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쌀하게 웃음짓는다. 무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곧’이라고 릴리는 생각한다. 그나저나, 어째서인지 하루도 이 집을 생경하게 느끼는 듯한 모습에 의아해진다.
“…… 어, 정말 우연히…….”
우연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아서, 릴리는 뱉은 말을 도로 줍듯이 입을 다문다.
“…… 정말 별안간 얻은 거야? 이 저택을? 으음……. 과연 그렇군. ‘훌륭하고 신실한 사람일수록 보상이 찾아왔을 때 쩔쩔매기가 쉽다’인가……. 딜레마지. 이런 운명을 만든 이가 있다면 분명 그이도 굉장히 쩔쩔매고 있을 걸…….”
의료봉사를 할 때 하루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으니, 릴리가 보기에 하루가 이런 저택을 얻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뿌린 대로 돌려받는 세상의 섭리가 진실이라면, 이런 궁전에 살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릴리는 생각한다.
“분수에 전혀 맞지 않지 않는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당신처럼 부드러운 성품의 인간은, 최대한 크고 튼튼한 집으로 마음을 지킬 필요가 있어. 남들에게 많이 베푸는 만큼 큰 곳간을 지니는 것도 당연하고. 나는 연구를 위해선 길바닥에서라도 잘 수 있지만, 그건 내가 괴짜라서지……. 그러니까, 훌륭한 집에서 사는 건 자랑으로 여겨도 돼, 하루 씨.”
연금술 서적에 나온 비유대로 타인에게 조언하는 건 쉽게 받아들여질 때가 적다. 그러나 릴리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 물론 이 모든 것이 갑작스레 사라지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 있겠니……? 하루 씨는 어때? 영원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는 영원한 존재는 ‘현재’밖에는 없어. 죽을 때까지 지금이라는 시간은 곁에서 떠나지 않으니까. …… 그걸 빼면 인간은 빈털털이지. 보통은 말이야. 아니면 나처럼 연금술을 연구해 봐도 좋고.”
장난스럽게 난해한 권유을 하고서는 즐거운 표정으로 다음 이야기로 옮겨 간다.
“헤엥― 그게 가능한가! 하지만 유감! 나는 이런 데서 숙박비를 부담할 만큼 여유로운 편은 아니거든. 가능한 싸구려인 기숙사 방을 골라서, 집에서 오는 용돈은 전부 연구 자금으로 유용하고 있지. 무엇보다…… 나를 여기 들여 놓으면 조만간 무슨 약품이 부글부글 끓어 넘쳐서 난장판이 될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