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령! 릴리는 이 집의 외장에 도배되어 있는 보석을 볼 때보다 더 놀란 눈으로 사용인을 본다. 정령을…… 그냥 정령이 사는 것도 아니고 정령을 부리고 있다!
“어서와요, 릴리.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어요?” “아니, 딱히…… 그도 그럴게 여기 학세권이고……. 잘 지냈어? 하루 씨.”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며 실례합니다─ 하고 문간에 들어서서, 긴장이 풀리는 한숨을 낸다. 다행히 침입자로 인식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윽고 릴리는 종이 봉투를 껴안은 채로 한 팔로 하루를 포옹하려 했는데, 왜냐하면, 아직은 이 아가씨가 자신의 연인과 결혼 후 동거를 위해 이 집을 장만했을 것이라는 추리에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겸연쩍은 릴리는 하루가 길거리의 풀꽃을 사랑하고 있다고만 밝혀도 두 팔을 벌린 하루에게서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줄 만한 위인이었지만, 역시 천재라고 해도 모르는 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아…… 그래, 집들이 선물.”
프렌들리 허그를 했다면 둘 사이에 끼었을 종이 봉투. 그 안에는 단단한 두 개의 둥근 물건이 들어 있었는데, 이윽고 그 속에서 릴리가 꺼낸 것은 색을 입힌 액체가 든 물병 두 개였다. 평소 연금술에 쓰는 얇은 비커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병에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신경쓴 듯하다.
“오는 길에 뭐라도 살까 하다가, 하루 씨한테 뭐가 필요할지 짐작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자칫 이상한 걸 샀다 짐이 되면 곤란하고. 그래서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들어 봤어.”
하나는 연하고 밝은 황색에 연녹색의 그라데이션이 밑에서 피어오르듯 꿈틀거리는 물약이었다.
“이건 마시는 향수야. 백합 향. 구취 미화와 신체 착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연구하다가 나왔어. 효과는 한나절 정도 가는데 연하게 블렌딩했으니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전혀 아닐 거야.”
또 하나는 짙은 붉은 색의 물약으로, 마치 진한 딸기 시럽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속에서 거품 같은 자주색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이건…… 별 건 아니고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물약. 산소 없이도 살 수 있는 인간이 되어 보려고 했는데 효과가 아주 길지는 않아서, 그 레시피대로 만들었어. 왠지 두 사람 분을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 두 병을 들고 왔는데, 어떠려나.”
문간에 들어서며 말을 건내오는 릴리에게 하루는 상냥한 대답을 돌려줍니다. 물론 최근 들어 문제가 있긴 했지만, 집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아무렇게나 걱정을 끼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개인적인 사정은 잠시 넣어두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다 한 팔로 포옹을 해오는 릴리를 상냥하게 안아준 하루는 부드러운 손길로 릴리의 등도 몇번인가 토닥여줍니다. 왠지 이 정도의 스킨십은 딱히 신경을 써서 하는 편은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 어머나, 선물이요!? 그러실 필요 없었는데.. "
하루는 릴리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나오는 물약들과 릴리의 말을 들으며 놀란 듯 눈이 커졌습니다. 그저 릴리와 이야기 하는 시간마저 좋았던 하루였기에, 딱히 선물같은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 감사해요, 정말... 앞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루는 두 물약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품에 두 팔로 감싸안고는 정말 행복한 듯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하루를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이 사람은 정말 행복하구나, 하는 미소였습니다.
" 아, 손님을 계속 이렇게 세워두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자, 저랑 응접실로 가요, 릴리양. " " 사용인님, 이건 진열장에 예쁘게 놓아주세요. 릴리양이 특별히 선물해주신 소중한 물건이니까요. "
하루는 얼굴을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인 체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릴리를 안내하려다, 릴리의 선물을 진열장의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아달라는 부탁을 하며 선물을 맡깁니다. 사용인 정령은 그런 그녀의 부탁에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하루가 자연스럽게 릴리의 손가락을 붙잡으려 하며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 안그래도 곧 오실 때가 된 것 같아서 홍차랑 쿠키 준비해뒀으니까 이야기 하면서 즐기기로 해요, 우리. "
하루는 상냥하게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보이며 덧붙였다. 확실한 것은 릴리의 방문이, 하루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