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 “아무리 봐도 신기해. 당신을 더욱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건 학자로서의 호기심이니까, 어쩔 수 없는 본능이야.” “응……? 아, 물론 그렇지……. 뿔이라거나, 용의 혈통이라거나…… 물론 그런 것에도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진짜 목적을 말해 줄까?” “…… 바다 씨를 바라보면 왜 이렇게나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끌어안고 싶은지. 바다 씨의 마음은 무엇을 아끼고 무엇을 사랑하는지……. 어라. 내 얼굴, 붉어졌어? 그럼 그 이유도 알아내야겠네…… 후후.”
>>641 “…… 성공이다! 성공이지?! On l'a fait ! C'est génial ! 이제 이걸로 사람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주는 거야!” “나는 처음부터 해낼 줄 알았다구! 진석 씨의 의념이랑 내 두뇌가 있다면 당연히 만들어낼 수 있는걸! 하이브리드형 의념 성형작약탄이라구!!” “……! 아, 미, 미안……! 너무 들떠서, 그만…… 그, 껴안아…… 버렸네……. 조금, 가까웠지…….”
안다. 알았다. 수많은 반대가 있었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 자신에게 대항하는 사람들. 모두를 규합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들을 품고 가고자 했다. 그것이 영웅으로서의 이상론이었다.
- 떠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디언 협회에서는 아프리카로의 파견을 건의했다. 솔직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땅을 수복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죄 역시 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손에 쥐고 있는 방패를 빤히 바라보았다.
- 용기 있는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운 영웅이거든.
바보같긴. 사비아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여물지 못했다. 부족한 것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 그 가치를 알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들어갔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가치가 묵살되었는지.
" 그러니까. 좋게 가자. "
사비아는 방패를 쥔 채로 자신의 앞에 선 사내를 바라보았다. 칠 척의 장신. 그에 걸맞는 거대한 근육과 육체. 신이 빚어낸, 자연의 성벽. '방랑가' 최경호는 길게 늘여진 몬스터의 넓적다리를 뜯고 씹으며 사비아의 방패를 바라보았다.
" 알잖아. 내 성격에 식사량이면 그쪽이 책임 못 지는 거. "
경호는 씹고 있던 긴 넓적다리를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넓적다리가 땅에 떨어졌다. 쿵. 작은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그 크기는, 작다고 보기 힘들었다.
" 나라고 협회에 소속되기 싫어서 나돌아 다니는 게 아냐. "
의념의 힘이 강해질수록 경호의 식탐은 배가 되어갔다. 무언가를 먹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얼만큼 먹었는지. 어떤 맛이 있었는지. 식사라는 형태의 가치가 달라지게 되며 경호는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고급이 되버린 입 때문에 방랑하는 처지라니. 웃을 수도 없는 이야기였다.
" 적어도 난. "
슬프게도
"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남아있긴 싫거든. "
여전히도 그는 지독한 선인이었다. 사비아는 고갤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
" 그래서야. "
적어도 그가 가려는 땅에는,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 나는, 우리는 아프리카로 가야해. "
그 말에 경호는 길게 기지개를 펴면서 사비아를 바라봤다. 더 말해보라는 듯, 자신의 흥미를 끌어보라는 듯 말이다.
" 서아프리카. 양방통행형 게이트로 마굴이 되어 버린 곳으로 난 갈 생각이니까. "
그 말에, 경호는 웃었다.
" 여전하네. "
저 지독한 영웅심만은 바뀌지 않았다.
"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게 해야지. "
경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핏 보기에도 두 사람의 키는 한 척 정도는 넘게 차이가 났다. 그러나 경호도, 사비아도. 누구도 가볍게 보지 않았다. 체급 같은 것은, 두 사람의 경지에는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 아프리카의 규칙대로 가려보자고. "
더 강하고, 더 능력 있는 자를 따르는 규율. 사비아는 방패를 쥐었다.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플레이트 아머도 함께였다. 경호 역시 자신의 방패를 쥐었다. 방패라기보단 몽둥이가 어울리는 물건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부딛혔다.
불로불사의 연구를 완성해 젊은 나이에 늙지 않는 몸이 되어버린 릴리. 하지만 그 술(마법)은 오로지 릴리 자신에게만 불로불사를 제공할 뿐, 타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음. 그녀는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과년의 어여쁜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거임... 이대로 연인의 죽음이 가까워져 온다는 생각에 끔찍한 불안감과 조바심을 느껴 연구에만 몰두하던 릴리는 계속해서 피폐해져만 갔음. 연구는 어느정도의 성과를 보였지만 더 늦어버리기 전에 완성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 그녀의 연인은 불로불사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건강을 챙기기 시작함.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서, 타인에게도 불로불사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를 완성하는데... 연인은 이미 중년이 되어버림. 하지만 그동안의 자기관리 덕택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몸도 좋고 겁나섹시한 미중년이 되어있었음. 남들이 보기엔 아버지와 딸로 보이는 둘이지만, 둘은 엄연히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한 부부였음. 그렇게 둘이 평생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입맛이 고급이 되었다는 건 먹어서는 안 될 것에 맛을 붙여 버렸다는 걸까…… 🤫 사람을 깨물깨물하는 커다란 경호 귀여울 거 같은데
>>783 오…… 오져버린당……!!!! (주책 생략) 결론만 놓고 보면 건강한 자기관리로 웰빙! 건강수명 백세시대 같은 이야기지만 요점은 릴리랑 아무개 씨, 어쩌다가 겉보기에 미중년-소녀 커플이 된 것인가요?!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저거라는 거겠군! 그나저나 릴리가 연구귀신이 되어 가고 있는데 미중년 씨는 잠깐 보다가 (에휴)(절레절레) 하고 헬스장으로 가는 거 왠지 생각할 수록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