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일은 아니어도, 하숙은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네요." 그냥 말해본 건데 생각보다 널찍하면 하숙 한둘정도는 받을 수 있을지도? 라는 농담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하루의 배려같은 말에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전해드릴게요. 하루 양 같은 분이 감사했다고 전하면 춘덕 씨도 매우 좋아할 거에요" 춘덕이 귀엽지. 나도 좋아해. 감사를 전해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춘덕씨를 쓰담하면 기분이 좋아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그야. 그정도로 기여운 너구리를 쓰담이라니! 채고잖아!
"같이 힘내요.." 하루 양은 어쩐지 수요가 높을 것 같아서 앞으로 엄청 바빠지겠네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네에. 다른 건.." 쿠키도 있고, 브라우니같은 것도 있어요. 라면서 레시피는 있는데 이래저래 맛내기가 힘들어서 묵혀두기만 하던 거를 기회에 따라 만들어봤네요. 라고 말합니다. 간단한 버터쿠키에서부터 크럼블이 올라간 커다랗고 두툼한 쿠키까지. 그렇게 먹고도 허리가 그렇게 유지되다니. 활동량이 더럽게 많은 건지. 아니면 다종소량생산같은 느낌으로 다종소량섭취인가.
나이젤을 구하지 못했다. 메리가 사라졌다. 태양왕 게이트에서 수 많은 얼굴만 아는 이들이 죽어나갔다. 영웅이 되자고 다짐했지만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영웅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아직 존재했다. 이대로 그저 나태하게 굴기 싫었다. 그래서 내 짐을 떠 넘겼다.
이기적이고. 비겁하고. 비열하며. 음흉하면서도. 구역질나는. 나의 자기혐오를 새로운 사상이란 이름의 화려한 천으로 덮어 가리고 나는 그들에게 새로이 주장했다.
'인류를 위해서! 재능있는 소수를 압박하여 영웅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위해 내가 악이 되어주겠다!'
헛소리. 하루는 그것을 주인공병이라 하였다. 옳은 표현이다.
" 안타깝지 "
나이젤도. 나도.
카페로 들어온 나는 어디에 주문할지 갸웃거리는 그녀를 보다가 맥스를 가르켰다. 맥스는 그녀에게 조금 다가와 주문하면 된다고 말하며 추천 메뉴인 에그타르트나 탕후루, 치즈케이크 등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 사는 느낌..." 그런가요..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혼자 사는 게 오히려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거야 다른 것이지?
"나중에 뵈면 하루 양도 귀여워하실 게 분명해요." 춘덕 씨는 너구리거든요! 라고 비밀이야기를 하는 듯 한껏 목소리를 낮춰 속닥거립니다.
"그럼요. 여기에서 파티를 여는 것도 좋겠네요.." "파티 열려면 돈은 많이 필요해 보이지만요..." 라고 농담합니다. 하루의 조언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갓 만들었을 때의 따끈한 것도 좋지만. 가지고 오는 동안 식어서 쫀득해진 것도 별미죠. 그렇게 즐거운 파자마 파티가 이어질 것이랍니다....
쏙 들어오는 걸 보고 정훈 쪽으로 우산을 살짝 기울여줍니다. 이미 맞은 사람보다는 안 맞은 분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부침개와 개구리 소리는 좋지요." 바삭바삭한 부침개 끝부분이라던가? 라고 농담하듯 말하며 잘 굽는 사람들은 도넛 형태로 만들어서 바삭한 부분을 2배로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아니면 작은 걸 많이 만들어서 바삭바삭을 늘리거나요. 라는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하지만 표정부터가 음울해보이는 그런 느낌인데요.
"으..."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상의를 짜서 빗물을 좀 덜어내려 합니다. 정훈의 말을 듣네요.
"도로까지만 나가도 되나요?" 브루터메니스를 주차해놓은 곳까지가 아니었나? 라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보통은 주차해놓은 곳까지를 원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걸어갑니다. 도로까지는 좀 걸리려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묻지 말라! 나도 모르고 정훈주도 모르고 오직 캡-멘만이 모든것을 알고 계시니... 정훈은 다림이 우산에서 손을 놓고 물기를 짜기 시작하자 반대손도 이용해 원래 손잡이 윗부분을 잡던걸 손잡이 부분을 잡게끔 바로잡고는 슬쩍, 우산을 다림쪽으로 약간 더 기울여 줍니다.
"의외로 있을지도 몰라요?" 식당가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뭐 의념을 불어넣으면 맛이 변하는 초콜릿도 있는데 도넛모양 부침개쯤은 있지 않을까(?) 소환하면 뿅하고 나온다는 말에 신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게이트 안에서도 뽕하고 소환하면 튀어나오나. 같은 생각을 합니다. 대체 그런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어떻게 망.. 아니 그런 기술력이니까 망하는 건가(납득)
"다 왔네요.." 라면서 우산을 다시 잡고는 기울여주려 합니다. 이미 젖은 쪽이 더 젖는 게 나으니까요. 라면서 걸어가는 것에 맞춰서 계단을 한칸씩 오르려 합니다. 그리고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네요. 다행일까요?
...실패하면 무언가 잃는 게 있다 너무 잃고 나면 실패가 두려워지고 만다. 그것이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해도, 결코 자신이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자신이 완벽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 속으로 들어가 나오고 싶지 않아질 때도 있다. 자신이 패배하더라도 그것까지 자신이 바란 일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그걸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없진 않을 것이다.
" 점장님한테 신뢰받고 있는 모양이네요. "
비아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AI 드론봇이 보여주는 메뉴를 보면서 자기 몫으론 주스에 치즈케이크, 에릭 몫으로는 적당히 이것저것 주문하려 했다. 취향을 모르니까 적당히 호불호 안 갈릴 만하게... 그리고 사람 적은 카페의 적당한 위치에 앉아서 얘기를 시작할 준비를 했을까.
" 먼저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청월 3학년생, 온사비아. 성이 온이고 이름이 사비아, 인 신 한국인이에요. 쓰는 무기는 방패, 의념속성은 보석(寶石). "
처음 얘기는 신상정보부터.
" 최근 있었던 일... 은 많지는 않네요. 시험기간이니까 열심히 공부를 했단 거? 쉴 때는 평범하게 쉬었지만요. 특별한 일이 있었다고 하면... 정말 영웅 같은, 멋진 분을 만났다고나 할까요. 이분 얘기는 비밀이라서 자세히는 못 말해드려요. "
우연히 먼저 만났을 뿐이지 기밀이니까. 비아는 유노하라의 말을 떠올렸다.
" 언제나, 열심히 해야 하는 순간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언제나 노력한 만큼 잘 되진 않았지만요. 이번 시험도 간신히 진도를 맞춘 정도고, 그리 잘 보진 않았으니까. 전에 '파보나스의 체스 대결'이라는, 사실상 망가졌던 게이트에 참가했을 때, 그때는 정말 어떻게든 해냈었죠. 선생님들께도 그 점만은 좋게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
씁쓸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두운 기색 없이, 알듯말듯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찬찬히 이어나가는 말이었다. 이야기는 이후로 몇 개의 일화를 엮어 현재로부터 과거로 뻗어내려가고 있었다.
" ...내 좋은 친구 얘기는 아직 안 했었죠? "
그와 사비아가 만난 이유. 찾아가야 했던 이유. 물에 젖으면 주변의 빛을 굴절하는 섬유로 우산을 만들어서 비오는 날 목 없는 학생 괴담으로 악명을 높였던 제노시아 학생의 실물을 봤던 우스운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와 마찬가지로 덤덤하게 그렇게 물으며, 바로 말하지는 않고 뜸을 들였다.
진짜 별의 별 물건들이 다 있으니까 말이다. 도넛모양 부침개를 파는 음식점이라고 없으란 법은 없겠지
다림이 우산을 다시 잡고 기울이려 하자 정훈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림의 호의를 받아들입니다. 이미 젖은쪽이 맞는게 낫다는것에 동의하는건 아니고, 도로에 다 왔으니 빨리 브루터메니스에 탑승하는쪽이 나을테니까요
" 막 번쩍번쩍 거리는 이펙트가 있는건 아니지만.. "
정훈이 그렇게 말하자,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 도로의 허공에서 브루터메니스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높지는 않고 약간 띄워진 정도지만요 브루터메니스는 나오자마자 곧장 아래로 떨어지지만 이런때를 위한 완충장치가 있는 듯 차체가 약간 아래로 들어갔다가 다시 올라오더니 자세를 바로잡아 안정적인 모습이 되네요
" 자, 타자! "
정훈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슬리퍼 두개를 꺼내고 자신의 젖은 신발을 한켠에 놓은 뒤 안쪽으로 들어가 커다란 수건 하나를 가져와 다림에게 건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