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사납게 져버렸다. 그냥 패배한 것도 아니고, 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다. 빗방울과 겹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맥스는 떠났고, 춘덕이는 화현이 대려갔다, 프룬은 부러졌다. 더 이상 나에겐, 남은게 아무것도 없었다. 공허함 만이 나를 집어삼킨다. 또 다시 찾아온 나를 환영하며 붙잡는다.
빈혈과 어지러움으로 바닥에서 검은색의 기분나쁜 진흙에서 올라온 작은 손들이 내 몸을 붙잡는 것 처럼 환영이 보여진다. 이젠 상관없지. 그래..차라리 이대로 날 끌고가버려라.
그러나, 찰팍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환영은 곧 깨어진다. 하얀색의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며, 익숙한 여우귀를 지닌 그녀가, 우산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짝 소리와 함께 억지로 의식이 각성되었다. 하나미치야는 여린 손으로 내 뺨을 후려쳤다. 막을 생각도, 피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차라리 더 쎄게 쳐서, 내가 울고있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를 지키고 싶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 되고, 노력해도. 구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땐 너무 슬펐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완벽한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설령 내가 악인으로 보여지더라고.. 상관없다고 여겼다.
" ...... 미안해 "
사과할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실망시킨 사람도 너무나 많았다. 자신을 치료하면서, 언젠가는 또 다시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했던 하나미치야에게..나는 가장 먼저 사과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말을 꺼낸 이카나의 모습을 보며, 그저 그렇게 대단한 영웅이 될 필요 없이. 자신만의 영웅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이카나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나도.. 좋아해 이카나. "
이렇게 한심하고. 자기혐오에 절여져 금방 질투하고, 삐뚤어지는 어리석은 녀석이지만 그럼에도 너를 좋아한다. 니가 날 싫어하게 된다면 만들어낸 완벽한 영웅과 평화로운 세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정말..좋아하고 있어 이카나. 계속..계속 처음부터 쭉... 그러니까, 너를 위한 영웅이 될게, 두 번 다신 나약한 소리 안할게..그러니까 제발 날 싫어하지 말아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