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소리를 내며, 안개와도 같은 그것이 섬뜩하게 미소짓자, 쓰러졌던 마법사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습니다. 자아가 망가져도, 고통이 마비되어도 그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섬뜩하게 바뀐 분위기가 끈적끈적하게 그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은 웃는 목소리로 말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 너구나? 나와 독대한 아이에게 손상을 입힌 게. '''
알 수 없는 말을 한 무기는 그저 추종자를 빤히 바라봤습니다. 그리곤 방싯 해맑게 웃었죠. 추종자는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올라가는 팔을 바라봤습니다. 자신의 두 손이, 목을 강하게 죄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난 여기를 창조하지 않아서,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거든. 어차피, 이제 격이 떨어졌는데 뭐 어때? 네가 죽을 때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어. '''
숨이 막혀오는 켁켁 소리와 겁에 질린 표정을 그것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마치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덧붙였죠.
''' 괴로워? '''
' 제, 제발... 살려줘...! '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다르게 비릿한 말이 그것에게서 떨어졌습니다. 그는 바들바들 떨면서 목숨을 구걸했습니다. 그걸 본 그것이 재미있다는 것처럼 픽, 웃었습니다.
''' 너는 재앙 그 자체에게 자비를 구가하니? 아쉽게도 난 고치거나 창조하는 건 서투르단다. 죽이고 부수는 것이 내 영역이지. 이걸 뭐라더라? 아, 신벌. 그래. 신벌이라 생각하렴. 넌 나에게 재미나 흥미 그 무엇도 주지 못했어. 더욱이, 화나게 만들었지. 그래서 이렇게 죽는 거란다. 난 마법사가 스스로 목이 졸리고도 죽는지 정말 궁금하거든. '''
아침까지, 비명은 이어졌습니다. 신의 분노를 산 마법사는 그 시체 마저, 남아있지 못할 것입니다.
//MA의 특기는 자아를 살려둔 채로 상대의 육체를 조종하는 겁니다:D 신이 나서서 벌을 내렸어요
헤죽, 웃으며 대답하려던 단태의 입이 좋은 타이밍에 다물렸다. 탁월한 선택이였다. 안그랬다가는 허니버니라던가, 우리 작은 호박 아가씨 같은 호칭들이 다시 나왔을 테니까. 단태는 친구가 자신의 볼을 잡고 늘렸다가 떼고 다시 늘렸다가 떼는 행동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봤다. "달-링-?"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아픈 척 눈썹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주양을 불렀다.
"좀 아프지만 이게 자기의 사랑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
잠깐 잠깐 손이 떼어질 때를 놓치지 않고 단태는 능청스러운 말을 늘어놓았다. 뻔뻔하다. 주양의 손이 떨어지면 잠시 손으로 자신의 볼따구를 문질렀을 것이다.
"자기야~ 자기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영광의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줘야지~ 가령, 나라던가. 나같은 사람이라던가?"
수업 중에 다치게 되는 상황은 극히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단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재잘재잘- 단태는 자연스럽게 금지된 저주에 대해 대화의 방향성을 넘겨내며 설명을 이어갔다. 제법 길었던 수업 내용을 전부 말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핵심적인 부분을 전하는 건 성공했다.
"에반스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살인 저주가 가장 지독한 저주라고 하시던데~ 이상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살인 저주보다 고문 저주와 조종 저주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게 더 악랄해보이는데 말이야~"
별거 아니라는 듯, 느물느물하게 중얼거렸지만 말의 끄트머리에 가서는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다. 무자비한 고통과 고통없이 한번에 목숨을 앗을 수 있는 저주. 뭐 주단태에게는 어느쪽도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단태는 주양의 말에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지그시 눌렀다. 자기야- 하는 호칭을 느물하게 뱉는 말투가 떨리는 게 크게 감격한 모양이다. 누군가를 지키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은 다치는 건 크게 개의치 않는 법이였다. 적어도 단태가 아는 선에서는 그랬다.
"감동스러운 말이여서 심장이 철렁했어. 나 자기에게 사랑에 빠져버렸을지도?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더 빠져버렸을지도 몰라. 달링. 우리 작은 호박 아가씨."
심장은 늘 뛰기 마련이지만 마치 주양으로 인해 뛴다는 것처럼 단태는 감격했다는 뉘앙스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물론이지. 달링. 하고 대답하며 히죽- 웃는다. 단태가 주양의 손을 꼭 잡고 거리낌없이 그 손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