 마무리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분명 방금 의식이 돌아왔음에도, 하루의 정신은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눈을 굴려 옆을 바라보자 붕대 투성이인 다림이 몸을 일으켜 나가려하고 있었다. 이대로 보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무시하고선 몸을 일으켜 다림의 손을 잡아챈다. 가느다란 붕대투성이 손이 아슬아슬하게 다림의 손을 낚아챘고, 하루의 눈에는 당혹스러워 하는 다림의 표정이 들어왔다.
" ...좋은 오후네요, 다림. 제대로 쉬긴 한거에요? "
갈라진 목소리, 오랜시간동안 물을 마시지 못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평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다른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얼굴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는 다림을 마주하는 언제나와 비슷했다. 다림에 의해 이렇게 되었음에도 탓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스러워 하는 눈빛이 느껴졌겠지.
다림의 손목도 꽤 가늘었고, 잡아채이자 약간의 당혹감에 조금 빼려고 했지만. 많이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손에 잡힌 힘 빠진 참새같이 옅은 파드득거림이 반응의 전부였습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꼴사납게 침대 위로 엎어질 뻔했다고요? 하루를 보면서 갈라지는 목소리에 무..물 드릴게요. 라고 말했지만. 물을 마신다고 한다면 조심스럽게 도망갈 것만 같았을지도 모릅니다. 여기 있어달라고 부탁한다면야... 도망은 못 가겠지만요.
"...쉬려고 노력했어요.." 하루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대답하려 합니다. 쉬려고 노력한 거지. 쉰 게 아니지요. 기숙사 가서는 쉬려고 했지만. 지금시점에서는 아니기 때문에 노력했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끝내는 겁니다.
"....시..싫은 게 아니라요... 잘못했으니까... 하루 양에게도... 죄송하다 해야 하고.."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가면서 덜덜 떠는 다림입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으려 합니다.(무릎 아주 싸구나..) 격하게 행동한 게 역시 무리였던 걸까. 읏. 하는 소리를 내지만 다시 일어나지는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