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물론 수많은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강해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약하다면 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경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자리에는 늙은 노인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황금으로 만든 왕관을 머리에 쓰고, 쪼그라든 몸이 보이는 신체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올립니다. 그는 문이 열려 여러분이 들어오기 전까지 의자에 앉은 채 눈을 뜨지 않습니다.
문이 닫히고, 세 사람의 발걸음이 경계를 유지하며 안으로 들어왔을 때. 깊은 주름과 함께 감겨 있던 눈은 천천히 열리고 백색의 안구가 여러분을 비춥니다.
- .. 돌아가거라.
노인은 지루하다는 듯, 의자의 펄걸이를 툭, 툭, 두드리며 말합니다.
- 이미 얻은 것이 있은즉, 욕심을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 너희가 죽인 그들의 생명값은 용서하겠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하라.
노인의 목소리는 매우 희미하게 전해집니다. 방패를 붙잡고, 도끼를 쥐고, 검을 쥔 채 셋은 노인을 바라봅니다. 노인은 자글자글한 주름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눈을 펴냅니다. 힘없던 눈이 변하고 깊은 지혜를 담았던 눈은 폭군의 눈으로 변화합니다. 그가 손을 뻗습니다. 뻥 뚫린 천장으로부터, 한 줄기의 낙뢰가 내려꽂힙니다. 그것은 곧 지팡이의 형태를 이루어 노인의 손에 돌아갑니다. 노인은 평온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봅니다. 파직. 긴 번개의 줄기가 춘심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고,
콰과과과광!!!
뇌전의 폭력이 무가치하게 지나칩니다.
- 이 이상 경고는 없음이라.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 사람을 바라봅니다. 윤은 검을 쥐고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진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춘심을 한 팔로 끌어안고, 다른 팔로 방패를 내려찍습니다.
부동일태세
절대로, 뚫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단 한 번. 그 뇌전이 춘심이나 자신에게 파고드는 순간. 죽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위험 속에서도 윤은 평온하게 검을 빼어듭니다.
" 오는 길에 봤지. 번개의 신 히칼. 마지막 남은 히칼의 대사제. " - 기록을 보았는가? " 보았지. " - 그렇다면 내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도 알 것 아닌가. " 알지. 알아. 그런데. "
의지를 읽은 검은 날카로운 검신을 세워냅니다. 녹빛의 검신이 빛나고 있습니다.
" 난 나보다 강한 놈들을 상대하는 거 하난 좋아하거든. "
윤은 그 어느 순간보다 즐겁게 웃고 있습니다.
의념 발화 - 검
검에 선명한 강기가 피어오릅니다. 윤은 검을 당겨 중단세로 겨눈 채.
" 붙어보자! 백승검百勝劍 강윤. 너에게 대결을 신청한다! "
강윤은 달라듭니다!
허공에 수 개의 정전기가 모여들고, 하나의 줄기가 되어 쏘아집니다. 그 번개 줄기를, 기합과 함께 베어내며 강윤은 순식간에 상대에게 접근합니다.
유성우 하나
거대한 검기의 줄기가 피어올라 순식간에 대사제에게 향합니다. 그 역시 거대한 번개의 장갑을 만들어내, 가볍게 쳐냅니다. 여파에 대비하십시오!
솔직히 저는, 정말로, 아버지께서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답니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답니다. 이 에미리는 지금까지 정말로 잘해왔는데 왜 당신의 한마디로 도쿄대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호한 당신의 말씀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오히려 머리가 차분해졌고, 이 정도로 당신의 의견이 확고하시다면 저 역시 확고하게 제 의견을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듯 싶었습니다. 다만 너무 강하게 의견을 보였다가 오히려 아버지나 다른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면 곤란하오니 적당히, 공손한 태도를 유지한 채로 말을 이끌어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슨….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사와요? “
그래서 애써 웃으려 하며 조용히,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하려 하였답니다.
“아버지, 실례지만 어떠한 일을 해내는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지 않은가 생각된답니다. 타인의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만으로 해낸다는게 게이트에서 가능한 것인지 소녀는 잘 모르겠사와요. 서포터는 말이어요, 결국엔 다른 워리어나 랜서 분들을 보조하고 도우는 데에 의미가 있는 포지션이지 아니하던지요? "
그래요, 저희 같은 이들이 직접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경우는, 앞에 있는 워리어나 랜서들이 전투불능이 오거나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오는 경우라고 들었습니다. 서포터는 뒤에서 보조하기에 의미가 있는 포지션이라고요.
"제가 직접 무언가를 해내거나 이루고 말겠다, 그런 의도로 가디언이 되겠다 마음먹었다면 처음부터 다른 포지션을 고르지 않았을까 싶답니다. 하지만 게이트를 닫는 것은 영웅이 아닌이상 결국엔 혼자만의 힘으로 닫기가 힘들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협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 않은지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
그러니까, 저는 지금 제가 아버지께 말해드렸던 것들은 결코 허울 좋은 말 투성이 같은 게 아니며, '저 자신'이 한 것을 말씀드린 것이 맞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ㅡ요점은 말이어요, 에미리는 이제 타인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답니다. "
잠시 숨을 고르고, 목을 매만지며, 목소리에 감정을 싣지 않고 최대한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가려 하였습니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말해야만 합니다. 정적 속에서 혼자 파도에 일렁여보았자 분위기를 흐릴 뿐입니다. 가라앉힙시다.
"학원도에 오기 전까지 저는 여러 면에서 방황하였지요. 그래요, 아버지께서 믿지 못하시는 것도 이해가 간답니다. 탈선은 기본에, 학생의 본분에 어울리지 않는 장신구하며, 가족들과도 멀어지려 하고 스스로 고립되고자 하였으니까요. 하지만 말이어요, 학원도에 오고 나서부터 에미리는 달라졌답니다. 앞서 말한 것들은 말 그대로 다 잊어도 좋을 만큼, 이제 저는 더이상 방황하지 않는답니다. 무엇보다 이제 저는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답니다. 친우던, 가족이던, 그 누구건....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기에, 그렇기에 당장 제 옆에 있는 것들을 잃지 않고자 하는 마음이 크답니다. " 이젠 더이상 잃지 않으려 한답니다. 그게 무엇때문에 변한 건지 저는 굳이 말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나는, 나는 여기서 감히 검은 나비를 언급할 자신이 없으니까요. 모든 것을 잃고 날아오른 검은 나비를. 언급하는 순간 결과는 뻔하니까요.
"나아진게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감히 이 딸아이가 여쭙고자 한답니다. "
이 모든 걸 얘기하는동안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평온히 말을 잇고는, 빙그레 웃으며 아버지를 향해 똑바로 바라보고 묻고자 하였습니다.
"이정도면 이 에미리는, 충분히 모든 면에서 과거의 저보다 나아지고 성장하지 않았는지요? "
제 딴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듯 눈을 밝히며 말이지요.
"증거를 원하신다면 지금의 제가 증거이오니. 저 스스로를 증거로 내보여드린다면 괜찮겠지요. 어떠신가요. "
나름 경쾌하게 말을 끝맺곤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굉장히...긴장되긴 했습니다만 어떻게 해낸 것 같습니다. 부디 좋은 답변이 될 수 있길 빌겠습니다!
당장이라도 저희에게 인자하게 웃어줄 것만 같은 작은 체구의 노인을 보고 춘심이의 마음이 무뎌집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게이트의 이방인이자 침입자, 그들에게 있어서는 괴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만 돌아가라 조용히 경고하던 노인의 힘없이 쳐져 있던 눈꺼풀은 곧 매섭게 치솟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낙뢰가 내리칩니다. 눈부신 번개가 스쳐 뺨이 따끔하고 뜨겁고, 따라서 심장도 덜컥 내려앉습니다. 번개의 신 히칼. 마지막 남은 히칼의 대사제. 강윤은 말없이 이쪽을 바라보았고,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진화가 한 팔로 춘심이를 감쌉니다. 그리고 커다란 방패를 지면에 내리꽂습니다. 부동일태세. 절대로 뚫리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이 싸움은 진화와 춘심이가 간섭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강윤이와 저 노인의 싸움을 얌전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춘심이는 고민합니다. 자신의 의념을, 누구에게 써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강윤이의 검을 벼려주기엔, 진화가 저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제 친구 강윤이의 강함을 믿고, 진화의 방패가 저희를 지켜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강윤이가 안심하고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저희가 안전하게 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춘심이는 강윤이를 믿고 진화를 믿고 진화의 방패에 자신의 의념을 불어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싸움을 두려운 눈에 담고 다시없을 경험을 가슴 깊이 새기려고 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문자 그대로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이 뭔지 온 몸으로 체감한다. 나는 단순무식하거나, 겁 없는 용맹한 인간이 아니다. 두렵다. 쉴새 없이 울리는 경종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러나 내 품에 끌어안은 그녀의 온기가 느껴질 때, 나는 웃었다. 상쾌했을진 모르겠지만 가능한 부드럽게 웃었다. 울고 싶어도 해야만 할 땐 웃어야 한다. 그녀를 끌어안은 팔을 더욱 강하게 쥔다. 나에겐 지켜야만 하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의념기를 당장 써도 괜찮은걸까, 그런 고민도 잠깐 스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방금 그가 가볍게 날린 경고만으로도, 이미 우리에겐 죽음의 일격에 가까웠다. 전력을 아까다는 판단은, 이 장소에서 우리에겐 오만이다.
"후우...."
여러가지 망념이 담긴 한숨을 길게 내쉰다. 스스로가 완벽하다고는 생각해본적 없다. 오히려 너무 부족하다고 울던 나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한가지만을 떠올라다. 그래.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
내 이상, 나의 꿈. 그 모든 것을 지금 현실 시킨다. 무겁더라도 좋다. 버겁더라도 좋아. 전부 감당해보일테니, 제발 나에게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힘을 다오. 얼마전 스스로의 의념에 대해 고찰하던게, 문득 떠오른다. 내 의념, 영웅. 솔직히 말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되는가? 그 힘이란 어떤 것인가? 수 많은 의문과 고찰속에서 나는 대답을 맞추지 못했지만. 단, 한가지는 안다.
이 순간, 가장 사랑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하는 녀석이 다른 사람을 지킬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를 악 물고 자세를 유지해라. 더욱 견고하게 해라. 뇌전이 흘러와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을 높여라. 영혼을 불태워라, 스스로의 이상을 향해 손을 뻗어라. 내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라.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서 한가지 내세울만한 장점이라곤, 언제나 이 필사적임 하나 밖에 없었다.
그녀를 지킬 수 있게 해줘.
나는 내 의념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어쩌면 간절히 부탁하듯 애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다고 의념이 갑작스레 대답해오는 것은 아니겠다만, 그래. 적어도 나에게 한걸음 나아갈 용기와 버티고 서있을 힘 정도는 줄 것이다. 부디 부탁한다.
#부동일태세를 유지하면서 의념기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를 사용. 번개가 직격했을 때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도 망념을 쌓아서 강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