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지키는 틈에 그의 공격이 지훈이에게로 넘어갔다...! 기세도 어딘가 변했고. 위험해. 하루를 지키는게 맞나? 아니면.....
"...어쩔 수 없지! 경호야! 하루나 서포터들의 방어 부탁해!"
발을 박차고, 그대로 에릭에게로 달려든다. 공격이 목적은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방패. 그는 지금 언뜻 보아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일관적으로 하루를 노려오다가 근처에 있던 지훈이를 공격하기도 했을 정도니. 그렇다면, 지금은 자리를 지킬게 아니라 직접 나아갈 때다.
"이쪽을 무시하지 마, 에릭!"
#에릭에게 방패를 들고 달려들어서 공격을 유도. 방어합니다. .dice 20 40. = 30 # 체력 390 / 방어력 12
나는 말이지... 자신의 몸을 불태워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을 보고 싶었어. 그게 나의 영웅이니까. 그리고 당신이 그에 제격이라 생각했었어. 하지만? 고작? 이게 끝이야? 타인을 위한 희생도 아니야. 타인이 자신을 위해 하는 모든 조언도 소리도 귀 닫고 무시한 채 그저 떼 쓰는 것에 내가 만족할 거라 생각해? 내가 뭣하러 당신에게 그런 말을 했는 지 알아? ...모르겠지. 됐다. 이제 당신과 나의 관곈 표면상으로만 좋은 관계일테니까.
"후우... 진심으로 도와드릴게요, 하루 씨."
#순간의 반짝임. 하루의 의념기 다이스에 .dice 20 40. = 28 나온 값을 더한다.
정훈은 격렬한 싸움이 일어지는 장소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커다란 나무. 그 나뭇가지들 중 튼실한것을 하나 골라 그 위에 서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비뚤어진 사람을 계도한다는 좋은 취지라길래 진심으로 설득같은걸 하는건가! 하면서 도우러 왔지만 싸움이라니! 심지어 그 싸우는 대상이 가디언 교육때 만났던 에릭씨라니!
정훈은 뒷머리를 슬슬 긁다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면 그러니까 강하게 한방 날려주고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 팔 한짝 정도야 괜찮겠죠! "
학원도고, 의료진도 좋고.. 금방 붙일 수 있으니까요! 권역쟁탈전에서도 이정도는 흔한걸! 검을 쥐고있는 오른팔을 날려버리면 더 싸우진 못할테니 사태가 어떻게든 일단락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안면이 있는 사이는 맞지만 1년도 더 지난 일이니까 아마 에릭씨는 이 공격으로 저를 알아차리진 못할겁니다. 아니면.. 나중에 만났을때 어색해질수도요
정훈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활시위를 당깁니다. 극도로 집중된 정신은 정훈의 세상을 축소시키고, 목표로 삼은 에릭의 오른쪽 어깨만을 확대시킵니다.
이윽고 목표로 삼은 에릭의 어깨가 이 순간의 정훈에게 있어 단순히 눈에 들어오기만 할 뿐인 세상보다 더 커다란 존재가 되었을 때, 숏 팽에 매겨진 화살은 그곳을 향해 쏘아집니다.
지훈의 검과 에릭의 검이 또 다시 검신을 맞부딫히면서 불씨를 튀어올립니다. 에릭은 지훈에게 콜라를 한 캔씩 주며 대련을 했던 과거를 떠올립니다. 이젠 자신이 카사를 통해 그에게 실망을 안겼기에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에릭이 곧 의념발화를 써서 지훈을 밀어붙이려는 순간, 텅 소리와 함께 측면에서 방패를 세워 돌진한 경호에 의해 에릭의 자세가 무너집니다! 에릭은 경호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의지를 가지고 두려움없이 나아가던 모습은 틀림없이 처음 학원도에 왔을 때의 자신과 비슷했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자신이 무시하고 실망시키고 상처입힌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고갤 떨구며 자세를 바로잡은 에릭에게 그 직후 진화의 주먹이 뺨에 꽂힙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에릭은 힘없이 쓰러집니다.
" ...맥..스... 대답해 " " ... "
맥스는 침묵합니다. 그 틈을 노리지 않듯 하루가 다가와 메스를 휘두릅니다. 그녀는 공격에 능통하지 않습니다. 그저 에릭을 쓰러트리고 카사를 지키기 위해 메스를 들고 여기까지 버틴겁니다. 자해를 한 것도,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것도 전부 전부 에릭에게서 카사를 지키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이전엔 에릭의 친구였습니다.
상처 부위를 손으로 누릅니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많기에 의미가 없습니다. 왼쪽 눈의 시야는 붉게 흐릿해져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에릭은 하루를 밀어내며 일어납니다. 손에 들고 있는 프룬은 한계인듯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프랑켄 슈타인 부터 쭈욱...정말로 그와 함께 해준 동료들 중에 마지막 남은 동료들 중 하나인 프룬이 그를 만류하듯 철의 비명소리를 내지릅니다. 아마도..춘심이가 이곳에 있었다면 그 모습을 보며 애도했을겁니다. 주인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보면서 부러진다는 것은..검에게 있어서 최악의 죽음이니까요....
역시 상냥한 오라버니입니다! 유우토가 적당히 손대중으로 던진 창이 에릭의 청성일검류를 무너트립니다.
에릭 뿐만 아니라 에릭을 대적하는 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더이상 에릭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에릭은 최후의 방법을 쓰기로 합니다. 그의 눈동자가 검고 탁한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분명, 혈해의 여왕이라면 정답을 알려줄테니까요. 그리고..그 모습에 유일하게 혈해의 여왕에 대해 들었던 화현이 절교 선언을 보내줍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다리가 부러진 에릭은 화현과의 과거를 떠올립니다. 같이 카페를 가고, 그림을 그려주고, 실 없는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
이젠 보지 못하는, 그의 모든 것 처럼 분실되어버린 광경입니다. 청천은 그의 것을 훔친 뒤 혀를 차며 고갤 저어댑니다. 한 인간이 쌓아올린 사상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언제봐도 기분 나쁩니다. 청천은 어떨까요? 당신은 여전히 게이트 너머의 것들을 증오합니까?
그리고, 준비를 끝낸 시현의 의념기와..저 멀리 지켜보던 정훈의 의념기가 그를 향해 날아듭니다.
먼 거리에서 떠날 채비를 하며 지켜보던 진석은 솟아오르는 서리를 보다가 다시 갈길을 갑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리에..툭 하고 접이식 우산이 부딫힙니다. 오늘은 제법 긴 하루 였으니까. 시간이 늦어도 조금 더 놀아도 괜찮겠죠. 진석은 자신을 찾아 우산을 가져다준 기특한 후배를 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다 끝났습니다. 얼어붙고, 찢어발겨지고, 관통당한 에릭은 거의 산 송장과 다름없는 몰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또 다시 일어납니다. 이젠 그저 질릴 뿐 입니다. 허우적 거리며 숨을 몰아내쉬는 그를 보며 다들 진심으로 질려합니다. 그리고..힘없이 들어올린 에릭의 검을... 칠흑과도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린 그녀가 가로막습니다. ..텅 소리와 함께 힘없이 프룬이 내리처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쩌적..소리가 울려퍼지더니. 곧 프룬이 산산조각 납니다.
" .... "
7월 30일..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의 생일 이었나. .... 잊으면 어쩌지, 기억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