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노시아와 청월을 개로피는 무시무시한 성학교 무리들을 바닷가에서 만났다!(교복필수) 2. 커플 게임을 해야 저걸 얻을 수 있어!(?) 3. 정신력 바닥난 (둘 중 하나)를 발견. 4. 청월교생을 헌팅하거나 제노시아교생을 헌팅하려는 누군가.. 5. 퓨어퓨어보이스 거리만남에서 우연히 만나서 관람티켓을 받은 자의 제의로 보게 된다.
별들이 스러지고 먹구름이 몰려듭니다. 춘심이는 확신에 찬 진화의 옆얼굴을 보고, 그의 등 뒤에서 느리게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가지 마.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대로 손을 놓으면 소중한 것을 영영 잃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습니다. 만약 그가 죽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평생을 후회하고 스스로를 원망할지 모릅니다. 춘심이는 진화의 어깨너머로 고전하고 있는 강윤이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의 강함의 깊이를 알지도 못하면서 과신했던 자신이었기에, 힘이 다해가는 제 친구의 모습은 더더욱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에게 힘을 보탤지를 끝끝내 고민하고 망설입니다. 일벌백계를 수리한 것도 자신이고, 그 보답으로 게이트에 데려와 달라고 한 것도 자신입니다. 그리고 저 문을 열고 이리 들어오자고 한 것도 자신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자신이 선택해온 길의 막바지에 들어서서야 선택을 고민합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강윤이에게 힘을 보탰더라면, 모두가 다치지 않고 이 싸움을 빨리 끝낼 수 있었을까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후회라는 것을 잘 알지만 끈적하게 들러붙는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등 뒤에서 끌어안은 손에 진화의 박동이 느껴집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아갔던 것처럼, 그의 신념이 전해집니다. 그래. 네가 꼭 가야만 하겠다면 너를 놓아줄게. 대신,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 내가 부족해서 미안해. 도움이 되지 못해서, 지킴 받기만 해서 미안해. 바보처럼 망설여서, 널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이라도 가서 강윤이를 도와줘. 내 친구를 구해줘. 방패야, 방패야 내 사람을 지켜줘. 부탁이야.
마음을 굳게 다잡은 것이 무색하게도, 춘심이는 곧 바닥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그만. 그만. 제발 그만둬요.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강윤이를, 진화를 만난 이후로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나치게 현실감이 없습니다. 세상이 느리고 느리고 느리게 보입니다. 만신창이가 된 진화가 여전히 서있고, 무수히 쇄도하던 번개가 멈추었고, 그리고... 진화가 제 품에 들어옵니다. 곧 세상이 점멸했고, 거대한 광풍이 한차례 휘몰아칩니다. 이곳에 강윤이와 진화와 저만을 남겨두고 다른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립니다. 제 친구가 지팡이처럼 검을 짚고서 새빨간 피를 토해내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춘심이는, 그의 미소를 눈에 담고 나서야 정신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제 품에 안긴 진화를 끌어안고 맥부터 짚어봅니다. 콩, 콩. 죽지 않았니. 살아있어. 그리고 다시는 놓지 않을 것처럼 진화를 품에 끌어안으며 저 앞에 선 강윤이를 올려다봅니다. "이 바보들아..."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원망하는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옵니다. 정작 바보는 저 자신뿐이었지만요. 춘심이는 울면서 웃었습니다. 기쁘게 울었습니다. 그들 앞에서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고,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너네 죽는 줄 알았잖아..." 비 갠 뒤의 하늘처럼 맑고 서늘하고 촉촉한 목소리였습니다.
"인파가...너무 많아요.." 다림은 인파 속에서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다림이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위에 있는데 발이 땅에 못 닿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이 인파가 대체 뭘 원하는가 싶어 밀려가다 보면 커플겜 신청을 받는 데가 있었다는 겁니다. 대체 뭘 받을 수 있다는 거지.... 라면.. 굉장히 좋은 무언가입니다..
*메타적으로 아키히와 어리하로 상상합시다(?)*
"좋은... 건가요..." 머엉한 표정으로 보면서 완전 쩌는 것이다고 생각하며 조금 궁금해졌지만. 다들 짝을 이뤘는데. 다림만이 짝이 없어서.. 참여가 안돼요.. 애초에 밀려온 거라고요.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자신처럼 밀려와서 짝이 없는 분을 찾아보려 합니다. 은후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짝이 없는지 잠깐 보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가서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부터 하려 하고는 은후 씨도 관심이 있어서 오셨나요?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상점가에서 특별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을 은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쩌다 이 인파 속에 다림처럼 밀려왔느냐? 이 정도로 사람이 붐빌 줄 정말 예상도 못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때나 다름없이, 신상 필기구가 상점가에 들어왔다는 믿음직한(?) 가디언 넷의 소식을 보고 상점가에 온 것뿐이었는데!
뭔가… 우울해졌다. 정말 웃긴 이야기지만, 청년의 처지에서는 신상 필기구(한정 물품도 아니다)를 사러 가는 신성한 길이 `커플 게임 상품`으로 인해 막힌 것에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상품이 대체 뭐길래…."
아무 의미가 없는 안경을 고쳐 쓰고, 상품을 읽어 내려가던 청년이 그 어마어마한 내용물에 과부하가 걸려 잠시 굳었다.
"아, 음. 다림아, 안녕?"
그런 의미에서, 소녀는 정말 타이밍이 좋게 그를 찾아낸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청년은 어째서인지 높아진 신체와 원래도 낮지 않은 신속으로 인파 사이를 강행 돌파 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들고선, 청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뭘 좀 사러 가다가 휘말린 건데…. 아무래도, 저런 내용물이면, 우리 같은 학생 처지에서는 관심을 안 가지기 어렵겠지?"
상점가의 특별 이벤트! 물론 1등상이 엄청나 대단해지. 2등이나 3등상도 좋은 거겠지요. 그리고 참가상은 신상도 얼마간 할인해주는 쿠폰이라니까요.
"반가워요 은후 씨." 그렇다. 타이밍이 좋게 발견한 것입니다. 여기서도 일하나 행운? 기색을 면밀히 살피는 다림입니다. 혹시 기분이 나쁘시거나 하다면 안 되니까요. 그건 당연하지만 다림 자신의 기분같은 건 도외시하는 생각이었고.. 휘말렸다는 말에 저는 상점가에서 가벼운 걸 사려다가.. 라고 말하네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랑 같이 참여하실 건가요?" 커플 게임이지만 사귀는 사람끼리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라고 생각하면서 콜이라는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해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남이나 여여도 보이는데다가. 오히려 남녀보다 많아보입니다.
"그럼 해볼래요? 그럼 신청서부터.." 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려 합니다. 여기서 또 떨어지면 찾기 힘들 것 같아서 내밀기는 했지만. 물론 다림이는 장갑을 끼고 있고, 이 인파에서도 저따위 머리카락은 흔하지 않을 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