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뇌이는 춘심에게, 맞다는 듯 가벼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상냥하게 다시 한번 말을 들려줍니다. 그래도 춘심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것이, 자신이 해준 말이 마냥 효과가 없는 것 같지는 않아서 살며시 안도를 하는 하루였습니다. 안도를 하는 것도 잠시, 이내 웃음소리를 흘릴 수 밖에 없던 것이, 파닥거리며 폭신한 이불을 팡팡 때리는 춘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겠죠.
" 천재라니 조금 부끄럽네.. 그냥 자그마한 내 생각이었는데." " 그래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니 다행이야. 왠지 언니 안에서 해결이 된 것 같아서. "
조금 들뜬 목소리로 답해오는 춘심에게 하루는 그저 다행이라는 듯 상냥하게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습니다. 자신이 특별하고 뛰어나서 춘심의 문제를 해결해줬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말이 춘심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추진력을 아주 조금 더해줬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는 자기 자신이 그리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쩌면 춘심보다도 더. 하지만 지금은 춘심이 그것을 굳이 알 필요도, 알 수도 없겠지만 말이에요.
" 언니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 "
자신을 보며 초롱거리는 눈을 한 춘심을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고개를 기울인 체 바라봅니다. 그녀의 고개가 기울어지자,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도 자연스레 한쪽으로 흘러내리며 자그마한 소리를 냅니다. 기분이 좋다는 말에는, 마치 자신의 일인것처럼 기쁜듯 두손으로 짧은 박수를 친 하루가 자신도 그렇다는 듯 말을 전해주는 것은 춘심이 조금 더 기쁘길 바라는 그녀의 바램이었을 겁니다.
" 어라? "
하루는 살금살금 뒤로 기어가는 모습을 의아한 듯 바라봅니다. 방금 전의 일로 좀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그저 하루의착각이었을까요? 그런 그녀의 걱정은 갑작스런 춘심의 행동에 가볍게 날아가버렸습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춘심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낸 하루는 같이 푹신한 이불 위에 눕게 되었답니다. 몸을 던진 춘심이 옆에 나란히 누워 어깨를 맞닿게 되었고, 하루는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천천히 고개만 돌려 춘심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 정말이지, 언니는 개구쟁이네. " " 그런데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예뻐진 것 같은데.. 비결이 뭐야? " " 역시 사랑을 하면 사람이 바뀌는건가? 응? "
하루는 개구쟁이처럼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슬며시 몸을 옆으로 굴려춘심을 장난스럽게 끌어안습니다. 그리곤 춘심의 품에 장난치듯 몇차례 머리를 비비적거리더니 궁금하다는 듯 짖궂은 말을 던집니다.
" 언니 연애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말 좀 해줘. " " 지난번엔 제대로 듣지 못해서 궁금하단 말이야. "
끌어안고 있던 팔을 살짝 풀러선 한손으로 춘심의 코 끝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며 장난스럽게 물음을 던진 하루는 기대된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을 한 체 춘심을 바라보고 있을겁니다. 어느샌가 새하얀 이불 위에 선홍색 머리카락과 그것보다 좀 더 긴 새하얀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있었답니다.
나는 식당가를 돌아다니며 군것질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도 보이고, 부장과도 화해(애초에 화해라고 말할 만큼 다툼이었을진 모르겠다만), 기술의 요령도 배웠다. 요컨데 잘 풀리고 있단 뜻이다. 잘 나가다가 또 울적해졌다가 그러다가 또 잘나가는게 나의 인생이지만, 지금 정도는 행복을 누려도 되겠지.
그래서 나는 달콤한 크러플을 사선 오물오물 한입씩 베어먹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크로와상과 큰 차이가 있을까 했지만, 생각보다 바삭하고 달콤한게 꽤 괜찮다. 나는 이런 달달한 간식은 좋아한다.
"응?"
그러던 나는 문득 거리에서 갑자기 탈 것이 튀어나오는걸 발견했다. 그렇게 튀어 나오는 것도 조금 놀랍지만, 그 두툼한 캠핑카는 어디에서 본 기억이 있는 것이다. 그래 분명...긴급 게이트에서 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