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랬던 거군. 경매 참가자가 학생에 한하는 것이었다면 일종의 복권 행사 같은 느낌으로,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을 거저 주는 경매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릴리는 이런 결론을 지었다. 물론 자금력이 두둑한 투기꾼이 경매에 난입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겠지만, 투기꾼이 의념에 눈떠서 가디언 같은 것을 하고 있을 리도 없으니까.
멋들어진 말이라는 소리를 듣고, 릴리는 이곳에 오기 전 어머니랑 나누었던 대화를 퍼뜩 기억해 낸다.
『릴리, 어느새 말투가 그렇게 됐니.』 『응? 뭐가?』 『행간마다 사이비 점성술사 같은 느낌이 드는데. 가끔 보면 책을 그대로 읽는 것 같고. 전에는 책을 읽다가 쓰러지더니, 책벌레가 돼서 그러니? 정말.』 『그…… 그게 딸한테 할 말이야? 사이비 점성술사라니…….』
“…… 연금술에 너무 심취해도…… 부작용이…… 없지는…… 아니하니…… 진리의 길을 걷는 이는…… 주의를 기울임이 마땅할 것이다…….”
얼굴을 푹 숙이고 쩔쩔매며 대답한다. 가만히 있기도 뻘쭘해서 빈 잔에다 홍차를 따른다.
“말도 안 되게 멋진 집이라 자주 신세지기가 미안하지만…… 하루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기뻐. 다음번에 또 침대 커버가 폭발하면 그때는 여기서 신세를 질게.”
이 얼마나 착한 사람인가. 릴리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선량함의 에너지를 만끽하고 있다. 일광욕을 하는 해바라기가 된 기분이다. 그렇지. 이 따뜻따뜻한 기분을 다과 삼아 홍차를 마시는 거다.
“그래서, 거주는 혼자 할 생각? 보아하니 정령들이 많아서 심심하지는 않겠는데, 이 넓은 집에 사람은 혼자인 건가 싶어서…….”
함께할 가족이 없었다는 것은 『고아원 출신』이라는 정보를 통해 알고 있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