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리를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 저택에 손님이 찾아오는 날이었습니다. 하루는 누군가를 부리는데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저택의 사용인들을 대하는데에도 꽤나 어려움을 겪었지만 나름대로 적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 손님이 오시기로 했으니까 홍차랑 쿠키 좀 준비해주시겠어요? " " 네, 주인님. 응접실에 준비를 해두도록 하겠습니다. "
어색한 자신의 말에, 잽싸게 대답을 하곤 물러가는 정령 사용인을 보며 자신이 이런 위치에 있어도 되는건가 하는 고민에 빠지는 하루였습니다. 이래저래 이런 위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그녀였으니까요.
" ...애초에 이런 집을 얻은 것도 꽤나 운이 좋았죠.. "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커다란 자신의 방에서 새하얗고 깔끔한 원피스로 갈아입은 하루는 머리를 빗으며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언제쯤 익숙해질지 모를 이 감각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러다 종소리가 울리는 것이 흐릿하게 들리자 빗을 내려놓은 하루가 살며시 달려 내려갑니다. 하지만 그녀보다도 먼저 정령사용인이 우아하게 문을 열었고, 그런 정령에게 가벼운 목례를 해보인 하루가 릴리를 반겼습니다.
" 어서와요, 릴리.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어요? "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인 하루가 장난스레 양팔을 살짝 벌려보이며 인사를 건냅니다. 언제나 친구의 방문은 그녀에게 행복한 일거리 중 하나였으니까요.
밀봉된 약물 한 병! 라벨을 살펴보면 ※주의. 변질되어 효과불능. 예상효과로는 *고양이귀 쫑긋쫑긋 *키가 40cm 커짐(목만 늘어남) *마법소녀 강제변신(부끄러운 말도 포함) *주위사람들에게 무차별 애교 *행운이 1일동안 상승하지만 그 후 n일동안 올라간 만큼 마이너스됨. 로 추정.
…… 정령! 릴리는 이 집의 외장에 도배되어 있는 보석을 볼 때보다 더 놀란 눈으로 사용인을 본다. 정령을…… 그냥 정령이 사는 것도 아니고 정령을 부리고 있다!
“어서와요, 릴리.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어요?” “아니, 딱히…… 그도 그럴게 여기 학세권이고……. 잘 지냈어? 하루 씨.”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며 실례합니다─ 하고 문간에 들어서서, 긴장이 풀리는 한숨을 낸다. 다행히 침입자로 인식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윽고 릴리는 종이 봉투를 껴안은 채로 한 팔로 하루를 포옹하려 했는데, 왜냐하면, 아직은 이 아가씨가 자신의 연인과 결혼 후 동거를 위해 이 집을 장만했을 것이라는 추리에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겸연쩍은 릴리는 하루가 길거리의 풀꽃을 사랑하고 있다고만 밝혀도 두 팔을 벌린 하루에게서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줄 만한 위인이었지만, 역시 천재라고 해도 모르는 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아…… 그래, 집들이 선물.”
프렌들리 허그를 했다면 둘 사이에 끼었을 종이 봉투. 그 안에는 단단한 두 개의 둥근 물건이 들어 있었는데, 이윽고 그 속에서 릴리가 꺼낸 것은 색을 입힌 액체가 든 물병 두 개였다. 평소 연금술에 쓰는 얇은 비커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병에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신경쓴 듯하다.
“오는 길에 뭐라도 살까 하다가, 하루 씨한테 뭐가 필요할지 짐작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자칫 이상한 걸 샀다 짐이 되면 곤란하고. 그래서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들어 봤어.”
하나는 연하고 밝은 황색에 연녹색의 그라데이션이 밑에서 피어오르듯 꿈틀거리는 물약이었다.
“이건 마시는 향수야. 백합 향. 구취 미화와 신체 착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연구하다가 나왔어. 효과는 한나절 정도 가는데 연하게 블렌딩했으니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전혀 아닐 거야.”
또 하나는 짙은 붉은 색의 물약으로, 마치 진한 딸기 시럽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속에서 거품 같은 자주색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이건…… 별 건 아니고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물약. 산소 없이도 살 수 있는 인간이 되어 보려고 했는데 효과가 아주 길지는 않아서, 그 레시피대로 만들었어. 왠지 두 사람 분을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 두 병을 들고 왔는데, 어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