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인가……. 릴리는 수화기를 든 채로 생각에 빠진다. 아니, 기억의 궁전에 방문해 머릿속의 정보들을 되짚고 있다. 높은 문을 지나 거대한 회랑으로 들어서서, 위로 뻗어 있는 계단을 오른다. 심심풀이로 읽었던 책들. 중국의 고대사. 설화와 역사의 경계에 놓여 있는 기록들.
서불. 다른 이름은…… 『서복』.
불사약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간이 사기꾼 후보라는 점은 유감스럽지만, 릴리도 그 인물에 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진시황에게 바칠 불로초를 찾아 해동의 삼신산으로 떠났고…… 제주도나 일본의 사가에 당도했다는 전설.
“…… 고마워. 암기비급(쉬끄릿 스낄 업 메멀리제션)은 곧 있다가 메신저로 보내 줄게.”
영감이 번개처럼 뇌간에 흘러내린다. 어째서지. 어째서 지금까지 동양의 불사약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지. 그 이유라면 당연히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가 각각 황금과 신선으로 다르고, 릴리가 조상님에게 물려받은 책은 황금을 만드는 기술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었다는 것이지만…….
어쩌면 도술과 연금술이 서로 맞물리는 열쇠의 두 조각처럼 진리의 자물쇠를 풀어헤칠 수 있는 한 쌍인지도 모른다. 그 아이디어에 도달하자, 기존의 연금술 연구에서 막혀 있었던 길들이 마치 가려워 긁지 않고는 못 배길 듯한 뼈마디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달력을 보니 시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까지는 교무실에 들어갈 수 없고, 보건부의 입부 수속을 밟지도 못한다. 영감이 샘솟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릴리가 향하는 곳은 오직 한 곳뿐이다. 릴리는 곧장 필기구를 챙기고 기숙사의 문을 박차고 나선다.
여기서 잠깐! 은후가 뜬금없이 항구에 온 이유는 은후주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메타발언)
여주에는 바다는 없지만, 강은 있다. 꽤 너비가 큰 남한강은 언제나 변함없이 여주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고, 가디언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소년은 강변에서 거대한 물의 흐름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명상에 잠겨있곤 하였다. 요컨대, 그로서는 잠깐 생각을 정리하면서 쉬는 것에는 항구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강이 아니라 바다인 것은 조금 아쉽지만.
>>693 안도는 천천히 눈을 감고 생각을 떠올려봅니다. 짧은 침음이 이어지고, 부채를 들고 있던 안도는 천천히 부채를 접습니다. 입술이 드러난 채로 성현을 바라보던 안도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입을 달싹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각자에겐 각자의 역할이 있는 법입니다. 웃음은 웃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안전은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지식은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가디언은 가디언의 역할을 행하는 것으로 그 일을 다하게 되죠. "
말합니다.
" 청월다움이란 단순히 '즐겁게 살자'나 '남들이 웃으면서 살게 하자'가 아니랍니다.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언제나 '곧은' 사람이 되자. 그것이 청월다움이라는 것이죠. 성현 학생은 달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
안도는 부채를 펼칩니다. 부채에는 삭에서 망으로 이어지는, 달의 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 우리들은 달의 그림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그것을 걱정하던가요? 아니면 달이 완전한 보름달이 된다고 그것을 축하하던가요? 아니랍니다. 달은 결국 줄어들고, 다시 차오르고, 다시 줄어들고.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달의 삭망을 신경쓰지 않아요. 그저 모두 달의 모습이려거니. 하고 있을 뿐이죠. "
말합니다.
" 청월다움이란 현 시대가 말하는 가디언의 자세를 말합니다. 게이트 대신 세계를 수호하고, 시민들을 지키며, 평화를 바라는 인물들. 그렇기에 우리들은 동적이기보단 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보다도 실리를, 이익을 우선시하여 언제라도 제대로 된 가디언을 표현한다. 그것이 바로 청월다움이며, 청월에 어울리는 것이죠. "
착. 부채를 접은 채로 안도는 성현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 그들을 웃게 하는 것은 웃게 해주는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창이며 방패. 그 역할을 우선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
>>800 지금으로서는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전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공부벌레부” 같은 걸 만들 수도 있다! 이른바 열심히 공부해서 높은 성적을 받아서 학년 성적 평균치를 올려서 시험이 비교적 쉽게 출제되었다는 인식을 선생님들에게 퍼뜨려서 가뜩이나 사악한 청월 시험을 더 어렵게 만들기 위한 비밀결사…… (*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