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가 무릎베개? 누워있는 입장이지만 그건 굉장히 귀한 씬이네. 오자마자 사랑해라니. 나 바로 퇴장해버리고 말아... 사유는 심장마비야. 오늘도 여전히 졸려. 졸린데 잠들 때 되면 귀신같이 각성하면서 다시 깨어나고 또 졸리고의 반복이야. 얼른 아슐레아 볼이나 만지작 만지작 하면서 에반젤린도 재우고 나도 자고...
앗... 심폐소생술은 금지야. 나를 두 번 죽이는 거나 다름없어. 그래도 이렇게 얘기 한 번씩 나누고 가면서 좋은 기 받아 가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 괜히라니? 내가 좋아서 오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나 슬퍼. 오히려 자주 못 오는 내가 미안하지. 레아주도 항상 기운 내고, 이러다 보면 여름도 금방 지나갈 거라고 믿어. 날이 좀 선선해지고 나면 대체로 기운이 나는 하루가 자주 찾아오지 않을까. 자야해. 잠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시간이야. 레아주도 너무 늦지 않게 자야 한다? 좋은 밤 보내구 내일 봐.
등장! 나도 레아주를 너무 너무 좋아해. 오늘은 좀 더 솔직한 것 같은데, 나. 내 하루는 항상 무난하지. 무난해서 탈인걸. 오늘은 날이 습하진 않아서 기분이 좀 낫다. 그래도 역시 에어컨 선풍기 콤보는 무시무시한 것 같아. 집을 벗어나고 싶지가 않아. 빙수도 먹었더니 뽀송뽀송한 느낌이야. 레아주, 잘 있었니?
안녀엉, 레아주. 어제... 어제는 그냥 그랬고 오늘은 기분 좀 좋은 편이기는 해. 기분 좋은 날이 드물다니 나 대체 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흑흑. 레아주는 어때? 주말 잘 보내고 있어? 난 오늘 정말 별 거 안 했어. 별 거 안 했는데 왜 답 안 했느냐고 한다면 자고 멍 때리느라 그랬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
아냐, 힘들지 않아! 앞으로 며칠간은 좋지 않을까? 적어도 내일 저녁까지는 좋을 예정이야. 월요일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보고 싶었어, 레아주. 잘 쉬고 있어? 뭐 하면서 보냈어? 답레는 천천히 줘도 괜찮아. 언제나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어. 이 두근거림이 식기 전에 주는 게 항상 고마울 뿐이야. 나는... 아무튼. 저녁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오늘은 집안 행사 비스무리한 게 있었거든. 어차피 코로나라서 인원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말야. 레아주는 어때?
며칠간은 좋다니 다행이다. 내일까지라는건 주말이여서 그런건가..! 그래도 좋을 예정이라니 다행이야. 나는 올림픽 좀 보고 하면서 누워서 쉬고 있었지. 나도 에바주 답레를 보거나 기다릴 때 두근거리는걸 보면 둘 다 참 비슷한 것 같아.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네~ 나도 배부르게 잘 챙겨먹었어. 에바주도 잘 먹었다니 다행이야~! 이대로 푹 쉬는거야. 시원하게!
앗. 맞아. 주말 한정이야. 주말은 왜 이렇게 짧은 걸까. 쉬어도 쉬어도 더 쉬고 싶은 이 마음. 근데 요즘은 정말 정말로 출근하기가 싫어서 내가 내 마음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야. 왜 이렇게 일하기 싫은 건지를 모르겠어. 올림픽 재밌어? 안 그래도 이래저래 이슈가 많던데. 나는 양궁 보고 감동 받은 이후로 한 번도 보지는 않았어. 배구였나? 그게 완전 재밌었다던데. 레아주, 오늘도 좋은 하루.
자신의 눈가와 목을 쓸어내던 에반젤린이 울음을 터트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이자, 한순간 아득해졌던 정신을 되돌린 아슐레아는 천천히 손을 뻗어 에반젤린의 손을 떼어내곤 눈가를 매만져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방금전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변해버렸던 그녀가 의아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어쩌면 에반젤린의 손아귀에 죽음을 맞이했더라도, 에반젤린의 손에 죽는 것이었다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 당신이 무엇을 하든 저는 그것을 따를 것입니다. 당신의 손으로 저를 죽이려 하신다고 하더라도 저는 겸허히 그 손에 죽음을 맞이할겁니다. "
당신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결국 아슐레아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천천히, 간신히 몸을 일으킨 아슐레아는 이번에는 반대로 에반젤린을 덮치듯 눕혔고, 에반젤린의 아름다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치곤 입을 맞춘다. 에반젤린이 해준 것처럼, 눈물 맛과 달콤함이 뒤섞인 입맞춤을 하며 에반젤린의 입안을 휘젓는다. 한손으로는 살며시 에반젤린의 가슴을 움켜쥔 아슐레아는 몸을 뒤엉키게 한 체로 입술을 떼어내곤 내려다본다.
" 에반젤린,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무엇을 하던지 저는 다 이해하고 품을 수 있어요. 저는 당신의 것이니, 그저 울지말고 저를 봐주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저를 눈에 담고, 손에 쥐고 몸을 갖고 마음도 가져가서 당신만을 바라보게 해주세요. "
그거면 충분해요. 아슐레아는 조용히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고 살며시 고개를 파묻어 에반젤린의 목덜미를 희롱했다. 지금은 그저 자신에게 몸을 맡기고 아무런 고민 따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에반젤린을 기쁘게 해주려 성치 않은 몸으로 에반젤린을 희롱했다.
" 자신을 자책하지 마세요. 그냥 제가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을 기억해주세요. 당신이 한순간 무언가에 휩쓸려 제 목을 조르더라도 저는 그것을 당신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에반젤린의 얼굴을 매만져주며 속삭인 아슐레아는 이내 힘이 빠진 듯 옆으로 털썩 누워버린다. 고개만 살짝 돌려 에반젤린을 응시하던 아슐레아는 눈을 마주한 체 에반젤린의 손을 꼬옥 잡고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에바주의 답레에 비하면 짧디 짧은 답레야. 해주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목을 조르던, 가학적인 행동을 하던 아슐레아는 자기만 사랑해준다면 뭐든 괜찮다는 말이야. 그것 또한 에반젤린의 사랑일테니까. 아무튼 그걸 말해주고 싶었어. 에반젤린이 조금이라도 덜 고뇌하게 말이야. 주말은 늘 짧지..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오늘도 좋은 하루야. 식사는 잘 하고 있지?
맞아. 오늘 점심은 장어야. 그래서 기운이 좀 나나? 에반젤린에게도 먹여야겠다. 순애보 아슐레아 좋아.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서 덩달아 아슐레아에 대한 감정 포함 전부 이리저리 흔들리는 에반젤린과는 아주 딴판이야. 어떤 취향이라도 받아줄 수 있다면 설마 정말 여왕님과 그렇고 그런 관계로... 농담. 답레 고마워. 잘 읽을게.
아직 멀었어? 나는 어쩌다 보니까 기회가 왔는데 맞을까 말까 고민 많이 하다가 그냥 맞기로 했어. 다른 사람들은 맞고 싶어서 난리라는데 안 맞는 것도 웃긴다 싶어서. 부작용 얘기 들으니까 조금 겁나긴 하지만... 별 일 없길 바라고 있어. 나는 오늘 저녁 일찍 먹고 일찍 자려고 준비했는데 결국 잠들기는 실패했어. 내 수면 시간은 어디로... 그러다 보니까 레아주가 잠들 시간이 와버렸네. 같이 자러 가자. 레아주, 오늘도 좋은 밤.
맞고 나서 생기는 부작용이나 아팠던 사람들 후기 하도 많이 들으니까 뭔가 계속 신경 쓰여. 이제 슬슬 팔이 좀 무거워지는 거 있지. 맞을 때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 대기 엄청 하더라. 여기랑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은. 맞아. 쉬는 날에 맞춰서 맞기로 한 거라서 지금은 집이야. 자기 싫은데 약 먹고 그냥 미리 자버리라는 말 때문에 곰곰히 생각 중이었어. 레아주는 밖이야?
음, 아무래도 다들 힘들었다고 하는거 보니까 나도 맞을 시기가 다가오니까 신경쓰이더라. 알았어, 좀 더 일찍 가둬야겠다. 정 힘들 것 같으면 미리 약 먹고 푹 자버리는 것도 좋을지도 몰라. 다들 어느정도 무기력증 정도는 있다고 하는거 보니까 말이야. 나는 곧 들어갈 것 같은데 아직은 밖이야. 에바주는 집이라니 다행이네.
벌어진 입새로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는 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절한 것이었다. 심장 어림을 긁어대며 비집고 올라오는 것만 같은 통증이 일었다.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너를 곁에 두는 게 아니었다. 그 모든 게 자신의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놓아주었어야만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에반젤린의 머릿속을 지배했고 냉철한 이성은 후회 앞에서 간단히 집어 삼켜졌다. 그 순간, 눈가를 가볍게 쓸어내는 손길에 에반젤린은 한 차례 몸을 떨었다. 고개를 들고 레아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하면 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에반젤린은 고개를 저어 레아의 손길을 떨어내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벼운 고갯짓 한 번조차 버거울 정도의 탈력감에 에반젤린은 입을 다물었다.
당신의 손으로 저를 죽이려 하신다고 하더라도 저는 겸허히 그 손에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에반젤린이 흔들리고 있을 때면 언제고 중심을 붙잡아주던,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옆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에 에반젤린의 몸에 일던 떨림이 조금은 잦아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휘몰아치던 생각들이 전부 멈춘 것은 아니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마도 방금 전의 모습이 내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겠지. 입으로는 사랑을 속삭이면서도 결국엔 모든 것을 망쳐버릴 것이다. 만약 나 때문에 네가 죽어, 내 곁에서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렇다면, 레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 감정과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자신이고 레아를 떠나가지 못하게 잡아두는 것도 자신이다. 그런 자신을 믿어준다는 사람을 두고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니. 이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자기혐오에 질식해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에반젤린의 생각을 뒤엎듯 이어지는 레아의 행동에 머릿속에서 이어지던 생각의 선이 잠시 끊어졌다.
입술을 겹치며 몸 이곳저곳을 더듬는 행동이 제법 자연스러웠다. 어쩌다 이런 관계가 되었을까.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문득 가슴을 움켜쥐는 손길에 에반젤린의 잇새로 짧은 교성이 새어나왔다. 마치 생각을 끊어내는 듯한 느낌으로 치고 들어온 감각에 에반젤린은 무심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의 너는, 견딜 수 없다는 듯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으로 되뇌이는 사랑의 말보다도 확실한 눈빛에 에반젤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것은 혐오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읽었던 소설에 나왔던 문구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이 몰려 마치 얼굴이 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에반젤린은 다시 질끈 눈을 감았다. 이어지는 손길이 닿는 부분마다 간지러움과 동시에 불에 닿은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쓰다듬고, 더듬어 쥐는 손을 잡아챌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에반젤린은 시트를 손에 쥔 채로 눈을 감고 있을 따름이었다. 황제가 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완벽한 무력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원하고 있는 자신이 마치 완전히 굴종한 애완 동물의 꼴과 같다고 느껴졌다. 사실 크게 다를 바 없을지도 몰랐다. 내 모든 감정의 꼭대기에 앉아 그것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건, 너 뿐이니까.
이어진 행위는 그다지 길지는 않았지만 에반젤린에 몸에 가득히 실려있던 힘을 빼내기에는 충분했다. 격해졌던 감정이 조금 가라앉자 자신을 바라보는 레아의 시선을 제대로 마주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모습에 에반젤린은 다시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지만 입술을 짓씹는 것으로 그것을 참아내었다.
"레아."
볼을 쓰다듬는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친 채로 웃는 얼굴은 당연한 말이지만 사랑스러웠고, 또 사랑스러웠다. 에반젤린은 이 이상의 감정이 자신에게 존재할 수 있을 리 없다는 확신을 느꼈다. 언제나 함께 해주겠다는 너의 각오를 내 멋대로인 생각으로 짓밟은 꼴이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멈추지 않을 불안과 끝없는 탐욕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도가 필요했다. 다시는 너를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곁에서 떼어 두는 것이 최선일 터인데, 이제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간신히 납득했다. 그렇다면, 나는.
"…결혼할까."
무심코 튀어나온 말은 정말로 아무런 생각을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것이라 에반젤린은 순간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되었다.
결국 저번 주 내로 주겠다는 말은 지키지 못했지만 아직 출근을 안 했으니까 한 주의 시작이 아닌 걸로 치고 세이프... 는 안 될까? 주말 간에는 컨디션이 영 안 좋았어. 그래도 막 심하게 앓은 건 아니지만 아직도 팔이 무거워. 레아주, 레아주. 오늘도 좋은 밤 보내고 다음 주에 봐. 이번 한 주도 함께 있어줄 거지? 잘 부탁해.
그러게. 우리 둘 다 파이팅 하자. 으, 집안 문제 때문에 속이 자꾸 꼬이네. 여력이 안 생긴다고 해야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일이 별로 없다. 마지막 말은 에반젤린의 대뇌가 일을 하지 않으면서 튀어나온 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레아라면 어떨까 생각하고 반응해주면 될 것 같은데? 아마 말하고도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 진짜 결혼시켜버릴까?
해결되기는 요원한 일이니까 계속 고민만 해보는 거지. 가족끼리의 갈등이라거나... 뭐 그런. 다시 한 번 파이팅. 앗, 그렇게 발랄하게 예스를 외쳐버리면 얼떨결에라도 결혼해버려야겠는데? 이러다가 진짜 반란 일어나는 거 아닌가 몰라. 처음부터 개방적인 세계관으로 가서 연애부터 결혼까지 프리 패스 시켜줄 걸 그랬어. 흑흑. 그나저나 결혼이라니... 그러면 레아는 이제 하고 싶은 것만 해. 돈은 황제님이 벌어올 거니까. 살림은... 물론 수많은 시종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