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는 사람 특유의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요." 예를 들자면 어디로 가야할지 갈팡질팡 한다거나요? 라는 말을 하는 다림입니다. 그러고보니 진화가 다림이보다 살짝 작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다림주는 넘어가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괜찮으시면 같이 다녀도 될까요? 라고 물어봅니다.
"소셜마켓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거 은근 재미있거든요" 시식이라던가 해보고 맛있으면 산다거나, 옷을 대 보고 사이즈를 알아서 산다거나. 혹은 머리카락을 장식하는 것도 볼만해요. 라고 말하면서 반장갑을 낀 손을 살짝 내미려 합니다. 같이다니겠다면 손을 잡아달라는 걸까요?
"저는.. 제노시아 1학년 다림이라고 해요." 다른 학교일 것 같은 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봅니다.
나긋해보이는 이 여자애가 그런 의도로 말했을 것 같진 않지만, '친구 없어보이는거 티나요' 처럼 들려서 속으로 움찔 했다. 그리곤 같이 다니자고 권유.......응? 같이 다니자고 권유.....? 장갑이 껴진 손이 내밀어진걸 보면서 잠깐 행동이 멈춘다. 부동일태세不動鎰態勢 ......
"엣, 아, 엣, 네."
그래도 되나요? 라던가, 남녀끼리 손을 그렇게 간단하게 잡아도 되는걸까요? 주변에서 오해 할지도, 라던가. 머릿속에서 몇마디 스쳐지나갔지만, 상냥한 권유 앞에서 그런 딴죽을 걸만큼 나는 용기가 있지 않았다. 결국 놀란 눈으로 병아리 마냥 깜빡 깜빡 거리다가, 어쩐지 부끄러워져선 얼굴을 붉히고 조심스레 손을 뻗어 잡을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내 손은 워리어치곤 불행하게도, 굳은살이라던가 거의 배기지 않고 부드럽다는 주변의 평가가 있었으니....촉감은 아마 괜찮을 것이다. 서로 맞잡기 위해 가느다랗고 여린 내 팔을 내미는 것은 어쩐지 민망하네에....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기는 했어요" "그래도 몇 번 다녀보면 금방 익숙해질 거에요." 라고 말하며 손을 부드럽게 잡으려 합니다. 다림의 손은 드러난 부분은 부드러웠을 겁니다. 밴드가 두어 군데 붙어 있기는 했지만요(피날 정도로 깨물려서 그럼)(feat.지훈) 다림이도 한 가녀림 하지 않을까요.. 같은 생각이 들지만 진화의 손을 잡는다니 아주 좋다구.같은 다림주는 저리 치워놓고.
"반가워요 진화 씨." 아프란시아 2학년이면 선배님이네요. 라고 답하며 천천히 악수하듯 손을 흔드려 하네요. 부드럽게 말하는 다림입니다.
"무엇을 보고 싶으셨나요?" 집게핀이나 머리끈도 있고, 옷 종류도 있네요. 라고 말하면서 소셜 마켓이 늘어선 공터로 가자고 살짝 이끄려 시도합니다.
진화보고 닮았다는 거...소서아조씨요! 엄청 닮은 건 아니고 추구하는 것이 닮았다고 생각할듯한...? 그런 거네요! 이 닮았다고 생각한 부분이...원래 청천이가 새아빠 이세계인이라고 싫어했었다가 진심을 알게 되자 마음을 열었다는 설정이라서,.,.! 마침 정확히 무엇을 보고 마음을 열었는가!하는 부분의 캐해가 진화의 대사를 보고 파팍 하고 떠오른 것입니다.
부드럽게 손이 잡히면 순간 놀라선 몸을 움찔 했지만, 상대에게 적의가 없음을 알고 이내 느긋하게 풀어졌다. 으응, 역시 여자아이라 그런가 부드럽다. 밴드가 붙어있는거 봐선 다친걸까? 조금 걱정되네.
"네에. 만나서 반가워요."
이쪽을 신경써주는 부드러운 말씨에 내 마음의 경계가 풀린다. 응,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다. 상냥한 사람을 한명 더 많았으니까. 나도 모르게 기뻐서 풀어진 얼굴이 헤실헤실 미소짓고, 흔들리는 손에 맞춰 고개도 끄덕 끄덕 즐겁게 흔들렸다.
"저는....그렇네요. 머리핀이나 가디건 같은걸 조금 살까 했어요."
긴장하거나 조금 경계하던 태도는 완전히 누그러져, 손을 잡지 않고 있는 반대손 검지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뭘 사려고 했었을지를 재검토 해본다. 나이도 학년도 내가 위지만, 타학교에 초면인 이상, 상대가 정중하게 얘기하고 있으니 존댓말로 대하는게 맞겠지. 어라...얼마전에 화현이에겐 반말로 얘기하지 않았냐구?
.........손잡고 있어서 긴장되니까 그런거지! 부끄럽게 자꾸 캐묻지 마!
"우왓, 저건 뭔가요?!"
누구에게 말하는건지 모를 딴죽을 속으로 걸면서 부끄러움을 삭히고 있을 때, 무언가 엄청 재밌어보이는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이 반짝인다. 뭘까? 인형도 귀여워보이고. 흥미가.....있어! 이렇게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귀여운 동물은 좋아해. 귀여운 인형이나 장난감도 좋아한다. 즉, 두개를 합치면 제곱으로 좋아한다는 의미야!
"앗, 저는 워리어에요. 서포터시구나...헤헤, 서포터분들은 상냥한 사람이 참 많네요. 남을 도와주는 클래스라 그런가봐요."
서포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다림씨를 보고, 조금 눈을 동그랗게 뜨곤 놀랐다가 이내 즐겁게 웃으며 답했다. 요즘 어쩐지 서포터들과의 인연이 늘어나고 있는 기분이다. 청천이도 서포터, 하루도 서포터, 화현이도 서포터, 눈 앞의 다림씨도 서포터. 대체로 다 착하고 상냥하고 여유가 있고.....으응, 보고 본받고 싶을 정도야.
"그렇지요? 사실 많이들 입고 다녀서 따라 사보는 것 뿐이지만요. 그에 비해 다림씨는 옷 입으시는 감각이 굉장히 좋네요...! 되게 어울려요."
나는 그냥....머리가 기니까 고정해두려고 핀을 착용하고, 쌀쌀한 날씨에 조금 적절히 걸치고 싶은 것이 필요했을 뿐이야.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본 다림씨의 복장은 본인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다. 말하는걸 보건데 여기에 자주 오는걸까. 옷에 신경쓰는 사람은 자기가 어떤게 어울리는지 아는걸지도 모르겠네.
"네네네네네!........................핫."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달려들어서, 동글동글한 인형에 쫀득쫀득 쭈물쭈물, 행복 가득한 얼굴로 헤실헤실. 한 30초는 그러고 있어서야 다시금 이성을 되찾곤, 경직된 자세로 천천히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이내 엄청난 수치심에 터질듯이 붉어진 얼굴로, 서둘러 손사래를 치며 횡설수설 변명할 수 밖에 없었다.
전투는 사실 대체로 근본을 벗어나지 않는다. 워리어는 어떻게든 나가서 적과 마주하고, 랜서는 어떻게든 적을 꿰뚫고. 다만 서포터는 그 의념과 방향성에 따라 차이가 꽤 나는 것 같았다. 치료든, 그림이든, 괴도든, 어느 의미론 가장 개성이 깊지. 그래서 나는 다림씨의 의념이나 방향성을 물어보면서, 나는 방패를 사용하는 방어 특화라고 덧붙여 설명해주었다.
"아하....여기엔 자주 오시나봐요."
고개를 끄덕 끄덕. 그리고 저 감각은 나도 잘 알지! 내가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해도, 친구랑 뭘 하면 즐거울지를 상상하는걸 즐겁게 여기곤 했으니까. 읏, 갑자기 울 것 같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 아닐까....
"아하하....그....."
미안해요, 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최근에 나눈 어떤 대화가 떠올랐다. 왠지 이런걸로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문득 싫어지네. 사실 상대도 모른척 괜찮다고 넘어가주고 있는데, 사과해버리면 부담스러운거 아닐까.... 그래서 조금 고민하던 나는, 아이스크림을 권유하는 그녀에게 잠시만요. 하고 양해를 구한 뒤에....
"....저기 이거, 그, 응, 귀여워서 두개나 샀는데, 사실 하나면 충분할 것 같아서.....선물로 드릴게요."
손에 간단히 들고 다닐 수 있는 몰캉몰캉 인형을 두개 사선, 하나를 다림씨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너무 뻔한 변명에 지나가는 아이도 코 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부끄러움에 휩쌓여 이성을 잃은 나에겐 이게 한계라구. .....왠지 조금 더 부끄러워졌다. 그러한 속내를 들키기 않기 위해서, 오히려 더 활짝 웃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