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렇게 써있단게 아니고 대충 번호가 저 자리에 들어가있다는 뜻. 원래 가디언칩이 심긴 손목을 맞대서 번호를 교환하지만 지금은 거리가 있다보니 찾아가서 찍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가디언칩을 켠 다음 내 번호를 쪽지에 적어서 바다에게 써보냈다. 맨날 가디언칩만 써서 내 번호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 의뢰에 워리어가 없을 때 편하게 불러도 되고, 그냥 사람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 할 때 불러도 괜찮아요. ] [ 아... 그러고보니, 편하게 말해도 되나요? ]
" 다림이에게도 할 생각이었어. 일단 괜찮은 건 별개로, 둘 모두에게 잘못하긴 했으니.. "
싸늘한 바다의 눈빛에 살짝 움찔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과를 안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사과 받아줄래..?" 라고 손을 내밀며 조심스레 묻다가, 다림이가 사과받지 않아도 되긴 한다는 말에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 아니야. 네게도 미안해. 너무 짓궂은 장난을 쳐버린 것 같네. "
사과할게. 라고 하며 몸을 돌려 다림이에게도 손을 내밀었으려나.
" ...괜찮아. 그, 잠을 잘 못 잔 거라서.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
다림의 말에 다급하게 얼굴을 짚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행동에서 드러나는 건가. 주의해야겠네. 같은 생각을 하는 걸까? 아직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가면을 벗는 것은 진심을 드러내는 행위로 족했다. 괜히 쓸데없는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을까.
카사한테 해볼까, 하는 마음은 잠시 제쳐두고 하루는 팔짱을 낀 체 의미심장한 눈을 한 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일단 도발한 것도 있다니 무조건 일방적인 것은 아니겠죠.
" ... 그래서 다림은 그 폭도분이 하는 행동들이 싫은거에요? 아니면.. 좋은거에요? "
하루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갑니다.
" 좋은거라면...뭐, 선을 지키는 쪽이 조금 더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싫은거라면... 이 부분은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쪽이에요. "
왜냐하면, 하루는 말을 고르듯 숨을 내쉬더니 쥬스를 한모금 마시곤 다시 다림을 바라봅니다.
" 다림이 마음도 없는 제가 그런 식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해봐요. 다림은 싫은데, 제가 막 다림한테 목을 문다던지 하면.... 솔직히 그 사람이 미워지고 더 안 좋은 생각이 생겨날거에요. 하지만 그 사람이랑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래도 멀어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면... 힘껏 밀어내고, 조심해달라고 확실하게 말해야하는거에요. "
고개를 끄덕였다. 기쁜 감정이라면 숨기지 않아도 부끄럽진 않다고 생각했으려나. 손을 살짝 밀어내자 비아를 빤히 바라보다가 "비아는 치사해..." 라고 느릿하게 속삭이며 반쯤 눈을 감았다.
" 필요할 때 비아를 찾아와서 귀찮게 굴지도 모르는데. "
그래도 괜찮겠냐는 듯이 빤히 바라보았다. 필요할 때마다. 라고 말을 들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버렸으려나. 다만 그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거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정도가 적당하다. 비아는 자신에게 책임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고, 자신은 최소한의 위로를 얻고. 정말 그거면 된 걸까? 글쎄.
" 안 통하네에.. 5분만 더 있으면 정말 상술에 걸릴지도 모르니, 갈까. "
이마를 짚으며 말하는 비아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가게를 빠져나왔다.
" 빙수 먹으러 갈래? "
팥빙수라던가, 과일빙수라던가...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는지 비아의 허락만 있다면, 바로 빙수가게로 비아를 이끌려고 했을까.
"..목은.. 좀 대담하다고 생각해요." 저 어깨나 목 부분 노출 많은 편인데 스카프를 묶고 다녀야 했는걸요? 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저도 남겨버릴까.라고 생각했어요. 라고 말하면서 한숨쉽니다.
"이래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정신을 다잡아야 하는데.." 그치만 일단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가.. 하루의 질문을 듣고는 싫어한다나 좋아한다의 경계가 옅은 다림으로써는 헷갈립니다. 이거 잘못하면 어장으로 분쟁조정스레에 끌려간다..? 확실히 하자 다림아..
"...싫지는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다림입니다. 하지만.. 하나 중요한 정보는 있지만. 넘어갑시다. 아니 그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같은 게 있지만 일단 넘어갑니다.
"그치만 하루라면 너무 예뻐서 놀라면서 반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지만 농담이 맞습니다.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피하려 합니다. 선을 잘 지켜야겠다는 느낌?
...나중에 해보는건 나쁘지 않을지도, 라는 사심은 잠시 제쳐두고 하루는 고개를 저으며 말합니다. 사귀지 않는 사이라면 더욱 더 대담하다고 해도 무방한 행동이었습니다.
" 이런건 확실하게 해야한답니다.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그 폭도..아니, 아무튼 그 분은 다림이 싫어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오해를 할테니까요. " " 싫지는 않다면 조금은 다행이지만... 적어도 관계는 확실하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가볍게 할 행동은 아닌 것 같거든요 "
하루는 이 부분은 단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듯 다림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합니다. 모쪼록 다림의 몸을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바램도 담겨있는 모양입니다.
" ...이럴 때 장난을 치는거에요? 정말이지.. 그렇게 말해주는건 기쁘지만... 아무튼 그분에겐 제대로 말하도록 하세요. 다림을 향한 행동들이 그저 장난 같은 것이라면 그만두라고 말이에요. "
하루는 농담을 던진 다림에게 고마워 하면서도 알겠냐는 듯 다시금 충고를 합니다. 이래저래 걱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손 닿는 곳에 있는 물건은 다 쥐어보려고 팔을 뻗는 어린애같다. 입에 넣으려까진 하지 않는게 다행일까? 그냥 후배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미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고 가디언 후보생인데.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걸까. 하고 손가락으로 지훈의 손등을 툭 툭 두 번 치려고 한다.
" 언제나 받아주진 못하지. 내가 남을 위로할 만큼 여유롭지 않을 땐 거절할 거야. " " 하지만 그 외엔 언제나 환영이야. "
책임감 없이 언제나를 언급할 순 없으니 그런 조건을 건다.
" 내가 할 수 있는 건 토닥토닥하고 격려해 주는 거, 안아주는 거, 아무 말 안 하고 같이 있어주는 거,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거나 놀러간다거나... 아, 책 읽어주는 것도 할 수 있고, 대련도 할 수 있어. 노래는 잘 못 부르지만... " " 그런 걸로 안 될 때는 나보다 믿음직한 사람을 찾는 거야, 알겠지? "
내가 슬플 때 받아왔던 것들을 떠올리며 말한다. 가짓수는 적지만, 어쩌면 그만큼 사람한테 필요한 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아닐까.
" 으음... 좋아. "
그리고 지훈이한테 이끌려서 정신차렸을 땐 빙수가게 앞에 있었다. 왠지 걷는 동안이 타임스킵된 기분이지만 기분탓이겠지? 음, 가끔 이럴 때가 있다니까.
"많이 대담한가요?" 모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라고 중얼거립니다. 확실하게 해야한다는 말을 하는 하루를 보면서 관계를 확실히 해야한다는 말을 하자.
"조금.. 낯서네요" 피하는 저로써는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나요? 하긴.. 제대로 잘 되었다면 여기까지 왔을 리가 없구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게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장난이기만 하다면 좋지만.. 미묘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받아주게 됩니다. 다만.. 그렇게 행동하는 게 지훈이라서 그렇게 보이지. 그렇게 대하는 분이 막 다섯 명이라고 해도 큰 거절을 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쵸로인까지는 아니지만 예스맨..아니 걸에 가까운 걸까. "그럼.. 고..공부를 다시해요?" 라고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