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시간은 지나갔고, 나도 부러진 팔과 눈 만을 제외하면 상처가 어느정도 회복 되어가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게 안대를 쓰고 돌아다니는 기분은 썩 좋진 않았지만, 만석이나 이카나가 볼 때 마다 중2병 같다고 놀려대는 걸 보니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어김없이 부러진 팔을 이끌고 카페의 제고를 보충하기 위해 장을 본 뒤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제는 매니저가 사직서를 내고 나가버렸으니, 나도 어느정도 일을 해야했다. 유감이야, 참 유감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화현이는 기회를 주었고, 실망시킨건 나였다.
" ..... 응? "
그리고 가디언칩에 모르는 번호로 부터 연락이 온것은 카페에 도착하기 까지 몇 걸음을 남겨두지 않았을 때 였다. 모르는 번호이기에 그냥 무시할까 생각했다가 여느 때 처럼 변덕으로 연락을 받아보았다.
" 여보세요... " [어디서 처 맞고 다니냐] " .... "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눈만 깜빡이며 가디언칩을 바라보고 있던 중. 살짝 까칠하면서도 자상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말투까지..그녀가 누군지 확실하게 만들어주었다.
[어찌어찌 나는 잘 지내고 있는데, 지인으로부터 너에게 카페를 맡겼는데 니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들어서 말이다.] " .....아..그... 죄송해요, 아브엘라씨. 저... " [됐어. 꼬맹이의 생각이 그렇지 뭐, 어리잖아? 실수할 수 있어, 실망시킬 수도 있고. 꽁해있지마라..카사는 신경도 안쓸거고, 니가 실망시킨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사과해가면 되니까.] " ......정말로 그럴까요? " [애새끼잖아? 싸우면서 크는거야. 하지만 니가 제대로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안한다면, 그 땐 내가 때려주마.] " ....네 " [... 방학에는 독일로와라. 이만 끊는다]
...... 한참을 그자리에 서서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구나, 계속 소식을 전해듣고 있었구나. ... 그럼 됐다.
뭔가 후련해진 기분으로 카페에 돌아가려는 중.
" ...끄으으.. "
뭔가 카페 입구 앞에 쓰러져있었다. 무시하고 싶어도 알 수 밖에 없다. 저 놈은...
" 김진단... 댁이 왜 여기있어. 저번에 진짜 마지막이라며 "
언제나 갑자기 나타나 특이한 게이트를 보이면서 학생들의 놀이에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특이한 놈 김진단이다.
" 그게... 에릭군, 들어보세요 저 이틀간 한끼도 못 먹어서... " " 그건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잖아. 또 게이트를 열고 나몰라라 돌아다니는건 아니겠지? 이번엔 뭐냐? 술게임이냐? 가위바위보? " " 틀려요! 이번엔 진짜 그냥 돌아다니는거라구요!? "
그래? 그럼 볼일이 없지. 그냥 가자.
" 아아! 잠깐! 너무하네요! 우리 정이 있지! " " 정 같은 소리 하네, 저리 안가? " " 자..잠깐! 밥...밥 한끼 사주면! 보물지도 드릴게요! "
>>532 진화주한테 서운했던거는 있어요. 내가 어제 인사 두번 했는데 진화주가 레이드 관련 이야기는 올리시는데 저한테 인사 안해줬음. 그래서 진화주 있는거 보고 화이팅 :D 했는데 못보셨나봄. 그래서 기분이 꽁했던건 사실이에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뭐 집중하다보면 못볼수도 있지 어차피 나 많이 생각해주는 사람인걸 아는데. 하는 생각으로 많이 누그러졌던 것도 사실이고요. 암튼 서운했던건 이제 다 풀렸으니까 여기까지만 할래요.
진화주가 해준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계속 마음에 두고 있는 말들이어서 이미 여러번 읽은 책을 다시 곱씹어 읽는 느낌이에요. 그만큼 진화주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구나 내 마음을 다 알아주고 있구나 해서 울컥해요. 지금 좀 지쳐서 말이 길게 안나오고 두서가 없어서 좀 양해 부탁드려요. 그니까 내가 어제 느꼈거든요? 나도 너무 남 신경쓰지만 말고 욕심 좀 부리자 하고. 진화주가 해준 말 들으니까 내가 여태 혼자 꽁하게 고민했던 것들이 다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고마워요.
근데 나땜에 진화주가 마음아파하거나 그게 다 진화주 잘못이나 책임처럼 느껴지는건 ㅋㅋㅋ 고맙고 미안하긴 한데 누가보면 우리 연애하는줄 알겠음 ㅋㅋ 사실 내가 진화주한테 꽁할때마다 반응하는것만 봐도 연애긴 한데;; 암튼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부탁한다고요..
지금으로서는 은후주가 걱정이네요. 이전에도 한 번 비슷한 일을 겪고 어장을 떠나셨던 만큼... 이번에는 괜찮으실지... 이대로 못해먹겠다 하고 그냥 다시 떠나시는 건 아닐까, 사람들에 대해선 정 다 떨어졌는데 어장에만 정이 남아서 억지로 남게 되신다거나, 정말 실망해버리는 건 아닐까. 착한 사람이 화를 낼 때 그렇듯 오늘 어장에 화낸 걸 후회하시는 건 아닐까. 하고 오만 생각이 다 들지만 제 배려심이 부족했단 것밖에 느껴지지 않네요. 일이 생기셔서 잠깐 어디 가신 게 좋은 걸지 나쁜 걸지.
인사 못보거나 화이팅 대답 못해줬다면 미안!!! 솔직히 못봤어요!!! 실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예전에 이런거 비슷한거 할 때 진행중에 엉망진창 실패해서 멘탈이 나간 트라우마가 있어가지고(실은 그것 때문에 탈주함) 전투나 레이드 같은거 할 땐 오로지 그것만 집중하느라, 다른걸 잘 못봅니다 ㅋㅋ ㅠㅠ... 절대 일부러 무시한거 아님!!! 여기서는 탈주하기 싫어서 최선을 다하느라!!!! 제가 모자란 사람이라서 그렇게라도 집중 안하면 실수를 자주 합니당....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참으로 다행입니다. 속상해하는데 괜히 더 복잡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내심 걱정되면서도 말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리 받아주었다면 내 마음도 한결 편하네요. 남의 보상을 탐내는 것은 물론 안되겠지만, 스스로의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욕심은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 보세요. 뻔뻔하게 뉴비 대우랍시고 검귀도 참가하고, 시빌워는 시빌워대로 꼈잖아요? 솔직히 욕심이죠. 그래도 난 즐거웠어요. 내가 누굴 피해줬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이후엔 춘심이랑도 같이 즐기고 싶습니다.
뭐, 사실 괜히 그런 생각을 하는건 아니에요 ㅋㅋ. 여태 춘심주가 했던 고민 중엔 진화나 제 선택이 적지 않게 관여가 되있기 때문에 그래요. 석주씨의 검이나, 비아주에 관한 것이나, 이번일도 그렇죠. 근데 내가 춘심주 꽁할 때 마다 반응하는게 연애에요? ㅋㅋ 사실 스스로는 잘 모르게씀. 이런 말 할 땐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라서.....다만 훈훈한 분위기니까 마지막에 짗궃게 말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