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 지훈은 검을 붙잡습니다. 오늘따라 유독 잡념이 많습니다. 검을 휘두르는 것에 있어서, 잡념은 없어야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말이죠. 지독하게도 많은 생각들, 못 해내면 어쩌지. 그와 같은 생각들이 머릿 속에 파고듭니다. 손에 쥔 검이 원래의 검이 아니라, 한참이나 열화된 검이라는 감각 역시 지훈을 괴롭게 합니다.
검劍 그 물건의 가치를 지훈은 잘 모릅니다. 이제 갓 들기 시작한 검의 가치를 아직 알지도 못했으며, 검념을 읽어내고자 하지만 검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무슨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형태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지. 이러한 검에 얽힌 이야기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검념을 읽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합시다.
지훈은 몸을 당깁니다. 검집을 당겨 자세를 잡습니다. 흔히 일본도를 뽑아낼 때와 같은, 오니잔슈에 익숙한 발도의 자세입니다. 여전히 지훈의 손은, 익숙한 오니잔슈의 감각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검사가 익숙한 검을 찾아가지 못하는, 미련일 뿐입니다.
프하아.............
속에 꾹꾹 눌러놨던 숨을 토해내고, 검을 쥔 손에 터질 만큼의 힘을 줍니다. 그 의지에 반응하여 온 몸을 타고오르던 의념은 끓어오르듯 넘치려 하고, 푸른 눈동자는 한 순간 백색으로 물들어갑니다.
웅 웅 웅 거대한 힘을 검에 담아낸 채. 지훈은 검을 붙잡고, 단 하나의 생각만을 자신이란 호수에 띄워냅니다.
벤다.
의념기
한지훈의 검은 뽑혀듭니다. 하늘 높이 향했던 검이 사선으로 틀어 휘두르고,
일섬一閃
카가가가가각!!!!! 그 한 점에 닿아, 살벌할 만큼의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최소한의 보호?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무가치할 만한 폭력을 그대로 받아내면서도, 엘로앙은 창을 붙잡습니다. 하루의 방해? 그런 것은 통할 레벨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 힘에 대응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높은 기술의 경계를 이루었던지. 아니라면, 의념기를 사용해야만 할 것입니다.
엘로앙은 천천히 창을 뻗습니다. 창은 천천히 원을 그려냅니다. 아주 미려하게 뻗은 선이 하나의 점에서부터 이어져 원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거대한 불길이 원을 가득 채워냅니다.
불. 열사의 동화 속, 아이들을 이루었던 불. 아름다운 왕국을 지키는 기사단의, 불. 모든 것을 태워냈던. 모든 것을 지켜냈던! 그 왕국을 위해 모든 것을 태워냈던!! 왕국을 수호하는 창의 불길!!!!!!!
아르키우시스 사막의 봉화.
자! 받아보십시오! 한 왕국의, 최강의 창! 레베논 왕국. 국왕을 지키던 최강자들의 창을 견뎌내어. 그대들의 의지를 세우십시오!
에릭. 에릭 하르트만. 에릭 하르트만! 에릭 하르트만!!! 받아낼 준비는 되었습니까?
영웅이 될 준비가 되었는지 묻겠습니다!
에릭은 스스로의 의념을 끓어올립니다. 영혼을 두드리고, 자기 자신의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약해빠진 마음을, 망가진 감정을 두드립니다. 그를 통해 이루어내는 것은 완성된 갑주.
에릭 하르트만을 이루는 강철의 갑주를 만들어냅니다!
이 갑옷은, 에릭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투박하고, 아름답지 않은 외관일지언정. 단 한 사람. 당신의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그 사람을 위한 갑옷입니다!
의념기
그녀를 지키겠다 말하고 있습니다. 에릭 하르트만은, 단 한 사람만의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berserkr(베르세르크)
온 몸을 뒤덮은 갑주를 쓰고 에릭은 검을 붙잡습니다. 타오르는 것만 같은 고통을 감수하고 에릭은 두 사람을 자신의 앞에 세웁니다.
엘로앙의 창에 거대한 원을 관통하고, 불길은 그대로 응축되어 거대한 창을 만들어냅니다. 사막의 열기를 담은 창. 그 창이 에릭에게 쏘아집니다.
끓어오르고, 불타오르고 있으며, 온 전신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창을 마주한 순간. 에릭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러날 수 없다.
거대한 충격이 세포 하나하나까지 불태우고, 그 불길은 지상을 태워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 땅에 남는 것은 한 줌 물도, 곡식도 없이. 단지 거대한 사막만이 남을 것이기에. 에릭은 견뎌냅니다. 그 불길에 팔이 불타 가루가 되었음에도, 발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음에도. 에릭은 의념의 힘을 끌어올려 불길의 진행을 멈추고 스스로를 혹사해냅니다. 지킬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어째서. 그는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싸우고 있을까요. 하루는 에릭을 바라봅니다. 이것이 워리어의 싸움일까요? 이것도, 카사가 겪어야만 하는 싸움일까요? 그 작은 아이의 팔이 불타고, 녹아내리는 것을. 저런 고통을 겪어내는 것을 자신은 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하루의 몸이 앞으로 쓸리려 하는 것을, 지훈은 검을 찍어 막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바라봅니다. 이것은 우리가 관여할 것이 아니기에.
창. 초원의 모든 것을 불태울 사막의 불길을,
방패. 단지 한 줄기의 물줄기가 막아냅니다.
마침내 불길이 끝난 직후. 이미 오른팔은 재가 되어 사라졌고. 발은 타버려 재가 되었지만. 에릭은 그 자리에 서서 엘로앙을 바라봅니다.
보아라.
에릭은 휘청이지 않고 자세를 취한 채. 오직 엘로앙에게만 눈을 두고 있습니다.
워리어란,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지키며.
검을 붙잡고, 흩어지기 시작하는 갑옷 따위에 신경을 잊은 채.
적과 맞붙는 방패이다.
엘로앙을 향해 언제라도 달라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뒤에는 하루가, 지훈이 있으니까요. 자신이 다치더라도, 자신을 치료해줄 동료가 있으며. 자신이 아니더라도, 적을 베어줄 검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크리티컬 어택!
지훈의 공격이 마침내, 엘로앙의 부위를 파괴해냅니다.
[ Guardian Call ]
세 사람의 가디언 칩이 붉게 빛납니다.
[ Project ] [ Destroyer ] [ Install ]
선언하십시오. 세 사람의 힘을 하나로 합쳐. 그 일격을 적에게 새기십시오.
자, 영웅의 시간입니다. 숭고한 영웅의 마지막 일격을, 보조할 시간입니다!
자 영웅! 에릭 하르트만! 그대의 불타버린 육신을 버틴 채. 영웅의 일격을! 재현하십시오!
모든 것을 파괴할 재앙의 일격을 말입니다!
갑옷은 흩어져 에릭의 검에 달라붙습니다. 거대한, 하나의 대검을 이뤄냅니다. 남은 것은 선언하고, 휘두르는 것. 그 뿐입니다!
" ..... 저런 모습으로 혼자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뛰어든거니까요. " " 흔들리지 않아요. 저런 모습에. " " 그리고 아직 제가 있으니까, 에릭은 죽지 않아요. "
하루는 몸을 추스리며 두손을 가슴팍에 모읍니다. 하늘에 있을 신을 향해, 자신을 바치려는 것처럼 하루는 새하얀 빛을 뿜어냅니다.
자신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 오오, 주여. 제게 적의 날카로운 창을 막아내는 위대한 전사에게 대지를 굳건히 디딜 수 있는 힘을 주도록 당신의 은혜를 내려주소서. " " 부족한 당신의 종이, 이렇게나마 당신께 제 마음을 담아 청하노니. " " 부디 같은 하늘 아래 당신의 종들이 구원을 찾을 수 있도록 당신의 빛을 내려주소서. "
하루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를 올렸고, 그 기도가 만들어낸 빛이 에릭을 향해 비춰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324 쥬로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험은 잘 끝났냐, 걱정되어 연락을 했다. 같은 말을 나누었습니다. 답변한 것으로 처리했으므로 자유롭게 행동하셔도 됩니다!
>>328 [ 아니에요. 누군가가 대화를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요. ] [ 친절하게 대답해줘서 고마워요 은후 씨. 다음에 같이 식사라도 해요. ] [ 절대 화난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요. 부원들이 찾아서 먼저 가보려는 거예요. ] [ 나중에 또 연락해요. 그럼 이만! ]
>>351 하하! 틀렸다! 당신의 키워드는 그게 아닙니다! 가령 그림에 있어 관찰이란 무슨 의미를 지닐까요! 미술가는 미술가의 방식으로 획득해야죠!
부원들이 찾는다는데, 계속해서 연락하는건 예의가 아니다. 은후는 대신 가디언 칩에서 아버지의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를 보내었다.
[아버지, 어제는 집에 잘 들어가셨나요? 교무실에서 뵙게 될 줄은 몰라서 놀란 마음에 제대로 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나온 아들을 용서해주세요.] [저에게 연락 없이 학교에 찾아오셨다니, 필시 말할 수 없는 긴급한 용무가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음번에는 부자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직 날씨가 추운데, 언제나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