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뭐어 지금 당장 알 수 있는건 아니지만. 만약, 혹시 그녀에 대한 것을 알게 되면 알려줄 수 있을까?"
OwO...류코쨩에겐 도움을 받았으니까. 가능하다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름대로 보답도 하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정보통의 실체가 무엇일지 궁금한 것도 있고 말이지. 따라서 나는 웃으며 그렇게 부탁했다.
"아, 잠시만? 명확하게 얘기해준건 아니지만...."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창고로 가서 간단히 뒤적뒤적 몇가지 종이와 물품을 챙겨서 돌아왔다. 솔직히 말해서 에릭이 한창 열중하던 당시의 나는 일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딩기딩 놀고 앉아있던 그의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부러 신경을 끄긴 했지만....그래도 몇가지 기억나는 파편들은 있다.
"어디보자....분명히 이게 보물지도, 라고 했던가? 그리고 뜬금없이 프랑스어? 를 할 줄 아는 아이 아냐고 묻곤 했었어."
나는 그러면서 그가 만지작 거리고 놀던 종이 하나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여러 영문 기호로 적힌 문자들이 적혀 있고, 에릭이 뭔가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나름대로 필기해둔 정보들이 난잡하게 적혀 있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적은게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인지 가독성은 엉망이었고, 본인이 유추해낸 정답과 위치는 따로 기록해 가져갔다. 솔직히 그래서 나로썬 이것만 보고는 잘 모르겠다.
"아! 맞아! 그러고 보면, 릴리 알지? 우리 그 때 서포터로 있던 쪼그만하고 귀여운 그 애. 분명 점장이 릴리에게 해독을 부탁한다고 카페에 불렀던 것 같아. 그 때 일이 바빠서 솔직히 신경은 못 썼는데, 암호를 풀긴 풀었을거야."
힐끔 힐끔 지나다닐 때 보기로, 스크린에 지도를 띄워넣고 학원섬 외곽 어디 한군데를 가리키고 있기는 했어~ 라고 나는 덧붙였다. 아무래도 옆에서 대화하는걸 지나다니면서 언뜻 언뜻 들었을 뿐이라, 솔직히 공백이 많지만.... 이 정도면 은후가 추리할 근거론 충분하지 않을까, 내심 그런 기대도 해보는 것이다.
은후는 진화의 부탁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존재라면, 정체를 알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고, 그중에서는 직접 그 뒤를 밟아보는 것을 실현해 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OwO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것은, 상대가 정보전에 능하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정보전이 능한 상대와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솔직하게, 그 스스로 평가하자면 답은 X였다.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기에, 단순히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아이라, 그러고 보니, 청년은 가디언 넷 채팅에서 그런 메시지를 본 적이 있었다. 번역기를 돌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해봤지만, 과연, 이런 것이라면 번역기로 해결하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갈지도. 상대가 보여준 종이를 살짝 잡고선, 난잡한 필기체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아, 쪼꼬미씨 말이죠. 으음…."
오렐리 샤르티에! 입학부터 지금까지 시험 상위권을 놓치지 않은 천재! 과연, 그녀에게 있어서, 모국어로 된 힌트가 주어진 문제는 누워서 죽 먹기일지도 모른다…. 근데, 은후는 아니란 말이지. 가디언 칩을 작동시켜, 학원도의 지도를 띄운다. 그래도, 종이에 적힌 게 릴리의 폴이식과 관련 있다면- 남의 문제 풀이를 보고 해답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망념을 쌓아 영성을 강화하곤, 단순한 화학 기호표로 보이는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려간다- 불어와 영어가 섞여 있는 데는 필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분주하게 지도 위에 여러 개의 예상 좌표가 찍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하나씩 틀린 좌표가 지워져 가자 남은 곳은, 외각의 한 군데였다.
"너무 신경쓰진 말아줘. 딱히 의뢰 같은 것도 아니니까. 단순히 뭔가 알게 되면 나도 듣고 싶다는 의미였을 뿐이야."
내가 표현이 나빴나? 그냥 흥미가 생겨서 조사해볼 생각이라면 뭔가 알아냈을 때 나도 듣고 싶다~ 정도의 뉘앙스였는데, 상당히 미묘한 반응에 오히려 이쪽이 조금 당황했다. 어쩌면 '알아와줘.'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인걸까? 나는 그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서둘러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어디까지나 호기심의 영역이지, 솔직히 말해서 그리 간단히 알기 쉬운 정보도 아닐테니 별 생각 없는 부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들으면 화낼 것 같은 별명이네. 나도 동의하지만."
쪼꼬미란건 실로 귀여운 별명이지만, 정작 귀여운 사람들은 그게 콤플렉스인 경우가 많다. 출저는 나. 많은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여자친구에게도 '귀엽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지만, 어쩐지 '남자답지 못하다' '여자애 같다' 라는 느낌처럼 받아져 그다지 미묘한 기분일 때가 있는 것이다. 회식 때에도 어려보이는 본인의 외모를 신경썼던 것 같으니, 본인이 들으면 필시 화내겠지. 그 화내는 광경도 '귀엽다' 일 것 같은게, 슬프면서도 귀여운 부분이다.
"흠......아니야. 아마도 맞을 것 같아. 슬쩍 봤던 위치와 큰 차이가 없거든."
열심히 추리하던 그가 내놓은 답에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 좌표는 여러개였지만, 내 기억속에 대략적인 위치와 가장 흡사한 포인트도 여기였다. 아마도 그렇단 것은, 그의 추리가 맞았단걸 의미하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곤 앞치마를 벗었다.
"조금만 기다려줄래? 옷을 갈아입고 가게 문을 닫을게. 그 다음에 같이 이 지점으로 가보자."
그런 느낌으로, 나는 가게를 닫은 뒤에 그와 함께 '보물찾기' 의 목적지를 향해 뒤늦게 출발 했던 것이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사고를 칠 것 같긴 했지만, 그 정도 스케일의 사고에 휘말릴 것이라곤..... 그러나 은후와 다림씨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때 함께 목적지로 향했던 것은 운이 좋았던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