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곤 아직도 자신을 째려보는 뱀의 머리를 꾸우욱 누르려 시도했지. 요리조리 손을 피해다니자 끄응.. 하는 소릴 내더니, 아예 정말 목도리 풀듯 뱀의 몸통을 잡아 둘둘 풀어버리려 했고. 저러다 물리지 않을까- 싶어도 용케도 안 물린다. 이것이 우정!!! ....이라기보단 그냥 제압에 익숙한것 뿐이였지만. 목에서 푼 뱀을 옷소매 속으로 쏙 넣어버리고 나서야 다시 지훈을 쳐다본다.
"귀찮은건 사실이지만~ 그런 배려는 부끄러워서~"
전혀 부끄러워하지않는 표정으로 부끄럼 운운하더니 지훈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자 다시금 손을 피해 몸을 뒤로 빼며 장난스레 빙긋 웃는다.
"보통은 부끄러워하거나~ 얼굴 붉히거나 그러는데-"
말을 잠깐 끊곤 빙긋 웃는다. 한쪽 손을 입가로 향한 채로 우후후후후.. 하고 웃음소리를 흘렸을까.
아마 결국 영웅을 꿈꾸는 목표가 과거의 참상에서 생겨난건지, 혹은 추억에서 생겨난건지가 그 차이를 가른걸지도 모르겠네요. 진화는 과거의 참상과 그걸 해결했던 가디언을 보면서 '자신도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된거니까. 그 안에는 사실 '죽고 싶지 않다' 라고 간절히 빌었던 비참함과, 자신과 똑같은 조건이었으나 참살당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그 때의 구원자에 대한 보답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러한 상처가 있기 때문에 이상을 꿈꾸되 현실적인 조건에 맞춰 자신을 생각하고 조정하면서 덤덤히 나아가는 비아와는 달리 '나는 이래서는 안 돼!!' 라는 사고가 부정적인 루틴을 이어가게 만들고, 그 결과 외부에서 보기에도 불안해보이는 것이 된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초조함의 유무가 둘의 차이를 가른걸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그런 이상과 꿈이 완전히 트라우마에서만 발현된 발작증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설정하고 싶어요. 그런 요소도 분명 포함되어 있지만, 반대로 결국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본인의 근본적인 상냥함이 크게 관여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예를 들면 비아에게 강한척 했다는 것은 분명히 '동정하거나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된다는, 친구에게 그런 처지가 된 자신에 대한 비참함이나 자존심을 위한 허세의 요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유는 결국, '가장 친한 친구에게 부족하더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다.'라는 상냥한 마음씨가 주를 이룬다는 느낌처럼 말이죠! 아마 그런 의미에서 진화는 결국 비아랑 1학년 초기 때의 그 웃고, 즐겁고, 친근하고, 진실되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을 뿐일지도요.
후 첫날부터 원래 이렇게 길거나 깊은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관심을 가져주시다보니 신나서 그만...
다림이 물어보는 것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던가. 더이상 자극하면 어떤 식으로 그 짓궂음의 대가를 돌려받을지 모르니 처신 잘 해야... 그 표정의 언밸런스함은, 어쩐지 이질적이면서도 생경한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 후자는 내 마음대로 가능한게 아니고... 전자는 너까지 곤란해지는데, 진심이야? "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다림을 빤히 쳐다보았다. 오해가 오해가 아니게 만들라니 그건... 어... 잡혀가도 할 말 없게 되지만 그럼 당하는 사람도... 라는 생각을 했나.
" 그런게 어디있어. 이건 횡포야... "
자신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 하는 자세를 취해놓고 정작 그 이유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짓이나 다른 이에게 한 짓에 있다니, 조금 억울했을까. 속삭이는 것에 "이대로 안 놓으면 진짜 사람 별로 없을 때 밑에 깔아버릴 수도.. " 라며 응수했지.
" 하아... 언제라도 놓을 기회는 있으니까, 잘 선택하길 바래. "
정말 늦어버리면 곤란해질지도 모르니까. 라고 속삭였나?
다림의 목 뒤쪽과 어깨에 손을 짚더니, 그대로 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입가를 목덜미에 가까이 가져가고 혀를 살짝 내밀어 지그시 누르고는, 입을 갖다대더니 조금 세게 입질하여 자국을 남기려고 시도했을까. 물론 그 과정은 굉장히 느렸고, 다림이 지훈이를 놓았다면 그는 곧바로 그만뒀을 것이다. 아니면 저항해도 그대로 그만뒀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