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힘이 있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것도 있었고, 힘에 취해 타락한 이들도 있었다. 우리들의 흔들리는 정의 속에서 우리들은 천천히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의념은 어째서 우리에게 내려온 것일까.
"그..." 쫓아낼 줄 알았다는 것에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떨쳐내고 싶기도 했지만.. 이라고 얼버무립니다.
"하지만.. 그래도 누가 싫어한다면 조심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 말하면서도 요망하게 굴 거라서 문제인가.. 천연요망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쩌다가 요망이 되어버린 거니 다림아.. 맨살이 닿아서 호감도가.. 글쎄요. 오히려 오를지도 모릅니다. 다림주도 다림이 호감도를 갈피잡기 어렵군요(?)
"그렇다면 괜찮겠죠." 그렇게 들어가면 평범한 룸카페라서 다행입니다. 테이블이 있고 티비가 있고... 룸 밖에는 약간의 리필이 가능한 과자같은 게 있네요. 테이블 위에 포장당한 햄버거를 늘어놓는 걸 바라봅니다. 룸카페이니만큼 카페 음료도 마실 수 있겠죠. 대부분 가루류고, 돈을 더 내야만 생-계열을 마실 수 있겠지만요?
"음료는 천천히 마시고.." 식기도 구비되어 있으니 썰어먹어도 괜찮겠네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코타츠라는 말에는 아직 쌀쌀해서 괜찮겠네요. 시간이 좀 더 흘렀다면 더워요.라고 했겠지만서도.
아무튼 키스라고 하면... 우선 연인 관계로 가정하고, 역시 그거네요. 거절당하지 않을 만한 빌드업을 쌓으려나... 평범한 데이트처럼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이곳저곳 놀러도 다니고, 살짝 위험할 수준까지 보이는 로맨스 영화도 보고, 그렇게 데이트가 슬슬 끝날 시간이 다가오면 파도소리가 들리는 벤치에 나란히 앉겠네요. 보통 매체에서 나오는 거라면 손을 잡고 슬금슬금 가까워지다가 지는 태양을 등지며, 겠지만... 의외로...
앗! 카사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바람에 이 뒷부분이 날려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말았어요!
나이젤의 후회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간단히 수긍한다. 태어나는 것 자체가 선택지를 앗는 거니까, 뭐... 모순이라면 모순인거야.
"그거야 말로 나에게 좋은 말이구나."
푸흐흐, 길다란 주둥이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이 작은 아이(아님)은 생각이 복잡한 류의 인간인거 같다만, 뭐, 이렇게 작은 기쁨을 얻는다면 좋겠지! 사실이니까 뭐! 그러다가 또. 또. 또. 주둥이가 쩌억 벌어진다.
"????? 너 죽어???????"
그런 걸로 하자는 말이 끝나자 마자 위엄같은 거 다시 씹어 없애버린다. 땅에 떨어트린 사탕을 건네받자마자 다시 힘껏 내동이치는 아기같다. 나이젤의 '이곳에서'란 말은 깡그리 흘러 들은 채 '마지막 봄'이란 말에 바로 나이젤의 죽음으로 직결해버린 카사. 아브엘라 할멈 침대아래의 무수한 소설을 떠올린다. 그 뭐냐. '시한부 악녀와 흑발대공'같은 소설. 나이젤이 '시 한 부'라는 대 반전에 충격과 공포에 헤어나오지 못한다. 카사에게는 졸업이란 계념이 있긴 할까. 있으면 좋겠다.
"후후후. 바람처럼? 바람보다 내가 더 빠르지. 바람보다 먼저 달려오마."
허세봐라 허세. 바람정도야 이 몸의 신속S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부리는 허세가 매우 자연스럽다. 나야 그것정도야 손쉽게 가능하다는 양. 이 건방지고 생각많은 닝겐이 부르면 당연이 달려가야지!
...이 매우 전문적인 손길에 보답하기 위해서 라도 말이다.
"그으으래? 고맙다!!!"
흐흐흐흥!! 뿌듯한듯 어깨를 들썩이는 XL 사이즈 댕댕. 내가 좀. 응? 아주 아름답고 위엄있고 털에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하지, 응!
(어찌어찌 설명당한 후.... 혹은. 아브엘라나 에릭에게 물어보기 위해서 부가설명없이 사진 찍어 보낸 후, 장대한 후폭풍과 통화의 산으로 가디언 칩이 터질 뻔한 후.)
충격으로 굳어 입을 쩌억 벌리는 카사. 이 이유는 다름아니고...
"그게 가능한거 였어???????"
내가 아는 게 적긴 하지만!! 가능한거 였어??? 카사의 빈약한 생물학적인 지식을 흩어본 후, 어떻게 가능하지?? 라는 물음표뿐인 결론에 다다른 카사. 한 10초 쯤 고민하다 모르는 것을 마주 할때의 바람직한 태도를 고수하기로 한다.
카사 필사 기술! 그냥 받아들이기!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내 굳어있던 카사는 거짓말이란 듯이, 흥분에 가득차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카사! 도도도도도도 바다를 빙글빙글 도면서 우다다 말을 쏟아낸다.
"헐!!! 내 쪽 애기는 처음인데!!!! 나 혼자서 키우는 건 처음인데!!! 걱정마!! 그래도 경험은 많아!!!! 그럼그럼그럼 먹이도 가져오고!!! 사냥도 가르치고!!! 헐!!!! 몇마리 나올까!!!!! 두근두근해!!!!! 내가 아는 최고의 기술은 다 가르쳐야지!!!!! 우리 굴은 있어???? 굴 만들자!!!!!"
두달안에 할수 있을까? (* 늑대의 임신기간은 두달 정도) 역시 내 가족 (특: 늑대) 에게 도움을 구하는 게 나을까??? 역시 육아는 둘뿐이 아니라 여러명이 안심되지!!!!! 할멈에게도 부탁하고!! 가족에게도 물어보고!! 또 누구누구 도울 사람있지??? 우리 무리안에 (무리일원으로 칭한 사람들의 이름을 쏟아내기)
"손깍지 정도는... 장갑도 있었고.." 손끼리 잡는 것도 좋기도 했고... 라는 의미가 애매한 말을 하다가 얼굴이 살짝 홍조가 돌면서 눈을 내리깔고는. 나쁘지 않았어요... 라고도 잘 들릴 듯 말 듯 웅얼거립니다.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말에 그럴까.. 하고 생각해도. 곤란하다는 것을 들으면. 그래도 역시.. 라고 생각할까요? 본인이 어느 정도 자각한다면야 적당히 행동할 듯.
"확실히 그렇네요." 넓고 깔끔. 의뢰 뒷풀이 같은 거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치우는 건 스스로 해야겠지만요.
"냠." 지훈이 내미는 썰려진 햄버거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냠 하고 받아먹습니다. 자연스러워! 그러고는 다림도 스스로의 햄버거를 썰어서 포크에 콕 찍고는.
"아앙~" 이라면서 방글방글 웃는 표정으로 혹시 소스가 흐를 까 포크 밑에 손을 받친 채로 내미려 하네요. 쟈기라는 짖궂은 말은 다행히도 안 썼지만. 아앙 부터가 문제인데요? 짖궂음과 장난기의 미소를 보아서 이렇게 하는지. 아니면 그냥 하는지 알 수 없는 그 방글방글한 표정이란.