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무엇이오? 또 이것은 무엇이고? 으응? 지금 뭐 하는 거요! 으으딜 아녀자의 몸에다 손을...! 내 말하지 않았소! 갖고 있는 무기라고는 이 곡검과 다리에 매달아둔 단검과 머리장식과 비녀로 위장한 암기들 뿐이라고! 아, 아니, 그걸 왜 가져가는 거요! 이보시오!"
X레이 검사(추정)을 마치고 머리장식 몇 개를 잠시 압수당한(아마도) 수적이 펄펄 뛰며 성을 냈다. 다행히 지루한 검사가 끝난 뒤 돌려받기는 하였으나(역시 아마도), 이미 이 수적은 잔뜩 뿔이 나 옷깃을 단단히 여미는 것이었다.
"이 물건 이름이 분명 타불리랬지...?"
혹은 몰래 히죽 올라가는 저 입꼬리를 보자면, 어째 몸집보다 너무 크다 싶은 저 옷 속으로 그 타불리인가 태블릿인가 하는 신기한 기물을 감춘 것을 들키지 않으려 부러 소란을 일으킨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느 쪽이 옳건 간에, 그리 수리온에 오자마자 한바탕 난장 피운 하리가 벨벳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 긴장한 기색을 눈치채자마자, 찌푸렸던 얼굴이 확 풀리며 화색이 도는 것이었다.
"에헴! 이 몸은 장강수로18채, 그 중 중경수로채의 간부 하리외다. 택가家의 벨벳이라 하였소? 내, 오늘 안내를 기대하겠소!"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그리 말한 하리가 포권도 악수도 없이 높이 콧대를 세우며 벨벳을 바라보았다.
어린시절을 거지 노릇하고 지냈으며, 머리가 조금 굵고 나서는 사파, 그 중에서도 사납기로는 일패라 할 수 있는 수적의 하나가 된 하리의 머릿속 깊이 뿌리박힌 것은 강약약강이라 하는 네글자였다.
정작 하리를 가르친 오장삼이라 하는 자는 그 중경제일 미친놈이라는 별호에 걸맞게 간혹 광기가 골수에 미치는 때가 있어 썩 좋은 본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 그러니까 가르친 바와 달리 강강약약인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 천재는 못 되어도 어디 가서든 수재 소리는 들을 수 있는 레스캐답게, 하리 또한 스승이 바담풍 하여도 저는 바람풍 해낼 깜냥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서론이 길었으나, 결국은 이 수적이 조금 쫄았다는 소리였다.
"나, 나도 잘 부탁하오."
벨벳의 실전압축근육을 본 하리가 움찔 놀라며 그리 말했다. 곡검과 단검을 빼앗기자마자 한차례 더 행패를 부려보리라 흉계를 꾸미던 불측한 심산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젠 오히려 데굴 구르며 벨벳의 움직임을 살피는 눈동자 탓에 조금쯤 불안해보이기까지 했다.
"식사... 크, 흠! 좋소이다! 마침 말씀하신대로 제법 출출해진 참이기도 했고 말이오. 앞장서시오. 어디, 이 지방의 식료는 어떤 맛이 나나 한번 맛보아야겠소!"
그러나 어디 이 수적이 그리 오래도록 굽히고 설 자던가. 아니 실은 맞긴 하지만, 이리 중경수로채의 이름을 업고 나선 자리에서는 그저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리하여 곧 도로 어깨를 펴며 제법 뻣뻣하게 목을 치켜든 하리가 벨벳을 재촉하고 나섰다. 허나 거드름을 피운다 해도 처음 볼 적에 비하자면 훨씬 누그러진 태도라, 상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크게 눈에 띄진 않을 정도였다.
벨벳이 지폐를 몇장 꺼내어 보여 줍니다. 100이 적힌 지폐가 5장! 5 정도가 한끼 식사 정도니 적지도 많지도 않는 숫자네요.
"뭔가 맘에 드는게 있다 싶으면 말씀해 보세요. 여기 건물 안에도 여러가지 많은게 있거든요."
그러더니 벨벳이 재촉하는 하리의 앞장을 서서 건물 어디론가로 향합니다. 향하는 복도에는 사람들이 계속 해서 보입니다. 이 건물안에 사람이 대체 얼마나 있는걸까요? 복도마다 마다 걸어다니며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게다가 걸어서 주욱 가도 가도 아직도 건물 내라뇨.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 역시 아직 조금 겁먹은 탓으로 - 벨벳의 이야기를 듣던 하리의 눈이 돈 소리에 번쩍였다. 벨벳의 손에서 나온 것은 이 탐심 가득한 수적이 기대하던 것과 달리 반짝거리는 금화나 은화는 아니었지만, 그 재질이 종이임을 알아채니 오히려 기대감이 커지고 말았다. 그야 하리는 수리온의 통화단위나 물가를 알지 못하니, 그저 중원에서 그리하듯 저것 또한 아마 금화쯤 되는 큰 돈 적힌 전표겠거니 한 것이다.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말이오?"
그 소리를 들은 하리의 입꼬리가 숨기지 못하는 기쁨으로 바짝 올라갔다. 벨벳의 말을 이 건물 안에 있는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뭐든 사주겠다는 말로 알아들은 탓이다.
"그럼, 저 불빛나는 저것-그냥 형광등이었다-은 값어치가 얼마나 하오? 어허, 저 그림-그냥 사진이었다-은 어찌 저리 생생한지 모르겠소. 필시 이곳에서도 대단히 유명한 화공이 그렸겠지요? 저 온갖 보석과 색유리-그냥 플라스틱이었다-라니! 여기가 당신네들 간부들이 지내는 곳이라 하더니, 과연 화려하게도 장식해두었소. 또한-"
기다렸다는 듯 건물 안에 보이는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짚어내는 하리의 손끝이 분주했다. 온통 물건에 정신이 팔려, 이리 저리 다니는 사람들은 완전히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지난번 이미 한차례 현대문물로 가득한 세계에 다녀온 하리이건만 어째서 이리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그냥 저 화면 뒤에서 하리를 조종하는 사악한 존재가 심술을 부린 탓이었다.
그리 한참이나 미개한 이세계인 꼴을 보이며 상위존재의 농간에 놀아나던 하리가 벨벳의 질문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쪽을 돌아보았다.
이곳은 우리의 세계와 다르게 자연환경이 풍부하다. 그러니까 나무나 꽃을 좀 가져가도 문제 없겠다 싶어 적당한 나무를 뽑기 위해 기도무기를 삽으로 바꿔 땅을 파기 시작했던 그때 배는 나오고 머리에는 주황색 두건을 그리고 한손에는 닭다리를 잡은 사람으로부터 산적으로 보이는 자들이 다가온다.
"어이 어이 이 녀석 머리가 왜 이래?"
"약 잘못 먹으면 머리색 변한다던데 그런거 아닐까요?"
"샛기 우리 구역에 보이니까 기분 나쁜데 조질까?"
설마 본인한테 하는건가 싶어서 무시하고 삽질을 다시 하는데 돌멩이가 날아와 머리에 맞자 고개를 든다.
"저요?"
"그래 너 말고 누가 있냐"
그말에 삽질을 위해 굽혔던 몸을 피자 그 시대에서는 굉장히 큰편인 레온의 모습이 보인다.
"어쭈 떡대 봐라? 야들아 이 놈은 먹을 부위가 많겠다!"
그리고 레온한테 달려드는 산적들을 레온 본인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한다. 내가 원주민들 건드리면 큰일아닌가?
그렇게 말하며 은근히 싱겁게 도망을 가버린다. 역시 힘이 전부인 세상답다. 고맙다고 말하려 얼굴을 보다가 볼을 살짝 붉히고 시선을 하늘로 돌린다. 동향 할 때부터 생각했지만 엄청난 미인! 군대에서만 지낸 레온하르트는 있어서 미녀에게 내성이 없다. 군대는 물론 테크 중에서도 이정도의 외모는 없었으니까
"흠흠 감사합니다. 미사하란씨"
다리가 의족 같았지만 그 정도 우리 세계에서는 큰문제가 아니다.
"덕분에 나무에 손상이 안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피하면서 나무 뿌리를 조심스럽게 파헤친다. 카티아 카티아를 떠올리며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나를 알아보네? 녹림도(무림산적계의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닌 잔챙이 산적들은 대개 실력만큼이나 정보력도 달려서, 누가 와도 도통 알아보질 못하며 검을 뽑더니. 저 치들의 실력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눈치만큼은 적절했다. 그것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저들 스스로를 보전케 한 것이다. 현명한지고.
"별 것 아닙니다. 저런 잔챙이들은 꼭 여름철 모기를 생각나게 하는 놈들이지요.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날뛰다가 사람 손에 맞아 죽는 것이지요."
"그보다...다른 분들은 술이다, 만두다, 이 기회에 먹을 걸로 한 몫 챙기시려는 모양이던데, 내온 소협은 어째 이런 식물들에 관심이 더 많아보이십니다."
삽과 손으로 조심스럽게 뿌리를 파해친다. 나무가 겁에 질려서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그녀는 고개를 돌려 지팡이에 턱을 괴었다.
모기 -> 대전쟁 전에 멸종. 그런데 멸종당시 나비효과로 환경의 생태계가 살짝 무너졌다는 소리가 있음. 나무 -> 있긴한데 수리온 내에는 거어어어의 없음. 수도권으로 가면 나무가 있기는 함. 강철 -> 잘 안 씀. 글라스틸이라는 만능 물질이 사회상 대부분의 것을 대체 함.(총몸, 부엌칼, 책상, 벽돌) 글라스틸 : 대충 황동 정도의 무게, 튼튼함을 가짐. 반투명함. 금속처럼 열을 가해 두드리고 늘려서 모양을 만들 수 있음. 강도가 약하게 만들어진 건 글라스틱이라고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