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B - 3대 3000을 칠 수 있다. 수 톤의 트럭을 옮길 수 있다. 다만 레벨의 보조가 필요할 수 있다. 5레벨 B 기준으로 경차정돈 들어 옮길 수 있게 됩니다! 신속 B - 치타나 여하 동물들과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순간 속도가 아니라 꾸준한 속도로요. 영성 B - 판단력이 높아지고 조금 더 똑똑해집니다. 가령 외우는 것에 대한 속도가 증가하는 정도로요. 영성의 경우는 높아질수록 그 티가 나기 시작합니다! 건강 B - 쉽게 다치지 않습니다. 살가죽이 질겨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모든 연금술사가 그러하듯이 그에게도 악마가 찾아왔다. 『자네의 욕망을 구현시켜 줄 터이니 나의 소원을 들어 주게.』 악마의 소원은 간단했다. 『이 몸은, 이제 이 세상은 지루해서 질려 버렸어. 다른 세상으로 찾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으니, 자네가 나를 도와 주게나.』
대부분의 연금술사가 그러하듯이, 그 또한 유혹에 넘어갔다. 그리하여 그는 만들어냈다, 티아라를────.
무덤덤하게 말문을 틀었던 오렐리 샤르티에의 목소리는 점점 낭창하게, 때로는 음산하게, 마치 1인극이나 라쿠고의 실감나는 연기를 하듯이…… 동굴 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쓰러진 하루의 곁에 앉아서 한쪽 무릎을 꿇고, 릴리는 조용히 약병 하나를 꺼냈다. 물이 들어 있는 앰풀이었다.
의념기 ── 『불로불사의 약』.
“나는 노력하는 인간을 경애하지. 연금술을 알기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 그렇다. 노력하는 인간은…… 실패하지 않는다. 이르든 늦든 황금의 길으로 향하는 이들이니까, 모두…….”
릴리는 눈을 감았다. 아랫눈꺼풀에 고여 있던 피가 두 눈꺼풀 사이에 눌려 번졌다.
다시 눈을 떴다. 눈은 불그스름한 혈색으로 감싸여 있다.
그리고, 그러자 언제나와 같이…… 그러나 처음인 것처럼, 저 멀리…… 자, 보이기 시작했다. 새벽빛의 눈동자와 황혼 빛의 장막이 겹치자, 눈동자에 태양의 뜨고 짐과 달의 차고 기욺이 겹치고, 완벽이라는 좌표를 향해 나침반의 바늘이 돌아갔다. 릴리의 망막에 맺히는 상은, 그것이었다. 만물의 설계도. 황금의 제조법.
그림책을 보고 따라하듯이, 쉽게, 손쉽게…… 릴리는 약병을 흔들기 시작했다. 차분히, 몹시 천천히, 가볍게 찰랑거리는 병 속의 물이 검게 변하고, 희게 변하더니, 붉게 변하고, 이윽고 그 붉음 속에서 일출 어스름처럼 차오르는 금빛이 떠올랐다. 시약이 뿜어내는 영롱한 기운이 앰풀 속에 가득 찼다. 금방이라도 알을 깨고 나오려는 봉추와 같이.
약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황금의 길이 무궁한 상승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릴리는 고개를 숙여 쓰러진 자를 바라본다. 만신창이지만, 편안하게 기절한 모양이었다.
“…… 그것을 알고 택한 길이라고…… 했지. 그러니까…… 이런 조잡한 약을 당신에게 선사하지는 않아. 그것이 나의 예의야. 지금부터는 고통도 오롯이 당신의 것이니까.”
그 자리에서 릴리는 손으로 앰풀을 으깼다. 금빛을 띠던 약은 앰풀이 깨지기도 전에 투명한 색으로 되돌아가서, 순식간에 손 사이로 흘러내리며 피와 뒤섞여, 묽은 선홍빛으로 변하며 바닥에 쏟아졌다. 얼굴의 까진 부분이나 출혈 부위에 부드럽게 문지를 때의 색채를 보면 그것은 의념기로 만든 불로불사의 약이 아닌 평범한 연고였다.
붉게 젖은 눈 너머로 보이던 만물의 설계도는, 뱀이 꼬리를 숨기듯 신기루가 여행자를 속이듯, 지난 밤의 꿈결이 망각으로 되돌아가듯 사라져 버렸고, 더는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모두 해 놨어, 하지만 이뿐이야. 아마 늑골이 나갔을 텐데…… 가디언이라도 아픈 처사겠지. 다들 조치해 줘.”
그러고는, 서둘러 불길에 휩싸인 대장장이가 여제에게 도끼를 내리치려는 곳으로 달려갔다. 떨어지는 기요틴과 도끼날을 총총 걸어 피하면서 말이다. 릴리는 프로페셔널이었다. 자기 전문분야라면 자기가 해치운다. 착수부터 사후처리까지. 진정한 프로는 일이 곧 목적이기에, 시키지 않아도 반드시 그렇게 한다. 연금술사인 릴리 샤르티에였기에, 저 티아라를 처분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릴리의 일이었다.
『바, 반역자들……! 끝난 게 아니다……! 혼을…… 육신을…….』
여제의 눈에도 릴리는 훌륭한 새 육신으로 보였을 것이다. 야망과 욕망, 야심과 욕심으로 가득 찬 젊고 치기 어린 연금술사. 영성은 강대하며, 신체는 가녀리고, 눈동자는 건방지나, 몸가짐은 기품있다. 너다. 바로 너다! 그렇게 외치는 듯이 티아라는 손을 뻗는다. 이번 대관식의 주인공은 너다! 릴리 샤르티에는 가만히 다가오는 검은 손에 맞선다.
목을 조르고 손을 억지로 잡아 비틀어, 은제 왕관을 벗겨내고 자신을 머리에 씌우려는 티아라를, 그 순간에 릴리는 뒤집어 유리로 된 함에 넣고, 입구에 붙은 밀랍을 녹여서 봉인해 버렸다. 차가운 눈으로 릴리는 유리 함을 내려다보았다.
『괘씸한 것. 고작 티아라 주제에 여제를 참칭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은…… 고작 은 주제에! 도금된 은 주제에! 무엄하다!』 『…… 로마 황제가 쓰는 관은 푸른 잎이 곤두선 월계관이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관은 가시가 돋은 면류관이었지.』 『무엄하다! 짐을 가두다니…… 너는 원치 않느냐! 원하지 않느냐! 그─ 그래, 너는 진리를 원하겠지! 누구보다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많은 것을 원하겠지! 짐은 안다! 네게 주마! 짐은 네게 줄 수 있노라!』 『…… 그리고 이 왕관은, 네 말대로, 도금된 은관이다. 솔직히 무겁기만 하고, 불편하거든, 이거.』 『그래……! 짐의 육신이 되어라! 열방을 발 아래에 두고 모든 것을 깨우쳐라! 욕망하지 않느냐? 짐을 가지고 싶겠지! 이곳에 들어선 순간, 누구보다도 욕망에 타오르던 그 눈동자를 짐은 기억하노라! 그러니 주겠다! 모두 주겠다!』
그러나 릴리는 냉정하게 들여다볼 뿐이다. 『…… 하지만 그렇기에, 이 왕관을 쓰면 천박하지 않게 고개숙일 수 있어. 이것은…… 고개를 숙여도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에도 기품을 잃지 않게 해 준다. 그래서 좋아하지.』
유리로 된 함은 이내 그림자로 가득 찬 듯이 새까만 어둠의 막에 감싸였다. 그늘 속에서 애처롭게 반짝이던 붉은 보석이 마침내 빛을 잃는다. 음산한 피비린내가 조금은 걷힌 듯했다.
“고개를 숙여도 떨어지지 않는 왕관만이, 그 무게를 견디는 이가 변치 않는 왕임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황제는 로마의 인민 수만을 굽어보면서도 권위를 잃지 않았고, 그리스도는 십자가 위에서 고개를 떨구고서도 여전히 유대의 왕이었다…….
“한낱 학자인 나보다도 어리석었네, 여제여……. 이 녀석은 내가 처리하게끔 해 줘. 그런데, 이 녀석한테 씌였던 숙주는…… 어라?”
…… 다시 대장장이가 있었던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릴리는 다소 얼떨떨한 직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기 쓰러져 있는 저 사람은…… 저 얼굴, 아니, 얼굴보다도, 저 특유의…… 분위기가…….
“에에엥─!?”
곧장 유리 함을 내던지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함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다시 야단을 일으킬 생각에 순간 기대가 부풀었던 티아라였지만, 너구리가…… (춘덕이라니까구리!!!) 춘덕이가 받아내는 덕분에, 레이더들은 숙청여제를 두 번 상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익숙해……. 어, 어디더라. 인간. 인간은, 입구에서 오른쪽. 대리석상의 등 뒤로 가서 기둥이 있는 회랑, 에서, 분명…… 여기쯤인데.”
기억의 궁전을 집 앞 도서관처럼 뒤지던 릴리는 머지 않아 그 불쌍한 소녀가, 아주 어릴 적 자신에게 행운을 빌어 주었던 소녀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기억 따위 잊고야 만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행운 따위 찾아오더라도 자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릴리 샤르티에는 알았다. 결국 인간 둘의 조우라는 것은 운명이 이끄는 것임을.
“잘못했어…… 전부 내가 잘못했으니까…….”
릴리는 더럽혀진 흰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으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
그녀는, 여제의 꼭두각시였던 그녀는─ 어깨의 화살을 뽑았다. 피가 울컥, 하고 터져나오고, 그 다음에는 다시 연신 화살을 허벅지에 찔러넣으며 붉은 점을 두셋씩 새겨 나갔다. 릴리는 주먹을 움켜쥔다. 목의 근육이 긴장해 경련하며 침을 넘긴다. 선 채로 가만히 떨던 릴리 샤르티에는, 그대로 스스로를 해치는 소녀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쏟아지는 피를 뺨에 맞으며, 팔을 움켜 붙잡고 껴안았다.
« ───Arrête, idiot ! »
화살을 쥔 손을 어떻게든 비틀어 멈추려고 발악하면서, 릴리는, 외친다.
« Arrête, arrête, arrête ! Espèce d'idiot ! Qu'est-ce que tu fous ? »
큰 이유는 없다. 릴리는 프로였으니까. 위험한 존재를 제거하고 인간을 구한다, 그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니다. 릴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너! 너─! 살아서 사과해! 이건 요구다! 권고라구! D'accord ? 당신이 여기서 죽으면 구출하러 온 우리는 임무에 실패하는 거야! D'accord ? ”
팔로 팔을 밀쳐 누르며 낑낑대면서 물병 하나를 간신히 꺼낸 릴리는, 다시 실랑이 간에 물병을 흔들어 약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던 물은 배가 위로 뒤집힌 상어처럼 백색과 청색이 층을 두고 섞인 색채가 되었다. 필요한 투약량과 강도를 계산한다. 단박에 날뛰는 환자를 제압하면서도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 만큼의 진정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밀려오는 피로를 입술을 씹어 견디고,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쥐어짜서 약을 벌어진 어깨의 상처에 들이부었다. 투약이 끝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직후에야, 릴리는 힘없이 그녀에게 몸을 포개며 쓰러진다. 정신은 멀쩡히 깨어 있었지만, 체력을 모조리 써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늘한 아침에 뜨끈한 이불에 휘감겼을 때처럼 릴리는 더 이상 움직이고자 하는 생각이 불가능했다.
“지혜로운 연금술사이자 위대한 의술사가 될, 나 오렐리 샤르티에의 처방이다……. 만족스러울 거야. 진통제가 필요하다면, 이걸로 참으라구…….”
『네게 모든 것을 주마』고 유혹하는 관의 목소리를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티아라에 혼을 바치고 죽어 갔으며, 이번 희생양은 비상하게 운이 좋은 한 소녀였다.
하지만…… 상승의식 따위는 결여된 가짜 연금술로 만들어진 가짜 티아라 따위는 위대한 연금술사 릴리 샤르티에 님을 이길 수 없었고, 결전 끝에 마침내 티아라는 봉인되었다!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지성과 지상의 모든 이를 능가하는 영성, 그리고 누구보다 고결한 신성을 지닌 위대함의 승리였다!
그리고, 짓밟을 가치도 없는 사이비 연금술사의 아주 오래된 학설을 이겨낸 릴리는 지쳐서 그대로 쿨쿨 잠에 들었다. 위대한 연금술사 릴리 샤르티에의 오랜 잠버릇대로, 그대로 몸을 둥글게 말고 분홍색 고치가 되는 것처럼 끊임없이 한 점을 향해 웅크리면서…….
…… 춘덕이에게 질질 끌려가며 바닥의 돌기에 몇 번씩 부딪치고도 깨지 않은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깊이 깊이 든 오랜만의 단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