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꽤 묵직한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아까 전의 아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던, 심성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 극한의 시대를 살아오고 비주류 무기를 주류 무기의 영역까지 끌어올렸던 세 명의 건슬링어. 웨스턴건맨이라 불렸던 그의 분위기가 짧게 방 안을 휩쓸어갑니다.
" 뭐. 걱정하지 마. 목소리가 새어나갈 일도 없고, 은후 녀석. 워낙 어릴 적부터 사람 잘 믿고 했거든. 제 어릴 적에는 가정교사 검 호위로 붙여준 아가씨가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푹 빠져서 '아빠같이 멋 없는 총은 배우기 싫어!' 할 정도로.. 뭐. 내 잘못이긴 했어. 어릴 적에는 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준다. 그런 목표가 있었거든. "
칙. 시가의 불이 붙고, 그는 깊은 연기를 빨아들입니다. 가디언. 그것도 준영웅의 건강은 연기따윈 무시해도 좋을 만큼, 흉흉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 그래. 연애는 좋아. 자식이야 입양을 해도 좋고, 아니면 뭐. 마도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 요즘에는 그런 부부도 많다고 들었거든. 일시적으로 성별을 바꾼 뒤, 아이를 낳고 나서 다시 원래 성별로 돌아가는 그런 것 말야. "
그는 꽤 많은 것을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 그래서 내가 너한테 이런 말밖에 못 해서 미안하단거야. 지금부턴 어른들의 추잡한 이야기가 나올테니까. "
말을 꺼내면서도, 시현은 문을 흘끔 바라봅니다. 은후가 나갔던 그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정훈은 고갤 돌려 문을 바라봅니다. 곧, 의념이 온 전신을 훝고 지나가고 안력이 강화됩니다. 그 곳에 있는 것은 거대한 의념 덩어리입니다. 의념을 굳혀, 문을 열 수 없게 만든. 그 지독하리만치 폭력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문시현은 은후가 들어올 수도, 듣는 것을 시도할 수도 없게 한 것입니다.
" 이름 신 정훈. 나이는 열일곱. 신 한국 서울 출신. 어릴 적 잦은 부상은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음. 입학 당시 성적은 600명 중 221위.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어. 지금은 어디 보자.. 꽤 성장 속도가 최근에 가파르게 성장한 축에 드네. "
그는 정훈의 신상 정보를 하나하나 말합니다.
" 신기하지? 분명 가디언 후보생의 정보는 극비로 보관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나 싶진 않아? 아니라고 해도 들으면 좋겠어. "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 네가 졸업하는 2년 후. 졸업한 직후 10년 안에 최소 외곽 지역의 일선 가디언이 되는 것으론 부족해. 왜인지 알아? "
여전히, 웃음은 떠나지 않습니다. 입에 문 시가의 탄 부분을 털어냅니다.
" 이게 은후와 네 시작점의 차이기 때문이야. 물론 네 재능이 놀랍단 것은 부정하지 않을게. 내 자리까지 어쩌면 10년. 그보다 더 짧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기간동안 은후는 어떤 과정을 겪게 될까? "
그는 서류 하나를 던집니다. 정훈은 서류를 받은 직후 천천히 읽어봅니다.
" 난 은후를 내 뒤를 이은 지방법원장으로 만들 계획이었어. 싫건 좋건, 결국 난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지. 애를 만들라면야 만들 수 있겠지만 난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마치 사랑을 다 주었고, 가문을 이을 종마를 만든단 느낌밖에 들지 않잖아. "
그는 마지막 시가 한 모금을 삼킨 뒤, 후 하고 숨을 내뱉습니다.
" 그래서 난 은후에게 내 모든 걸 줄 생각이었어. 여주 백작이라는 자리와 경기지방법원장이라는 자리까지. 정경유착같은 생각이 들지? 물론 그런 말은 하지 않아줬음 좋겠어. 아마 그 일이 내가 아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제하는 일일테니까. "
그 말은 씁쓸하게도, 여전히 문시현이 은후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그에 비하면 슬프지만 넌, 네 뒤를 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물론 재능이 뛰어나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겠지. 그런데 그 관심이. 혈연보다 끈끈하거나 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 "
말을 마치고, 떠나려는 말을 목에 삼키고. 그는 얘기합니다.
" 그래. 차라리 욕 할거면 날 욕해도 좋아. 원한다면 주먹질 몇 번 정도는 해도 괜찮고. 의념으로 강화해도 돼. 적어도 지금은 저 문을 유지할 정도의 의념 사용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거든. "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난 애 아빠야. 아들이 힘든 길을 걷겠다는데 거기에 좋다고 밀어보낼 아빠가 어디 있어. 그러니까.. "
그는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리볼버 한 자루를 꺼내듭니다.
" 이건 경고이면서 부탁이기도 해. "
웃습니다.
" 연애 정도로 만족해주길 바래. 적어도 은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네가 정말로 은후를 좋아한다면 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