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간에 들어서며 말을 건내오는 릴리에게 하루는 상냥한 대답을 돌려줍니다. 물론 최근 들어 문제가 있긴 했지만, 집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아무렇게나 걱정을 끼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개인적인 사정은 잠시 넣어두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다 한 팔로 포옹을 해오는 릴리를 상냥하게 안아준 하루는 부드러운 손길로 릴리의 등도 몇번인가 토닥여줍니다. 왠지 이 정도의 스킨십은 딱히 신경을 써서 하는 편은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 어머나, 선물이요!? 그러실 필요 없었는데.. "
하루는 릴리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나오는 물약들과 릴리의 말을 들으며 놀란 듯 눈이 커졌습니다. 그저 릴리와 이야기 하는 시간마저 좋았던 하루였기에, 딱히 선물같은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 감사해요, 정말... 앞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루는 두 물약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품에 두 팔로 감싸안고는 정말 행복한 듯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하루를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이 사람은 정말 행복하구나, 하는 미소였습니다.
" 아, 손님을 계속 이렇게 세워두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자, 저랑 응접실로 가요, 릴리양. " " 사용인님, 이건 진열장에 예쁘게 놓아주세요. 릴리양이 특별히 선물해주신 소중한 물건이니까요. "
하루는 얼굴을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인 체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릴리를 안내하려다, 릴리의 선물을 진열장의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아달라는 부탁을 하며 선물을 맡깁니다. 사용인 정령은 그런 그녀의 부탁에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하루가 자연스럽게 릴리의 손가락을 붙잡으려 하며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 안그래도 곧 오실 때가 된 것 같아서 홍차랑 쿠키 준비해뒀으니까 이야기 하면서 즐기기로 해요, 우리. "
하루는 상냥하게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보이며 덧붙였다. 확실한 것은 릴리의 방문이, 하루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