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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wrZgVos)
2021-06-10 (거의 끝나감) 05: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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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 하루
(SWNe69MSP2)
2021-06-10 (거의 끝나감) 14:54:01
‘그럭저럭’이라는 단어에 담긴 잠깐의 망설임을 조금은 알아볼 뻔 했으나, 그것보다도 릴리는 하루의 말을 그 자체로 믿기로 결정한다.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라면 저절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할 이유가 없는 이야기일 테니까다.
“사실 요즘 들어 실패만 거듭하고는 있지만…… 봐, 이런 집에 초대받을 정도면 그런 실패 정도야 아무렇지 않은 것 아닌가. 나도 정말이지 복 받은 사람이야.”
이런 집이라는 건 그야말로 이런 집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단한 화려함. 있는 것을 상상할 수는 있어도, 없는 것을 상상할 수는 없는 압도적인 구성. 릴리는 하루를 따라 응접실로 걸어 들어간다. 손가락을 쥐인 채로.
응접실이 없는 집에서 살아 온 릴리는 서양식 저택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풍경에 도리어 생경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 그다지 대단한 선물은 아니야…… 헤헹……. 다음에 진짜 불로불사의 약을 만들면 그거라도 조금 나눠 줄게…….”
머릿속에 들어 있는 예절대로의 자리에 앉는다. 온기를 내뿜으며 테이블 가운데 놓여 있는 쿠키와 주전자. 그윽한 향을 통해 벌써부터 상등품이라는 것을 알아챈 릴리는, 점점 이 저택이 지닌 압도적인 고급스러움을 하나하나 정보화해서 머릿속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석 외장, 외벽에 새겨진 고급 술식, 아마도 3층집, 응접실 완비, 거기에 집에 딸려 온 옵션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정령 집사까지.
“…… 엄청 멋진 집이네에……!”
그 말투에는 진심이 500% 서려 있다.
“어쩌다 이런 집을 구한 거야? 돈이 어디서 났는지…… 는 딱히 물어볼 생각이 없지만, 하루 씨라면 뭔가 이런 집을 장만하는 데도 계획이 있었을 것 같은데. 혹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생각이라든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다소곳하고 다소 꼿꼿한 자세다.
“다른 학교 기숙사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의식주 가운데 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나름대로 수요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만…… 용케도 건졌구나, 이런 매물을. 보통은 세계구급 부자 자녀 가디언들이 채어 가잖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